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모 전 KBS 부사장의 4·15 총선 출마 소식에 KBS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권력 감시견이 정당의 애완견으로 바뀌었다”거나 “부적절 행보를 규탄한다”며 자사 언론인의 정치권행을 비판했다. 지난달 19일 퇴임한 정 전 부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순번 8번으로 당선 안정권이다.

KBS 기자협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정필모 전 부사장 출마를 규탄한다”며 “공영방송 KBS가 독립성과 신뢰성을 얻도록 이끌어야 했던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정당에 줄을 섰다니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KBS 윤리강령을 보면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나 정치 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정 전 부사장이 진행자나 제작·취재 담당자는 아니지만 독립성을 보장한 규정 취지에 비춰보면 정치권행은 ‘언론 윤리’ 차원에서 비판 받을 소지가 크다.

▲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미디어오늘.
▲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사진=미디어오늘.

 

KBS 기자협회는 “사실상 예비 정치인이었던 정 전 부사장이 재임 시절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와 KBS 이익 중 어느 것을 중시하며 직무를 수행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 전 부사장은 K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진실과미래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아 인적 청산 작업을 진두지휘했고,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인터뷰 보도 논란이 벌어졌을 때 시청자위원회에 참석해 ‘뼈아픈 반성과 성찰을 했다’고 머리를 숙였다”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는 “진실을 향해 파고 들었던 30년의 기자 생활과 공영방송 독립을 위한 지난한 투쟁의 날들이 고작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위한 밑천이었는지 묻는다”고 꼬집은 뒤 “정치권력을 비판하던 감시견이 34일 만에 정당의 애완견으로 바뀐 현실에 괴로워하는 후배들에게 정 전 부사장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정 전 부사장 출마 소식을 들은 KBS 구성원 입맛은 쓰기만 하다”며 “언론 현업단체들의 추천 인사로 후보자가 됐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추천을 고사할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 전 부사장은 추천을 고사하지도 않았다.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입장을 표명하지도 않았다. 언론을 통해서야 뒤늦게 이런 사실을 접한 대부분 KBS 구성원들이 더 큰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정 전 부사장뿐 아니라 KBS 시청자위원장인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순위승계 예비자’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공영방송 KBS 공정성과 신뢰도에 또다시 상처가 남게 됐다”며 두 사람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정 전 부사장은 2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 일요일 (시민당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미디어 제도와 관련법이 20년 전 체제에 머물러 있다. 달라진 환경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도 개선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출마 입장을 밝혔다.

정 전 부사장은 KBS 내 반발과 우려에 “충분히 이해한다. 후배들이 걱정하고 비판하는 것을 다 받아들인다. 내가 안고 가야 할 짐이자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언론개혁이라는 소명을 달성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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