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정치 심의 바꾸겠다던 민주당 어디로 갔나
정치 심의 바꾸겠다던 민주당 어디로 갔나
20대 미디어 공약 이행분석… 22개 중 7개만 일부 이행, 표현의 자유 공약 ‘역행’ 

4·15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디어 기구개편 공약 등 미디어 분야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디어 공약이 미미한 미래통합당과 비교되는 행보다. 그러나 정작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미디어 공약을 분석한 결과 이행하지 않은 공약이 다수였다. ‘공약 남발’보다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시한 언론·미디어 관련 공약은 22개다. 지역 미디어 지원, 신문산업 진흥, 콘텐츠 산업, 표현의 자유 신장, 언론자유 정책 등으로 분산돼 있다. 22개 공약 가운데 완전히 이행한 공약은 하나도 없었고 ‘콘텐츠 제작 및 유통질서 확립’ ‘미디어 관련 기구 지역인사 포함’ ‘지역방송 지원 강화’ ‘공동체라디오 활성화’ ‘지역미디어센터 활성화’ ‘종편 특혜 정상화’ ‘해직언론인 명예회복 및 언론탄압 진상규명 추진’ 공약은 일부 이행했다.

표현·언론자유 공약 번복 역행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긴 하지만 다수당이 아니기에 이행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공약을 내놓은 이후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번복 또는 역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심의 관련 공약이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언론자유 공약으로 “정치적 심의 배제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개편 및 심의규정 대폭 수정”을 제시했다. 방통심의위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이고, 심의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민주당 집권기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관련 논의가 없었다. 

반면 정용기 미래통합당 의원이 방통심의위 야당 추천 위원을 2배 늘려 여야 균형을 맞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19대 국회 때만 해도 최민희, 신경민 의원 등이 야당 추천 위원을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야당이 주도하고 여당이 침묵하면서 문제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 악순환이다. 

▲ 2018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대책 합동 브리핑을 취소하고 돌아가고 있다. 이효성 위원장은 정부여당 주도의 강력 대책안에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 연합뉴스
▲ 2018년 10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대책 합동 브리핑을 취소하고 돌아가고 있다. 이효성 위원장은 정부여당 주도의 강력 대책안에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 연합뉴스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정책은 공약과 실제 정책 방향이 달랐다.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 △임시조치 제도 개선 △다양한 인터넷 도구에 의한 ‘표현의 자유’ 보장, 자율규제 제도화 △정치적 행정심의 불허 및 명예훼손죄 남용 방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임시조치 제도개선은 매년 방통위가 정책 과제로 언급하지만 입법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문제는 국회가 나서지 않아 지난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미디어오늘이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특히 20대 국회 들어 ‘가짜뉴스’ 이슈가 표현물 규제 개선 논의를 삼키면서 오히려 표현물 규제 방안에 무게가 실렸다.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공약의 연장선상에서 방통심의위는 4기 정책과제로 ‘자율규제 전환’을 제시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심의규정상 악법인 ‘사회질서 혼란’ 조항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대통령에 대한 허위정보에도 적용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가 반발했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간판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논란이 됐다. 사장 선임이 공영방송 이사 3분의 2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골자로 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으나 집권 후에는 시민참여 등을 통한 제3의 방식을 제안했다. 반대로 법안 논의를 반대하던 미래통합당은 야당이 된 후 ‘특별다수제’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대립했다. 특별다수제가 되면 여당이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할 수 없게 된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과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과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민주당과 공조했던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열망이 높았던 언론개혁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언론에 대한 기득권 정치 세력의 태도는 진보 vs 보수가 아닌 권력 vs 비(非)권력의 문제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여야가 바뀌면서 정략적으로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 패키지였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확보’ 공약은 민주당이 일관되게 요구했으나 미래통합당이 시종일관 강력하게 반대했다. 

종편 특혜환수 등 일부 이행

완전 이행은 되지 않았으나 정부여당 등의 노력으로 7개 공약이 일부 이행됐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에 따른 종합편성PP 규제 정상화’ 정책은 종편 ‘의무송출’ 철회를 골자로 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부 개선했다. 

‘지역미디어센터 활성화’ ‘공동체라디오 활성화’ 등 공약도 일부 이행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신태섭 이사장 체제에서 지역 시민사회와 미디어센터의 협업을 늘렸다. 방통위가 공동체라디오방송 활성화 정책을 세우고 우수 콘텐츠 제작비 2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공동체라디오 허가 기한 연장, 신규 공동체라디오방송 설립 검토 등도 이어졌다. 이들 정책의 경우 해당 공약의 일부인 지역미디어센터 협의체 구성, 공동체라디오 정책 일부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완전한 이행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지역방송 공약의 경우 지배구조, 거버넌스 부문에서 가시적인 변화는 없었으나 지원 부문에서 일부 개선은 이뤄졌다. 방통위는 2020년 지역방송 지원부문을 확대했다.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방송광고 활성화 사업에 16억4000만원을 배정했다. 2020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여당 의원 주도로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냈다.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사진=민중의소리.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사진=민중의소리.

‘미디어 관련 기구 지역인사 포함’ 공약은 명문화되지 않았으나 김재영 충남대 교수가 방송통신심의위원이 되는 등 위원 선임 과정에서 지역 인사 안배를 위한 노력이 있어 ‘일부 이행’으로 평가했다. 

‘특권과 반칙 없는 미디어’ 부문 공약 가운데 갑질 문제는 일정 부분 개선됐다. 문재인 정부 범정부 대책을 추진하면서 방통위의 외주제작 가이드라인 마련, 재허가 재승인 과정에서 관련 부문 심사, 실태조사 정례화 등이 이뤄졌다. 표준계약서 비율도 크게 늘어난 점은 성과다. 외주제작, 독립PD 등 단체들과 한빛미디어센터 등 시민사회가 노력한 결과이기도 했다. 다만 청주방송 사례에서 보듯 여전히 현장의 개선점이 남아 있어 완전한 이행으로 보기 힘들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20-03-29 11:23:17
집시법 폐지를 공약해보자. 이것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관례상 만장일치(법안심사 소위<관례상 만장일치> →상임위 →법사위<관례상 제1야당> →본회의)되는 부분이 많아야 한다. 의원 수는 국민 민의를 반영한다. 그런데 미통당 의원이 많다면, 그대는 법 발의조차 못 할 것이다. 왜? 국민이 총선에서 의원 수로 이미 마음을 표현했지 않은가. 진보가 통합해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의원 수가 적고 진보가 통합이 안 되는데, 누가 법안 발의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어차피 법안 소위에서 계류될 게 뻔하다. 난 지금까지 줄곧 너무 극단적으로 가지 말고 탐욕을 버리라 말했다. 의원 수 확보가 중요하다고 누차 말하는데, 정의당은 박빙 지역에 후보를 내고 No 타협으로 일관했다. 누구 잘못이고, 누가 가장 피해를 볼까.

수구인사들방해만없었다면 2020-03-29 09:39:57
모든공약이행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