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에 없는 내용을 제목에 달고, 격리 시설에 수용 중인 중국 우한 교민 어린이를 클로즈업 촬영한 사진을 포토 뉴스로 내보낸 한국경제와 연합뉴스가 제재를 받았다.

신문사들의 자율규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신문윤리위·위원장 박재윤 변호사)는 지난달 12일 제939차 회의를 열고 한국경제와 연합뉴스의 코로나19 관련 보도에 ‘주의’를 결정했다.

▲제939차 신문윤리위원회 회의 결과. 신문윤리위는 연합뉴스가 보도한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은 미디어오늘이  모자이크 처리를 더 강하게 해 수정했다.
▲제939차 신문윤리위원회 회의 결과. 신문윤리위는 연합뉴스가 보도한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은 미디어오늘이 모자이크 처리를 더 강하게 해 수정했다.

한국경제는 지난 1월30일 “‘천안 간다더니 우리가 호구냐’…아산·진천 주민, 트랙터로 도로 봉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정부가 코로나19 시국에 중국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 장소를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해당 지역 주민 반발 여론을 정리한 것이다.

문제는 ‘천안 간다더니 우리가 호구냐’라고 붙인 제목이다. “당초 천안으로 결정했다가 주민 반대로 아산으로 다시 정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송달상 아산시 온양 5동 이장단협의회장) “천안에서 갑자기 아산으로 변경한 것은 합리적 판단이 아니라 내부적인 힘의 논리로밖에 볼 수 없다”(아산시의회 기자회견) 등 주민 반발 여론을 전하는 인용문 5개를 썼다.

하지만 어디에도 ‘호구’ ‘우리가 호구냐’ 등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 1월30일자 한국경제 보도.
▲지난 1월30일자 한국경제 보도.

제재 사유는 신문윤리실천요강과 재난보도준칙 위반이다. 신문윤리실천요강 ‘보도준칙’ ‘재난보도’ 부분을 보면 “재난이나 대형사건 등을 보도할 때 상황과 상관없는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재난보도준칙 ‘감정적 표현 자체’ 조항도 “선정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신문윤리위는 “제목이 본문 내용을 왜곡한 것인 데다가 재난이나 대형사건 보도에서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한 윤리강령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1월31일 “‘14일간 격리’ 진천 도착한 우한 교민 어린이”라는 제목의 사진 뉴스를 보도했다. 우한에서 귀국한 어린이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진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후 해당 사진 보도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된 보도였지만 누리꾼들은 “기자 본인이 같은 상황이라면 기꺼이 사진 찍혀도 좋은가” “이 사진에 무슨 공익이 있나요” 등 비판 댓글이 달렸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어린이 보호’ ‘어린이 취재보도’ 부분을 보면 “기자는 부모나 기타 보호자의 승인 없이 어린이(13세 미만)를 대상으로 인터뷰나 촬영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재난보도준칙 ‘미성년자 취재’ 조항도 “13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취재하지 말라”고 한다.

신문윤리위는 “교민들 움직임이 국민 관심사이긴 하지만 재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숙소를 허락 없이 망원렌즈로 촬영한 건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특히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보호자 동의 없이 촬영 공개한 점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신문윤리위 위원은 총 13명이다. 한기봉 독자불만처리위원, 장명국 내일신문 사장, 이동현 전 경향신문 사장, 이상언 중앙일보 논설위원, 고미석 동아일보 논설위원, 강희 경인일보 지역사회부장, 김봉철 아주경제 정치부 차장,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정선구 한국신문협회광고협의회장·중앙일보 광고사업본부장, 이선기 전자신문 대표, 신미희 전 한국YWCA연합회 홍보출판부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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