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대표 이두영·이성덕)이 고 이재학 PD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인다. 청주방송은 이달 초부터 홈페이지 개편에 들어갔다. 최근 2년 방영분만 온라인 다시보기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재학 PD는 2년 전인 2018년 4월 해고됐다.

청주방송은 지난 2일부터 자사 홈페이지 개편을 시작해 이달 말이나 오는 4월 중 완료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뀐 홈페이지는 접속 날짜로부터 최근 2년까지만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홈페이지도 최근 2년만 검색되도록 임시 설정했다. 청주방송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2010년대 초반 모든 방영분에 검색과 열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이재학 PD가 조연출‧연출에 참여한 프로그램을 개편 뒤엔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가 2018년 4월 말 해고되기 직전까지 연출한 프로그램은 올 4월까지만 열람이 가능한 탓이다. 현재로선 2018년 3월 이전 교양‧시사 방영분을 검색이 아닌 ‘TV’ 탭에서 종영프로그램 버튼을 눌러 확인할 수 있다.

뉴스리포트의 경우도 최근 2년보다 앞선 보도는 다시보기 서비스 일체가 중단됐다. 이 조치는 과거 리포트에 광범위한 보도 비리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이뤄졌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4일과 11일 청주방송이 2015~2018년 동안 낸 리포트 중 대주주 두진건설과 이두영 회장이 연관된 취재윤리 위반 사례를 확인해 보도했다.

▲이재학 PD가 연출한 프로그램 검색결과 URL에 접속하면 뜨는 화면. 청주방송 홈페이지
▲이재학 PD가 연출한 프로그램 검색결과 URL에 접속하면 뜨는 화면. 청주방송 홈페이지
▲고 이재학 PD가 연출한 ‘시사매거진 인’ 2014년 3월28일 방영분 엔딩 크레딧. 청주방송 홈페이지 개편 뒤엔 열람이 차단된다.
▲고 이재학 PD가 연출한 ‘시사매거진 인’ 2014년 3월28일 방영분 엔딩 크레딧. 청주방송 홈페이지 개편 뒤엔 열람이 차단된다.

이 PD 사망 진상조사위원회가 답보 상태에 놓이고 과거 청주방송 보도에 고발이 잇달던 시점 대대적인 홈페이지 개편이 결정된 점은 공교로운 대목이다. 이두영 청주방송 회장은 지난 16일 직원조회에서 내부제보자 색출 의사를 밝히고 고인을 모독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청주방송이 사건 규명과 문제 해결에 협조하지 않은 채 책임 회피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재연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청주방송은 이 PD 사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지겠다고 하지만 말뿐, 실제로는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공식 홈페이지 자료 지우기에 나선 건 명백히 책임 회피이자 흔적 지우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주방송은 “홈페이지 용량 확보를 위한 작업으로, 이 PD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청주방송 관계자는 “전체 뉴스 다시보기를 제공하고 재생오류를 줄이기 위해 개편에 들어갔다. 2월 말쯤 개편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사장 보고를 거쳐 결정됐다”며 “특별한 의도에서 나온 결정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외부인이) 자료를 요청하면 회사 공식 절차를 거쳐 (홈페이지에 없는 방영분도) 열람 가능토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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