천안함 희생자의 한 유족이 국립현충원에서 분향하던 문재인 대통령에 다가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냐 누구 소행이냐 말해달라고 추궁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으나 이 유족은 북한 짓이라고 한적이 없다면서 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천안함 침몰사건 10주기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해 국립현충원 천안함 희생자 분향을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대화가 돌발적으로 이뤄졌다.

분향을 하던 문 대통령에게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말을 건넸다. 윤 여사는 “대통령님,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동일하게 정부의 입장은 같다”고 하자 윤 여사는 “그런디요 여적지 북한 짓이라고 진실로 해본일이 없다,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거듭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윤 여사는 “지금 다른 사람들이 저더러 말할 때, 이게 어느 짓인지 모르겄다고 대한민국에서 하는 짓인지 저기인지 모르겄다고 그러는데 제가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 맺힌 한 좀”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그러니까 걱정하시는 거 저희 쪽에서 정부가”라고 말을 하는 도중 이 모친은 “대통령께서 이것 꼭 좀 밝혀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3월25일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당 최고위원회에서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한 후에 북한으로 복귀했는데 우리가 탐지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김영록 당시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날 서해수호의날 행사 기념사에서는 천안함의 진상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으며, 북한이라는 용어도 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날 행사에서 분향을 하던 중 돌연 천한함 희생자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고 묻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날 행사에서 분향을 하던 중 돌연 천한함 희생자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고 묻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서해수호의날 행사가 열린 대전현충원의 천안함 묘역에서 희생자에 참배하고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서해수호의날 행사가 열린 대전현충원의 천안함 묘역에서 희생자에 참배하고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문 대통령 내외는 분향과 기념사를 마친 이후 천안함 묘역으로 이동해 천안함 희생자 비석을 일일이 손으로 만지며 추모했다. 묘역 안으로 들어와 비석 앞에 있던 유가족에게도 위로를 건넸다.

고(故) 박성균 해군 중사 모친은 문 대통령을 보자 큰 목소리로 울면서 “엄마들이 왜 다 안 온 줄 아느냐. 아파서 그렇다”고 말했다. 고 김동진 중사의 모친은 “군인연금은 나왔는데 보훈연금이 안 나와”라며 “살려주이소, 몸도 아프고…”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군인연금은 나오는데 뭐가 안 나온다고요”라고 물어본 뒤 어머니 어깨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세월이 간다고 아픔이 가시겠습니까. 그래도 힘내세요”라고 위로했다. 대통령은 관계자들에게 연금관련된 얘기를 “알아보세요”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과 만나 아들 고 이상희 해군 하사 묘소 앞에서 대화를 나눴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가 문 대통령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묻자 이성우 유족회장은 “지난해 6월4일(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 청와대 오찬 때 대통령께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꼭 와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당시 대통령은 대답은 안하셨는데 오늘 오셨다”며 “대통령께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고 한주호 준위 묘역에 참배하러 온 문 대통령은 한 준위의 사위 해군 박정욱씨에게 “해군의 길을 가는 거냐”고 하니 박씨는 “네, 그렇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자랑스러우냐고 물어보면서 “그 정신을 잘 따라달라”고 격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