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회의가 범여권 비례연합정당(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 ‘가자환경당’을 두고 “‘환경정책’의 내용과 철학에 대해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각 종교 환경단체 등 40여개 환경단체들이 20일 한국환경회의 이름으로 “‘가자환경당’, 우리는 그러한 정당을 알지 못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한국환경회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비례연합정당 파트너로 ‘가자환경당’과 함께한다고 결정했다. 우선 환경정책이 정당의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환경정책’의 내용과 철학에 대해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우선 지난 2월27일 창당한 가자환경당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회의는 “가자환경당이 가진 우리 사회의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 대한 고민과 정당으로서의 기능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이들이 정당을 통해 정치를 하고자 하는지, 대변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누구인지, 어떤 철학과 신념을 기반으로 정책을 발표했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가자환경당을 “우리나라에서 ‘세계기후환경정당회의’ 멤버십을 가진 유일한 정당”이라 설명한 것을 두고도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 ‘세계기후환경정당회의’의 실체를 알려주길 바란다. 전세계 녹색정당의 네트워크는 ‘글로벌 그린스’”라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시민을위하여 등 5개 정당은 17일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공식 당명은 '더불어시민당'이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시민을위하여 등 5개 정당은 17일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공식 당명은 '더불어시민당'이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가자환경당’의 공약은 지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행방법과 재원조달방안은 없으며 캠페인 중심의 공약으로 점철되어 있다.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대안 ‘정책’으로서 수준미달에 가깝다. 과연 더불어시민당 아니 더불어민주당이 생각하는 녹색정치란 무엇인가. 혹시 녹색조화(造花)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나아가 더불어시민당 창당이 선거법 개정 취지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선거법 개정의 목표는 민의를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당으로서 신념이나 철학도 오리무중인 소수정당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과소대표되거나 과대대표된 국회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결국 민주당은 입맛에 맞는 정당들을 줄세우고 ‘선택’했다. 시민사회가 그간 요청해온 수많은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들은 실종되었으며, 급조된 이합집산의 정치만 남았다”는 주장이다.

이어 “표계산과 의석수에 대한 집착이 낳은 급조된 정당의 ‘녹색 라벨’은 정치와 민주주의 본질을 왜곡할 뿐이다. 정치가 외면한 목소리를 더 담을 수 있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탄생한 선거법 개정의 결말이 겨우 급조된 정당과의 급조된 이합집산이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비극”이라며 “정치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고민과 사회적 숙의와 내실 있는 공약을 채우는 것이지 실체조차 모호한 ‘환경’ 정당에 의석수를 ‘하사’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시민을위하여’와 일부 소수정당(가자환경당·가자평화인권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이 참여하는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맺고, 18일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켰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지세력인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인사가 주축인 시민을위하여는 연합정당 후보들을 담는 소위 ‘그릇용 정당’(플랫폼정당)으로 16일 창당(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록)됐다.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선거용으로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통합당 인사들을 공천하는 ‘꼼수’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앞서 진보진영 원로 주축의 정치개혁연합 제안으로 녹색당, 미래당, 민생당, 민중당 등과 비례연합을 논의했으나 “(선거)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시민을위하여 등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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