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주차 종편 시사프로그램 ‘말말말’

1.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갈등에 채널A 고승덕 변호사 “저도 뒤통수 맞은 기분”

지난 3월16일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하면서 두 정당 간 갈등이 분출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자신들의 영입인재가 대거 배제되자 황교안 대표까지 나서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항의하며 사퇴했습니다. 진통 끝에 3월23일, 결국 미래통합당 의중이 대부분 반영된 미래한국당 명단이 수정 발표됐습니다. 이 사건은 비례용 위성정당 꼼수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지 극명하게 보여줬는데요.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이 말을 듣지 않자 엄연히 타 정당임에도 공천과 지도부 선임에 개입한 겁니다. 그러나 채널A에서는 오히려 미래통합당을 두둔하며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마치 당연한 전제인 듯 주장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습니다.

고승덕 변호사 : 저도 뒤통수 얻어맞은 기분이에요. 예상 전혀 못했었고. 어떻게 보면 위성정당이라고 하게 되면 대리 역할을 좀 해 줬어야 되는 건데. 자기 장사를 했다는 게 이해가 안가는 거죠. (중략) 어떻게 보면 한선교 대표 또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 이런 분들에게 나름대로 좀 미래통합당 입장을 대변해서 칼자루를 쥐어줬던 건데 이 칼이 대리인의 칼이 아니라 자기가 휘두르고 나서 ‘그래, 어때. 나는 정당했다’ 이런 거기 때문에 아마 미래한국당 내부에서 최고위에 지금 진통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최고위는 그래도 비교적 어떤 대리적인 역할 할 사람들이 많이 들어갔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보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그 안에서 수습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민들이 볼 때 이 당은 도대체 ‘형제자매, 부모자식도 없는 그런 동지나 의리도 없는 당이냐’ 이런 얘기는 나올 것 같습니다.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월17일)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 : 그런데 사실은 한선교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그 당으로 어쨌든 임명해서 보낸 거 아닙니까? 그런데 뒤통수 맞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더라고요. 이게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뭐라 그럴 것 같으세요?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할 것 같아요. 이게 사전에 조율이 돼가지고 지금 미래통합당이 미래통합을 위해서 보수가 대단결하고 이런 이런 인재를 했다고 그래도 이 지금 그 현 상황에서 어떻게 당락이 결정될지 모르는데. 우리가 이렇게 인재를 보냈는데 저 쪽에서는 저쪽 나름대로 또 인재를 골라 갖고 번호를 매겼다는 거 아니에요. (중략) - 채널A <정치데스크>(3월17일)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이지만 법적으로 엄연히 별개의 정당입니다. 이로인해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선거 개입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 23일 정의당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제237조 선거의 자유방해죄 중 “경선운동 또는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계‧사술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당내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자”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를 짓밟고 정당의 자유라는 가치마저 난도질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사태는 불법 판단 여부를 떠나서 유권자를 우롱하는 행위로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명백하고 상식적인 전제를 무시한 채 마치 미래통합당과 한몸이라도 된 양 “저도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제도를 이렇게 편파적 진영논리로만 따진다면 그 출연자는 전문가도 아니며, 그 방송은 시사대담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2. 선거 방송에서 특정 정당 대표 조롱한 채널A 서민 교수

지난 3월19일 조선일보 <‘시민을 위하여’에 광우병‧조국의 그림자>(3월19일 최연진 기자)는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의 과거 행보를 비판했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3월19일)에 출연해 이 기사 내용을 전달하던 서민 단국대 교수는 우희종, 최배근 공동대표를 노골적으로 조롱했습니다. 서민 씨는 두 공동대표가 거짓말을 잘하기 때문에 “선거에는 최적합한 분”이라 규정했습니다.

서민 단국대 교수 : 저는 처음에 비례위성정당을 민주당이 만들었을 때 저는 이제 명분도 없고, 그리고 평소에 해오던 거랑, 욕하던 그런 거랑 좀 다르니까 ‘폭망할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표하신 분들 보면 이게 아니구나. ‘민주당이 이기겠구나’하는 생각을 한 이유가 우희종 교수님은 과학적 근거가 사실 희박한 광우병을 가지고 수십만 명을 광화문광장에 모으신 분 아닙니까? 이건 대단한, 정치에선 굉장히 대단한 능력이고요. 그리고 최배근 교수님 같은 경우도 경제가 사실 안 좋은데 계속 좋다고 말씀하시고 조국의 범죄 의혹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희생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선거에는 최적합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김진 : 지지층을 결집하기에는.

서민 단국대 교수 : 그렇죠. 다른 사람을 약간 속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선거에서는 좀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분도 영입한 거 보고 미래한국당은 긴장해야 된다, 이 말씀 드립니다.

▲ 지난 3월19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조롱한 서민씨.
▲ 지난 3월19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조롱한 서민씨.

서민 씨는 우희종‧최배근 대표를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람’으로 규정했는데요. 특히 우희종 교수를 “과학적 근거가 사실 희박한 광우병을 가지고 수십만 명을 광화문광장에 모으신 분”으로 묘사하면서 “정치에선 굉장히 대단한 능력”이라 비꼬았습니다. 최배근 교수에 대해서는 “경제가 사실 안 좋은데 계속 좋다고 말씀하시고 조국의 범죄 의혹마저도 사실이 아니다, 희생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라 “선거에는 최적합한 분”이라 비판했습니다. 요컨대 ‘거짓말 잘 하는 사람들이니 선거‧정치에 잘 어울린다’는 조롱입니다.

그러나 광우병과 최근의 경제 상황은 모두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는 해석의 영역이며, 조국 전 장관의 의혹 역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한 쪽 주장을 무조건 거짓말로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우희종‧최배근 두 공동대표가 특정한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는 사람’, ‘선거‧정치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 조롱 또는 희화화에 해당하는 이유입니다.

선거방송 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0조 시사정보프로그램 2항은 “시사정보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특정 정당‧후보자 등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으로서, 서민 씨 발언은 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진행자 김진 씨는 서 씨의 발언 10여분 뒤 “이것은 어떤 명예와 관련돼서 부적절하다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고 바로잡았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TV조선‧채널A‧MBN에서 출연자의 막말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온 경우 진행자 멘트나 자막으로 정정하는 경우가 더욱 증가했는데요. 이는 종편 출범 이후 노출된 고질적인 악순환으로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뒤늦게 진행자가 정정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이미 보고 들은 부적절한 발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3. ‘텃밭’도 모자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니

선거 관련 방송에서는 지역 관련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표현들을 지양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텃밭’과 같은 용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과거 선거 결과만으로 특정 지역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 지지 정당을 예단하는 용어입니다. 이런 표현은 항상 변화할 수 있는 유권자의 선택을 단순화하고, 정책‧공약 중심의 선거 대신 정당‧지역주의 중심의 선거를 조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용어의 사용은 선거 방송, 보도에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3월17일)의 이루라 기자는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구로을”이라고 설명했고, 채널A <정치데스크>(3월17일)에서는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이 “송파을은 원래부터, 2018년이 예외였던 것이지 그전부터 계속 보수정당, 보수 텃밭”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런 표현들 중 가장 심각한 사례는 채널A <뉴스TOP10>(3월16일)에서 등장했습니다. 출연자 김태현 변호사는 미래통합당의 특정 지역 후보가 바뀐 것을 설명하며 해당 지역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 오늘 김형오 위원장 사천 논란 막 있었는데, 오늘 바로 황교안 대표가 선대본부장 맡자마자 바로 공천을 정리하는 모양새도 있었거든요.

김태현 변호사 : 그렇죠. 미래통합당, 보수세력 기준으로 보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강남을병이 제일 좋은 지역.

진행자 김종석 : 개인적인 의견이신거죠?

김태현 변호사 : 개인적인 의견, 역대 선거 결과만 봐도 그렇고요 어쨌든 대부분 정치권에서 그렇게 생각해요. 

▲ 지난 3월16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강남구가 보수세력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김태현씨.
▲ 지난 3월16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강남구가 보수세력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김태현씨.

김태현 씨의 발언이 워낙 적나라했기 때문에 진행자 김종석 씨도 약간 놀라 “개인적인 의견이신거죠?”라고 되물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민주당의 텃밭’, ‘보수정당 텃밭’이라는 말들도 해당 지역에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을 사실상 없는 사람 취급하기 때문에 상당히 부적절한데요. ‘보수세력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은 그런 수준을 넘어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을 모두 보수세력에 충성하는 사람쯤으로 취급하게 됩니다. 다른 보도‧시사 프로그램들보다 특히 출연자 발언 의존도가 높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특성상 이런 발언들이 선거마다 만연합니다. 종편 3사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줄이고 출연자 검증에 심혈을 기울여 조금이라도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3월16~20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