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을 홍보하는 듯한 방송을 내보낸 SK스토아에 의견진술 절차가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선방심의위·위원장 강대인)는 26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SKT 자회사인 T커머스 쇼핑업체 SK스토아가 선거방송심의 규정 ‘공정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 선방심의위 안건으로 홈쇼핑 판매 방송이 올라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SK스토아 깨끗한 나라 휴지 판매 방송.
▲지난 18일 방송된 SK스토아 깨끗한 나라 휴지 판매 방송.

SK스토아는 지난 18일 생활용품 화장지 ‘깨끗한나라 언제나 니곁에 총 90롤’ 판매 방송을 했다. 쇼호스트와 출연자들은 선거운동 차량과 유사하게 제작된 스튜디오에서 분홍색 점퍼와 ‘1등’이라고 적힌 어깨띠 등 선거운동원 복장을 착용했다.

남성 쇼호스트가 “제가 떴다하면 난리가 나죠. 깨끗한 나라 만들겠습니다. 깨끗한 나라 원하십니까”라고 외치자 청중이 박수를 치거나 양손 엄지를 드는 동작과 함께 환호했다. 이날 판매한 화장지 가격은 2만5910원. 여성 쇼호스트는 숫자 ‘2’가 강조된 가격 패널을 보여줬다.

▲지난 18일 방송된 SK스토아 깨끗한 나라 휴지 판매 방송.
▲지난 18일 방송된 SK스토아 깨끗한 나라 휴지 판매 방송.

이후 해당 방송은 미래통합당 선거운동을 연상케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쇼호스트와 출연자들이 입은 분홍색 점퍼가 미래통합당 상징색인 ‘밀레니얼 핑크’와 비슷하고, 숫자 2를 크케 강조하면서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진 것.

그러자 SK스토아는 논란이 된 방송 내용을 지난해 12월부터 네 차례 방송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을 홍보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또 “의도하지 않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방송을 하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심의위원 8인은 전원의견으로 ‘의견진술’ 절차를 결정했다. 강대인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방송이 시작됐다 해도 지난 18일 방송은 사전 선거 운동이라는 오해를 주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정인숙 위원은 “충분히 오해할 만한 방송이다. 왜 이런 발상으로 판매 방송을 기획했을까. 관계자를 불러서 이야기를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상호 위원도 “T커머스는 방송사업자라는 마인드가 없다”고 비판한 뒤 “의견진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방송하는 곳이라면 공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온라인 홈쇼핑 채널들은 이런 의식이 희박했다. 이제부터라도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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