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대응과 피해지원하는 법조인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꾸린 시민대책위원회가 텔레그램 성착취방에 참여해 영상을 본 가담자 대다수가 ‘박사방’ 조주빈씨 등 운영진의 공동정범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포털, 규제기관이 착취영상과 인적사항 삭제 등 적극적인 지원조치를 하라고도 촉구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과 피해자 보호조치로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성의 인격을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구성한 커뮤니티에서 서열은 누가 얼마나 더 여성을 능욕하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텔레그림 성착취 네트워크는 방을 관리하기 위해 서열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정하는 등 조직범죄의 면모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피해자 지원 변호인단에 참여하는 조은호 변호사는 성착취방에 유료로 입장한 가담자 대다수가 조씨와 수행원 등과 같은 운영진과 공동정범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단순 이용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가장 소극적으로 가담한 이들도 공범”이라고 했다.

텔레그램 성착취방 사건의 범행수법은 5가지로 나뉜다. ‘박사방’ 조주빈과 수행원 등 운영진은 아르바이트 등 광고로 희생자를 찾고,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해킹을 해 개인정보를 취득했다. 이렇게 얻은 신상을 빌미로 성착취하고, 수행원은 직접 성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해당 불법촬영물을 텔레그램방에 공유한 뒤 다시 이를 빌미로 성착취를 이어갔다.

조 변호사는 “대화방에 유료 가입해 영상을 관전한 가담자들은 자금을 제공하고 품평을 통해 영상물 제작을 의뢰하고 지지했다. 자금제공자이자 주문자, 소비자”라며 조 변호사는 세부 행위에 따라 교사‧방조범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대다수는 공범에는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받는 공동정범이라고 했다. 그는 판례상 ‘공모’는 법률상 뚜렷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고 암묵적 ‘공동가공의사’가 상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원 변호인단의 박예안 변호사는 해외 국가들의 경우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이 퍼지며 새로 산업화한 아동성폭력과 성착취에 발빠르게 대처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고수익 알바로 유인해 노출사진을 얻어내고 유포로 협박하는 수법은 해외에도 퍼져 있다”며 “기존 법리를 적극 반영해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한편, 새로운 법리도 도입했다”고 했다.

캐나다는 ‘비동의 영상물 유포’를 5년 이하 징역의 중범죄로 규정해 처벌한다. 비동의에는 당사자 의사 확인 부주의까지 포함했다. ‘사적인 이미지’의 뜻을 형법에 새로 규정해 재판부가 자의 해석할 여지도 없앴다.

미국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통, 업로드, 독려하는 행위도 ‘제작’ 정의에 포함해 초범에 최소 징역 15년형을 선고한다. 단순 소지나 시청 행위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캘리포니아주는 사이버 전담부서를 설치해 온라인 성착취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정부와 포털, 방통심의위원회가 그간 소극적이던 피해자 보호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변호인단의 원민경 변호사는 정부가 △미신고 피해자가 안전하게 신고할 통로와 절차를 마련하고, △의료‧상담‧법률지원을 제공하며 △2차피해를 막도록 게시물 삭제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변호사는 포털을 비롯한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가 피해자 정보를 알리는 게시물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형 포털이 제공하는 ‘자동완성어’ ‘연관검색어’를 통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n번방’ 표현과 함께 유포됐다. 그는 “피해자가 지난해 요청해 삭제한 이름도 최근에 검색량이 많아지다 다시 검색어에 올랐다. 피해자와 가족은 매일매일 모든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신고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의 근본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원 변호사는 “현행 법령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신상이 게시돼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시물을 임의로 삭제 ‧게시중지할 수 있다. 피해자가 반복 신고하지 않더라도 게시물과 검색어가 삭제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변호사는 방통심의위도 사업자를 강제해 피해자 인적사항 신속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방통심의위는 사진‧영상물 포함 게시물을 24시간 이내 삭제조치하지만, 피해자의 인적사항은 일반게시물로 분류해 신속처리하지 않는다. 그는 “피해자 인적사항 게시물에도 24시간 이내 삭제조치하는 한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에게도 삭제 의무를 부여하라”고 밝혔다.

노선이 공대위 활동가는 이날 취재진을 향해 “여전히 피해자의 정보가 포털 검색어에 오른다. 기사를 쓰면서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기사 작성이나 2차피해 검색을 유도하지 않도록 유의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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