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모친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시신 운구 장면을 자세히 촬영해 방송한 방송사들에 ‘행정지도’가 결정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위원장 허미숙)가 2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YTN ‘YTN24’, MBN ‘굿모닝 MBN’ 등 방송사 뉴스가 방송심의규정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에 반영되지 않는 경징계다.

▲지난해 10월29일 대통령 모친 별세 소식을 전한 지상파 3사 리포트화면 갈무리.
▲지난해 10월29일 대통령 모친 별세 소식을 전한 지상파 3사 리포트화면 갈무리.

이들 방송사들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시신 운구 장면을 구체적으로 촬영한 화면을 그대로 방송했다. 흐림처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민원인들은 “고인과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불쾌하고 부적절한 보도”라며 방통심의위에 심의 민원을 넣었다. 논란이 일자 방송사들은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해당 영상 부분을 삭제했다. 

이날 의견진술에서 방송사들은 뉴스 시간 임박 전 부산에서 서울로 영상이 급하게 송출돼 편집이 어려웠고 현직 대통령 가족상이 처음이라 화면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메인뉴스에서 이 소식을 다룬 지상파 3사(KBS·MBC·SBS) 책임자들은 메인뉴스 시간 직전 영상이 도착해 편집 과정이 소홀했다고 해명했다. 

김휴동 KBS 보도영상주간은 “제대로 데스킹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라이브 방송 중 부산에서 그림이 좀 늦게 도착했다. 데스킹 과정이 소홀했다”고 말했다. 나준영 MBC 뉴스콘텐츠 편집부장도 “리포트 제작 과정에서 현장 영상이 좀 늦게 도착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편집하느라 미처 흐림처리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진송민 SBS 보도본부 정치팀장 역시 “20시에 뉴스가 시작인데 19시52분에 영상이 업로드돼 편집을 시작했다. 방송 직전이었고 예를 갖춘 상황으로 오판했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창원 MBN 부국장은 “이번 기회로 편집 준칙을 마련했다. 현직 대통령 모친께서 돌아가신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실수할까 싶어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나준영 MBC 편집부장은 “한국영상기자협회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이라는 책자가 올해 배포했는데, 개정 작업을 하면서 이 부분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장명호 YTN 보도국 영상에디터는 “대통령 모친께서 돌아가신 건 초유의 일이다. 영상이 들어와 편집하면서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사건 사고 시신 운구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하는데 대통령 모친 시신 운구 장면을 모자이크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전례가 없어 이렇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보니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심의위원 5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김재영·이소영 위원,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전원 의견으로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은 유가족과 시청자 입장에서 불쾌했을 보도라고 지적했다. 허미숙 위원장은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머니 임종 직후 시신 이동 과정이나 유족의 헝클어진 모습을 그대로 방송하는 건 시청자에게도 유족에게도 상처”라고 주장했다. 박상수 위원도 “아무리 급하더라도 데스킹 과정이 중요하다. 유가족과 시청자에게 대단히 큰 상처인 방송”이라고 말했다. 

전광삼 상임위원 역시 “굳이 저렇게 시신을 운구하는 장면까지 보여줄 필요는 없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영 위원은 “이런 일 자체가 초유의 상황이라 언론사도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감안해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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