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조주빈씨의 암호화폐 지갑(은행계좌에 해당)에 최대 32억원의 자금흐름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와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조씨가 박사방에 돈을 보내라고 공지한 암호화폐 지갑 추적결과를 보도했는데 “조씨가 박사방 운영 등에 활용한 ‘이더리움’ 암호화폐 지갑에서 최대 32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포착했다”며 “국내 301개, 국외 80개, 개인지갑 132개 등 총 513개 지갑에서 8825이더(이더리움 단위)가 입금된 내역”이라고 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조씨는 적어도 2018년부터 성착취물을 제작했고 지난해 7월부터 n번방에 이름을 알렸으며 박사방 가입비로 최대 200만원의 암호화폐를 회원들에게 요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가 총기와 마약판매 등을 미끼로 다수 사기범죄를 저질렀는데 경찰은 성착취를 비롯한 각종 범죄 수익에 암호화폐 지갑 사용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한겨레는 3면 “조주빈 ‘암호화폐 지갑’, 2018년에 이미 10억 쌓였다”에서 “조씨는 고액방 입장을 원하는 회원에게만 일대일 비밀채팅으로 자신의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알려줬다”며 “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맛보기방’ 등에서 ‘암호화폐를 후원금으로 송금하면 언제든 고액방에 입장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래서 정작 박사방에 있던 사람 중에서도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아는 회원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 25일자 한겨레 3면 기사
▲ 25일자 한겨레 3면 기사

 

그러다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던 지난 11일, 조씨는 ‘문의방’을 만들어 회원 11명에게 후원금을 입금할 ‘모네로(조씨의 주 거래계좌)’ ‘이더리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주소 3개를 공지했다. 조씨 모네로 계좌엔 조씨 집에서 압수한 현금 1억3000만원보다 많은 2억~3억원의 암호화폐가 보관됐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2면 “조주빈, 가상화폐(암호화폐)로 거래 감추고 ‘현금 던지기’로 추적 피해”에서 조씨가 암호화폐로 돈을 받으면서도 자금흐름을 피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를 보면 조씨는 회원들에게 암호화폐 구매대행업체인 A사에 모네로 구매를 의뢰하게 한 뒤 A사는 모네로를 구입해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회원은 구매한 모네로를 박사가 지정한 거래 주소로 전송한다. 박사방 운영 직원이 거래소 등에서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현재 A사와 거래한 회원 명단은 경찰에서 수사 중이다. 

이렇게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꾼 강아무개씨는 봉투에 이를 담아 이 현금을 직원 김아무개씨가 거주하는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 소화전에 넣고, 김씨가 현금을 편의점 택배나 계좌이체 등으로 조씨에게 보내는 수법이다. 또는 조주빈이 인천 자택 주변에 직원들이 ‘던지기’한 현금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이 16일 조씨 검거 당시 자택에서 현금 1억3000만원을 발견했는데 당시 조씨는 “나는 박사가 아니라 직원”이라며 “돈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 25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 25일자 동아일보 2면 기사

 

경향신문은 8면에서 미성년자 청착취물을 제작·유포·소지한 사람을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관련 사건은 어떻게 처벌받았는지 살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선 성착취물 제작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을 규정하지만 소지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했다. P2P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영상 8개를 배포하고 컴퓨터에 아동·청소년 사진 2664개를 저장한 ㄱ씨는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처벌이 약한 사례가 많았다. 

이 신문은 “아청법상 제작·유포·소지 관련 범죄는 양형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성착취물 제작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협박했는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는지 형량 결정에 고려했는데 아청법은 피해자가 성착취물 촬영에 협조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제작하면 처벌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아청법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하도록 유인하는 소위 ‘그루밍’은 처벌 조항이 없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사례들이 더러 나온다”며 “아동복지법은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면 처벌한다고 규정한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만난 17세 피해자와 주종관계를 맺고 오프라인에서까지 범행을 이어간 판결에서 법원은 아청법과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 25일자 국민일보 만평
▲ 25일자 국민일보 만평

 

최근 텔레그램 성착취방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도 있다. 경향신문은 “‘박사’ 선정적 보도…‘디지털 성착취’ 문제 본질 흐린다”란 기사에서 범죄사실과 무관한 행적을 인용한 보도, 가해자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는 보도 등을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24일 조씨 얼굴을 1면에 공개하면서 봉사단체에 가입해 장애인을 돌봐 주변에서 선량한 청년으로 비쳤다고 한 보도, 뉴스1이 조씨가 다닌 대학 관계자 말을 인용해 ‘학점 4.0에 완벽주의 면모를 보였다’고 전한 것 등의 보도를 언급했다. 또 조씨 정치성향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진 것도 거론했다. 

경향신문은 “모두 조씨가 저지른 범죄와 무관한 정보들”이라며 “조씨 신상에 주목한 보도는 성범죄 원인이 그의 성격적 결함에 있었다는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폭력이 물리적 성폭력에 비해 경미한 범죄라는 인식, 유사 범죄가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던 현실을 먼저 짚어야 한다”고 했다. 또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보도가 오히려 범죄자의 영웅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 입을 통해 했다. 

또 “자극적 보도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처음 경찰에 신고하고 공론화한 대학생 기자 ‘추적단 불꽃’이 유튜브에서 “청와대 청원에 언급한 영상을 목격한 건 ‘n번방’이나 ‘박사방’이 아닌 클릭 몇 번이면 들어갈 수 있는 쉬운 방”이었다며 “사건을 자극적이게만 다룬 뉴스는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한 것을 전했다. 

▲ 25일자 서울신문 만평
▲ 25일자 서울신문 만평

 

SBS가 조주빈씨의 실명을 보도한 23일 이후이자 경찰이 신상공개를 결정하기 전인 24일 조간까지 조씨를 실명으로 보도하지 않았던 한겨레는 25일 3면 ‘알려드립니다’에서 한겨레 ‘범죄 수사 및 재판 취재 보도 시행 세칙’에 따라 실명공개를 이유를 알렸다. 

한겨레는 “n번방 사건 피의자 조주빈씨는 불특정다수의 아동과 여성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해 금전적 이득을 챙겼고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고 있다”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조씨 실명을 보도하는 것이 공익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사회적 거리 두기’란 용어를 ‘물리적 거리 두기’로 바꿔 표기한다고 알렸다. 이 신문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람들끼리 사회적 단절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어 ‘물리적 거리 두기’로 표현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2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감봉” “휴직” “급전” “방어”’
국민일보 “‘n번방’ 관전자들도 공범 간주 엄벌한다”
동아일보 ‘文대통령 “기업 흑자도산 막겠다”’
서울신문 “닷새만에 2배…100조+α 긴급자금 푼다”
세계일보 “100조 풀어 기업·금융 ‘돈맥경화’ 뚫는다”
조선일보 “대기업까지 지원 100조 긴급 투입”
중앙일보 ‘문 대통령 “기업 도산 막겠다” 100조 긴급수혈’
한겨레 “‘성착취’ 조주빈, 암호화폐 계좌에 32억 포착”
한국일보 ‘“도산 막아라” 기업구호자금 2배 늘려 1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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