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현장 기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됐던 대구 지역 취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23일 발행한 KBS 사보에는 취재 현장을 지킨 KBS 대구방송총국 기자의 기고가 실렸다. 정혜미 기자는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왔던 순간의 보도국을 ‘전쟁터’로 묘사했다.

정 기자는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기 무섭게 확진자 수는 빠르게 늘어갔다. 지난 2015년 당시 메르스를 겪긴 했지만, 이번엔 전파 속도가 달랐다”며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날마다 새로운 상황이 쏟아졌다. 곳곳에서 방역 혼선이 생겼고, 병상과 의료진은 부족하고, 사람들의 혼란과 불안은 커져만 갔다. 이런 상황을 처음 마주하는 취재진도 마찬가지였다”고 술회했다.

▲ 코로나19 확산에 현장 기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됐던 대구 지역 취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18일 KBS 뉴스9 앵커와 기자가 현장을 중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화면 갈무리.
▲ 코로나19 확산에 현장 기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됐던 대구 지역 취재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18일 KBS 뉴스9 앵커와 기자가 현장을 중계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화면 갈무리.

사건 사고 발생 시 기자에게 ‘현장 방문’은 필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확진 환자들이 모인 대학병원에 취재를 나가 현장을 중계하면서 “혹시 내가 고위험군이 되는 건 아닐까. 혹여나 직장 동료들에게,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현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철수 지시가 내려왔지만, 취재원들이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등 취재 풍경도 예전과 달라졌다고 한다.

정 기자는 “마스크 대란 취재 중 길에서 인터뷰를 하던 한 시민은 제게 ‘기자 아가씨, 우리 한 2m 정도 떨어져서 이야기합시다’라고 먼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취재 현장의 풍경도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진도 마스크 대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현장 취재는 매일 나가야 하는데, 마스크는 떨어져 가고… 약국 갈 시간조차 없었다. 물론 약국에 가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겠지만. 회사에서 몇 장씩 주는 마스크로 근근이 버텼다. 마스크가 없어 쓰던 마스크를 몇 날 며칠씩 쓰는 후배들도 있었다. 마스크 대란을 취재하지만 정작 취재진 역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씁쓸한 상황들을 마주해야 했다.”

정 기자는 “확진자 수가 연일 세 자릿수로 집계됐을 때, 대구 도심이 텅텅 비기 시작했다. 상점들은 줄줄이 문을 닫고 도로 위 차량도 크게 줄었다. 번화가에서도 사람 찾기가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 23일 발행한 KBS 사보에는 취재 현장을 지킨 KBS 대구방송총국 기자의 기고가 실렸다. 정혜미 기자는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왔던 순간의 보도국을 ‘전쟁터’로 묘사했다. 사진=KBS 사보 갈무리.
▲ 23일 발행한 KBS 사보에는 취재 현장을 지킨 KBS 대구방송총국 기자의 기고가 실렸다. 정혜미 기자는 대구에 첫 확진자가 나왔던 순간의 보도국을 ‘전쟁터’로 묘사했다. 사진=KBS 사보 갈무리.

정 기자는 그러면서도 “어려운 세입자들을 위해 임대료를 안 받는 임대인부터, 재고가 많이 남은 가게의 음식을 팔아주기 위해 달려온 시민들, 마스크를 기부하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주는 식당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그래도 살아가야죠’, ‘다시 힘을 조금씩 내야죠.’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지만, 많은 시민들은 다시 일상을 되찾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대구의 일상을 전했다.

정 기자는 “완전히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진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건, 안전하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힘을 내고 있다는 것. 무작정 움츠러들지 않으면서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사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정 기자는 23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면서 ‘이겨낼 수 있다’는 한 마음으로 뉴스를 만들고 있다. 그 시간들 속에서 ‘동지애’가 커지는 것 같다. 이 시간들이 역사로 차곡차곡 기록될 것임을 알기에 동료들과 현장에서 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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