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인권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현행 정보공개 지침에도 과도하게 신상노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국이 동선공개 목적을 명시한 뒤 공개 방식을 재정비하도록 촉구했다. 쓰임이 다한 정보는 확실히 폐기하고, 현행법에 모호하게 규정한 정보수집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인권연구소 등 20여개 정보‧의료‧노동사회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비판 여론을 반영해 동선공개 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마련한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확진자별 동선 공개를 전제해 특정 확진자에 대한 신원 파악과 비난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선공개 목적은 확진자와 이동경로가 겹치는 접촉자가 스스로 인지해 적절한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데 있는데, 각 지방자치단체 해석에 따라 개인별 동선이 모두 공개되면서 신상노출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

단체들은 당국이 감염병 대응 목적에 맞는 정보만을 공개하고 그 의미를 명확히 해야 부당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지자체가 아닌 본부 차원에서 시간·장소별로 데이터를 묶어 공개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공개한다면 확진자 수가 적어 개인 식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이들은 또 성별과 성씨, 직업, 국적, 종교 등 확진자 신원이나 관계보다는 함께 식사를 했는지 등 감염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동선공개 취지가 ‘과거 접촉 가능성에 대한 정보 제공’이란 사실도 적극 알려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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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감염병 비상시국 아래 대대적 정보수집과 감시시스템이 가동되는 상황을 놓고도 경계가 필요하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카드사용기록, 교통카드사용기록, CCTV 영상기록 뿐만 아니라 위치정보도 수집할 수 있도록 한다. 통신사, 신용카드사 등 사업자와 경찰 시스템을 연계해 10분 만에 동선을 파악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반면 이 시스템의 일상화와 오남용을 막을 관리대책과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황이다.

단체들은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된 위치정보, 실시간 위치추적, 기지국 수사 방식의 개인정보 수집이 어떠한 요건으로,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수단을 통해 이뤄지는지 엄격하게 제한해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보 수집과 처리도 경찰이 아닌 보건당국 등 공공보건 수행 주체가 하도록 해야 한다. 경찰-통신사-신용카드사 연계 시스템도 사용 목적이 다하면 데이터와 함께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개인정보보호법은 비상사태를 맞이한 지금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여전히 공백이 많다”며 “긴급한 공중보건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더라도, 정보주체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하고 제한할지 관련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긴급한 보건의료적 필요성에 대응하면서도 정보인권을 균형있게 보호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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