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설명하는 뉴스에 부리또가 나온다. 재료 하나하나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화학적 결합을 상징한다. 토마토를 절반으로 쪼개 남북 분단에 빗댄다. 이질적인 남과 북을 설명하면서 토마토 반쪽이 양파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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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의 유튜브 채널 ‘서울경제 썸’(이하 썸)의 콘텐츠다. ‘썸’은 경제 뉴스 등을 해설하는 영상을 주로 제작해 올린다. 2018년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온라인저널리즘어워드에서 “스톱모션·그래픽·펜아트·레고 등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시사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해왔다”며 특별상을 시상했다.

‘썸’을 총괄하는 서울경제 이연선 디지털미디어센터 온라인운영팀장과 강신우 디지털미디어부 기자를 20일 서울경제 사옥에서 만났다. 

▲ 서울경제썸 콘텐츠 갈무리.
▲ 서울경제썸 콘텐츠 갈무리.

이연선 팀장은 “조회수나 구독자가 많은 채널은 주로 정치색이 뚜렷하고 선명성을 강조한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이슈지만 그 내용이 어려울 경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콘텐츠를 주력으로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근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된 ‘타다금지법’ ‘데이터3법’ 등 뉴스에 자주 등장해 익숙하지만 쟁점이 복잡한 이슈를 설명한다. 넷플릭스나 맘스터치같은 특정 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해설하기도 한다. 

이 같은 특징은 주요 시청층이 서울경제 신문 구독자보다 10~20살 정도 낮은 결과로 나타났다. 댓글에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 많다. 통일 영상의 경우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봤다는 댓글을 썼다고 한다. 쉽고 의미 있어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내용 측면에서 쉬운 해설을 강조한다면 형식적으로는 도구를 활용한 시각화가 특징이다. 강신우 기자는 “우리의 메인 슬로건이 ‘한땀한땀’이다. 신문사는 방송사와 다르게 영상 소스가 부족해 이를 보완하려고 했다. 미니어처를 쓴다든가, 소품을 활용해 사안을 빗댄다. 한 장면 한 장면 도구를 써서 스톱모션으로 만든다”고 했다. 스톱모션은 사물을 조금씩 움직이며 사진을 찍는 애니메이션 기법이다. 다른 언론사에서도 시도한 방식이지만 꾸준히 만드는 곳은 많지 않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이슈를 설명하는 영상이 많은데 경쟁이 될까. 강신우 기자는 “속도전만 놓고 보면 다른 영상에 밀리는데,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 정리된 이슈를 보고 싶을 때 우리 콘텐츠가 비교우위에 있다”며 “시의성에 영향을 덜 받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시진핑 이후 중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영상은 조회수 150만회를 기록했다. 중국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영상 조회수가 오른다고 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 해설 영상은 돼지열병 이슈가 나올 때마다 등장한다. 

▲ 영상 제작 작업 중인 서울경제 정수현 기자.
▲ 영상 제작 작업 중인 서울경제 정수현 기자. 사진=서울경제 제공.

시각화 영상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콘텐츠 하나당 일주일 가량의 제작 기간이 걸린다. 이연선 팀장은 “레고, 보드게임, 식재료 등 소재를 계속 찾고,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적절한지 계속 고민한다. 잘 터지는 이슈는 스크립트도 좋지만 시각화와 잘 맞아 떨어질 경우”라며 “계속 제작하니 노하우가 쌓이고, 레고는 어떤 상황에서 또 쓸 수 있을지 응용력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썸’ 영상은 영상 기자들과 편집국에서 파견온 기자들이 만든다. 영상 기자인 강신우 기자는 “편집국에서 온 기자들은 사안을 좀 더 깊게 보고 있고, 내용 구성에 강점이 있다. 영상기자는 영상 구성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영상은 기자 개개인마다 기획, 제작, 편집을 독립적으로 맡는 게 특징이다. 상황에 따라 협업도 한다. 

이연선 팀장은 편집국 ‘펜 기자’ 출신이다. 그에게 글 기사와 영상은 어떤 점이 다른지 물었다. 그는 “뭐가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들다. 창과 칼이 각각의 장점이 있는 것처럼 기사도 마찬가지”라며 “영상이 중요한 이유는 신문을 잘 안보는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에 훨씬 진입장벽이 낮다. 기자 입장에서도 ‘이렇게 쓰면 이해할까’ 좀 더 친절한 콘텐츠를 고민하게 된다. 유튜브 영상은 피드백이 즉각적인 것도 특징이다. 댓글 등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하다”고 했다. 

▲ 서울경제 강신우 기자가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 제공.
▲ 서울경제 강신우 기자가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 제공.

편집국 기자들이 영상제작을 맡게 되면 ‘출입처’와 멀어지는 걸 우려하지 않을까. 이연선 팀장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기자들이 온다. 여기에서 자신이 그동안 취재해온 분야의 출입처 기반을 활용하고 있다. 하루하루 뉴스를 쏟아내는 건 아니지만 영상 제작 과정에서 현장을 끌어들이면서 취재하고 있어 단절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썸’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썸’과 ‘서울경제’ 채널을 분리했다. 서울경제 채널은 기획성 다큐멘터리, 현장 영상 중심으로 두고 ‘썸’에는 해설 영상 단일 정체성을 강화했다. 강신우 기자는 “성격이 다른 콘텐츠가 있으면 오히려 구독자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연선 팀장은 다양한 시도를 테스트하면서 나아갈 계획이라며 “당장은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더라도 유의미한 콘텐츠를 계속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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