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공동대표는 20일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지난 10년간 언론이 성장해야 할 시기에 성장하지 못했다”며 “언론이 가장 기초적인 조건을 가지고 싸우느라 발전하지 못했지만, 시민들은 언론 무용론 주장보다 좋은 언론을 소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언련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민언련 사무실에서 제23차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민언련 새 공동대표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교 교수와 김언경 전 민언련 사무처장이 추인됐다.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서연 기자.

앞으로 김언경 공동대표와 민언련을 이끌 김서중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 나눴다.

-학자 출신 교수다. 언론 관련 사회운동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

“나는 79학번이다. 80년대는 한국에서 독특한 시대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닐 당시 많은 대학생이 나가 운동을 했다. 하지만 학교에 남은 친구들도 전반적으로 자유와 민주주의가 소중하다는 경험을 직간접 경험을 했다. 학교에 남았던 사람들은 우리가 공부하는 학문이 사회변화에 기여 해야한다고 인식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는 학생이었다. 사회에 나와서 자연스레 학자로서 언론 관련 사회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민언련 공동대표가 된 게 아니더라. 언제부터 민언련 활동을 했나?

“1990년 광주대학교 출판광고학과 교수가 됐다. 87년 대선 이후 언론들의 왜곡 보도 행태가 심각했다. 92년에 총선보도감시연대가 생겼다. 당시 서울엔 이런 단체가 많았지만, 광주엔 아무런 조직이 없었다. 광주에서 뜻이 맞는 언론학자들과 함께 총선보도감시연대를 결성했다. 이후 광주·전남 지역에서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 만들어 활동했다.”

-민언련 공동대표를 이전에도 하신 적이 있다.

“맞다. 2007년 3월에 공동대표를 했었다. 1998년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92년부터 민언련(당시 언협) 활동을 했기 때문에 올라오자마자 8월경 서울 민언련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 오는 것처럼 정책위원을 맡는 게 당연했다. 민언련은 2006년 처음 대표제가 만들어졌다. 당시 대표가 3명이었는데 최민희 대표가 당시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되고, 김동민 대표도 나갔다. 현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인 신태섭 선생님이 단독 대표로 남게 돼 보충하는 의미로 내가 1년간 공동대표를 함께 했다.”

-이 당시 가장 중요한 언론 이슈는 뭐였나?

“당시 언론계 화두는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었다. 하나는 기자실 통폐합, 또 하나는 기자가 굳이 기자실에 오지 않아도 홍보실에서 기사 쓸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다. 모두에게 똑같은 정보를 주면 그걸 기반으로 추가 취재를 하거나 좀 더 분석해서 기사를 쓰는 게 정착돼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이 잘 정착됐다고 평가하나?

“유명무실화됐다. 기자실 통폐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기자실을 전 언론사를 대상 개방했다. 그런데도 기득권 언론은 브리핑할 때만 타사 기자들을 들어오게 허락했다. 기득권 언론은 조중동, 한겨레, 경향신문, 지상파 3사, YTN, 연합뉴스 등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작은 인터넷 언론들의 취재가 자유로웠지만, 정권이 바뀌면 유지가 안 될 것 같아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만든 것이다. 이후 이명박 정권이 기자실 제도를 원위치시키고 공영방송 등 언론사와 정부 간 충돌이 생기면서 언론이 스스로 발전할 시기를 놓쳤다. 언론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아주 기초적인 조건을 가지고 싸워야 했다. 언론 이외의 영역은 확 변했는데, 언론은 그러지 못했다.”

-현 언론의 문제는 무엇인가?

“언론이 생산하고 있는 기사나 프로그램 질이 낮다고 평가해도 할 말이 없다. 언론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언론자유’라는 아주 기본적인 요건을 위해 싸우느라 자신들의 기사나 프로그램의 질을 더 향상할 기회를 놓친 상황에서 무한경쟁 상황에 놓였다. 언론사가 무한정 늘고 경쟁이 심화됐다. 결과적으로 평가해보면 기사를 포함한 콘텐츠 질이 낮다. 재미나 수준의 문제를 떠나 저널리즘 원칙에 맞는 기사를 생산하고 있나? 오타부터 시작해서 취재의 기본원칙을 지키고 있지 않다.”

-언론 불신 시대, 언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언론이 반성하고 변해야 하지만, 언론 현상 자체는 여전히 중요하다. 지금의 언론이 없다면 사회는 유지될까? 언론이 생산하는 콘텐츠 질이 낮다고 이야기하지만, 질을 따질 필요 없는 다양한 정보들이 사실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SNS나 유튜브에서 얻는 정보 8~90%는 언론이 생산한다. 정보를 직접 취재해 유튜버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언론 무용론’ 시대 어떻게 해야 하나?

“소비자인 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언론을 비판하는데 언론은 정말 사라져도 좋은 건가? 좋은 언론이 존립하려면 기자에게도 ‘좋은 기사를 쓰면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언론인들도 흙 파먹고 살 수는 없다. 재원은 소비자에게 온다. 시민들도 자극적인 기사, 자신의 입맛에 맞는 확증편향적 기사만 좋은 기사라 여기지 않고 민주주의에 기여 하는 정말 좋은 기사를 알아봐 주고 소비해줘야 한다. 민언련은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상 등을 통해 시민들이 좋은 기사가 뭔지 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두고 묻고 싶다. 특정 언론사에만 상이 집중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집단적 노력을 통해 좋은 보도를 결정한다. 각계 추천, 활동가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이후 심사위원들이 여러 시간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좋은 언론 좋은 보도라는 건 경쟁 관계에서 기준을 잡기 쉽지 않다. 시상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잘하던 언론이 늘 잘 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한 토론과 논의 등 노력을 통해 시상하고 있지만, 정량적 기준틀을 만드는 것도 고민할 것이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시상 명단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좋은 보도가 있다면 시상할 수 있나? 어느 언론사든 상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어느 언론사에나 열려있다. 다만 이런 상황은 있을 수 있다. 특정 사안에 있어서 이제까지 계속 왜곡보도 등 문제되는 보도를 하다 어느 날 딱 한 번 눈에 띄는 보도를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을 주는 건 좀 웃기지 않나?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좋은 보도를 한다면 어떤 언론사든 당연히 상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임기 동안 민언련을 어떻게 이끄실 계획인가?

“이끈다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 말이다. 민언련은 84년에 생긴 조직이고 그분들이 유지해온 가치가 있다. 그게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내가 대표가 된다고 해서 어떤 특별한 계획과 전망으로 민언련이 움직이는 게 결코 아니다. 공동대표와 사무처장, 운영위원회, 이사회, 정책위원회, 미디어위원회 등 조직도 있고 그거보다 더 중요한 ‘회원’이라는 구성원이 있다. 조직을 중심으로 민언련이 운영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언론이 변하려면 언론과 시민사회가 맺는 관계 변화도 있어야 한다. 과거엔 시민들이 다 바쁘게 살고 세상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기술 발전 등으로 사람들이 자기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열렸다. 언론도 노력해야 하지만, 시민들도 언론개혁 운동 등 권리행사 노력을 해야 변화가 이어지고 결국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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