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예쁜 가게를 보고 ‘나도 내 가게 해 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가게에 가서 ‘여긴 한 달에 얼마 벌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었던 적도. 이 궁금증을 대신 취재해준 잡지가 있다.

‘브로드컬리’라는 로컬숍 연구잡지다. 넓다는 뜻의 ‘Broad’와 지역을 뜻하는 ‘Locally’를 합친 이름이다. 각 호의 제목은 직설적이다.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목침같이 두꺼운 책 형태의 잡지를 펼쳐보면 직설적이어서 민망할 정도의 질문들이 펼쳐진다. 얼마를 버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벌었는지, 빚은 얼마인지, 이게 정말 원하는 일상인지 등. 책을 읽고 나면 ‘나는 가게를 할 수 없겠구나’, 혹은 ‘이 정도면 나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가게를 하기 전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미디어오늘은 16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브로드컬리 조퇴계 편집장을 만났다.

▲브로드컬리
▲브로드컬리 5호. 각 호마다 '돈은 얼마나 모아뒀나' 등의 세세한 질문이 들어있다. 

-브로드컬리는 공통적으로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말한다. 최근 퇴사 관련 콘텐츠들이 많은데기존의 콘텐츠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브로드컬리가 다룬 빵집, 제주도, 퇴사 모두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책 중 어두운 부분에 대한 조명은 덜 돼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 책들을 읽으며 제일 궁금했던 게 ‘정확히 얼마를 모아두고 나왔지?’, ‘적자가 어디까지 쌓였던 거고 어느 정도 갚아나가고 있는지?’, ‘처음부터 돈이 많아서 시작한 건지?’ 이런 부분이었다. 그 추측들을 해소할만한 콘텐츠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 부분을 제일 열심히 물었다. 기업 분석의 툴을 차용한 건데 이를 참신하게 봐주시는 독자분들이 많았다.”

-증권사에서 퇴사해 잡지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애널리스트가 장래희망이었고 취미활동은 카페나 빵집 등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한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 들어가게 됐고 기업 분석 일을 했다. 대부분 회사에 어떤 불만이 있어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특별한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회사에 기업분석을 잘하는 분들이 많았고 내가 차별성 있게 일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관심사를 돌아보니 차라리 기업 분석 틀과 사고방식을 차용해 카페나 빵집을 분석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책의 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가게 하지 말라는 것 같다’는 반응과 ‘더 하고 싶어졌다’는 부류로 나뉜다. 왜 같은 글을 읽고 다른 반응이 나오는지 생각해봤는데 ‘호기심’을 하고 싶은 일로 여기는 경우 호기심이 해결되면 마음이 달라지니 전자의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이 책에는 가게를 하면서 힘든 이야기가 많다. 진짜 가게를 하려는 분들은 어디까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그림을 가져갈 수 있다. 다른 분들이 힘들었던 부분을 미리 알면 ‘이 정도는 다들 겪는 일이구나’라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게의 매출이나 일상에 대해 집요하게 물으니, ‘혹시 이 사람 가게 하려고 준비하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 ‘가게 열 때 써먹으려고 남의 영업 노하우를 물어보고 다니는 거냐?’는 질문. 내가 가게를 하고 싶어서 물어보는 건 아니다. 가게를 하시는 분들의 노력을 소비자가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물어본다. 가게를 위한 노고를 알게 되면 음식이나 음료의 금액에 대해 인식이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건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16일 서울 명동 한 카페에서 조퇴계 편집장을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16일 서울 명동 한 카페에서 조퇴계 편집장을 만났다. 사진=정민경 기자.

-한 책에 가게 인터뷰가 7곳 들어간다. 섭외 과정은 어떤가.

“방법은 없고 그저 돌아다닌다. 특히 제주도 편의 경우, 이주 3년 차 이하의 사람들을 찾아다녔는데 섭외만 두 달이 걸렸다. 이주한 지 몇 년이 됐는지 그냥 가서 물어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제주도 같은 경우 100군데 넘게 섭외를 위해 찾아다녔고 일곱 군데를 취재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예산이 없어서 한 달 반 동안 킥보드를 타고 다녔다. 다만 퇴사자가 차린 가게의 경우에는 좀 더 섭외가 수월했다.“

-가게에 가서 ‘얼마 버시나요’, 같은 걸 물어보면 답을 잘 해주나.

“터놓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여러 질문으로 추정해나간다. (보통 인터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보통 5시간에서 10시간 정도 인터뷰를 한다. 밥도 함께 먹는다. 노하우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기술이 없어 핵심적인 것을 빠르게 못 물어보니까 시간을 길게 잡고 물어볼 수 있는 걸 최대한 물어본다.“

-1년에 책을 1권 낸다. 어떤 싸이클인가.

“우선 기획을 1달 정도 한다. 기획이 잡히면 섭외를 1~2달 정도 한다. 편집도 2달 정도 걸리고 디자인도 1달 정도다. 제작하는데 1달. 다 따지면 6개월 정도 나온다. 6개월 정도는 책을 홍보하고, 또 가게들을 돌아다니고 준비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터뷰 후 녹취를 푸는 일이다. 3~4일 정도 걸린다. 인터뷰 7개를 두 달 정도 편집을 한다. 제주도 편은 섭외가 가장 어려웠다. 주제마다 어려운 점이 다르긴 하다.“

-기획 과정에서 주제를 정하는 방법은 어떻게 되나.

“첫 번째로는 개인 관심사다.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관심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독자가 읽었을 때 삶에 도움이 되는지. 세 번째는 팔 수 있는 주제인가. 이 세 가지를 고려한다. (팔 수 있는 주제인지는 어떻게 판단하나.) 사람들이 이미 관심이 있고 이해도가 높은 부분을 공략한다.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나오면 그걸 설명하는데 자원이 많이 필요한데, 기존에 사람들이 이미 많이 알고 있는 분야는 다른 각도로 조명하고 어필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작은 팀 규모에도 판매가 가능한 전략인 것 같다.“

▲조퇴계 편집장이 명동의 한 카페 겸 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다. 사진= 정민경 기자.
▲조퇴계 편집장이 명동의 한 카페 겸 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다. 사진= 정민경 기자.

-브로드컬리가 자주하는 질문을 되묻겠다. 브로드컬리로 얼마나 버나.

“매출은 월 700만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후 한 달 운영비로 쓸 수 있는 게 400만원 정도 남는다고 보면 된다. 이를 취재비나 생활비로 사용한다. 풀타임이 저 한 명이고 다른 사람들은 본업이 있는 정도의 규모기에 유지가 가능하다. 2015년에 창간호를 만들 때 400만원을 들고 시작했는데 3년 정도는 월 매출 100만원 정도였다. 부채는 3000만원 정도였다. 인쇄할 때마다 돈을 빌려야 했다. 사실 4호를 마지막으로 그만두려고 했다.“

-어떤 계기로 매출이 늘게 된 건가.

“제주도 책을 마지막으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는 디자인에도 내가 개입을 했는데, 마지막 호니까 디자이너에게 전권을 줬다. 그때부터 책이 팔렸다. 저의 모자람을 그때 알게 됐다. 디자인을 바꾸고 나서 매출이 20배가 늘었다. 똑같은 텍스트였는데 말이다. 그 이후로는 저는 텍스트만 작업하고,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긴다.“

-퇴사하고 가게를 하고 싶다거나, 1인 출판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떻게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발생시킬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저 ‘노력하면 돈은 따라오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경제적 성과는 매우 중요하다. 요즘 ‘직업으로서의 독립출판’이라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출에 관한 부분을 상세하게 알려드린다. 출판을 전업으로 하려는 사람에게 정확히 얼마의 매출인지 알려주면 판단이 분명히 달라진다. 반대로 ‘그거 돈 안 될 걸’하는 분에게도 또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여러모로 궁리를 하다 보면 큰 경제적 성과는 아니어도 굳이 배고프게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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