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10시30분 청와대에서 ‘제1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정부가 미증유의 비상 경제 시국을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가동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문 대통령은 “50조원 규모의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비상인 상황에서 “정부의 돈을 풀어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라고 말했다.

▲20일자 서울신문 1면.
▲20일자 서울신문 1면.

그러나 오전 정부 대책 발표에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오후 12시5분부터 20분간 ‘서킷브레이커’(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를 중단하는 것)를 발동했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600억달러(한화 76조8000억원)’ 규모의 6개월짜리 통화스와프(마이너스 통장처럼 달러를 꺼내 쓸 수 있는 제도)를 체결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신문들은 일제히 1면에 금융 관련 소식을 담았다.

▲20일자 동아일보 3면.
▲20일자 동아일보 3면.
▲20일자 한겨레 1면.
▲20일자 한겨레 1면.

경향신문 : 전 세계가 ‘줄도산 공포’ 묻지마 달러 확보 전쟁
국민일보 : 문 대통령, 50조 비상금융 조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동아일보 : 공포에 갇힌 시장, 달러 빼곤 다 판다
서울신문 : 한미, 6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체결
세계일보 : 中企(중기)·소상공인에 ‘50+α’ 긴급 수혈
조선일보 : 한미 통화스와프, 금융위기 때 2배인 600억달러
중앙일보 : 한·미 600억 달러 통화스와프, 금융불안 급한 불 껐다
한겨레 : 1500도 무너졌다
한국일보 : 한미 600억 불 통화스와프…달러 가뭄 ‘숨통’

신문들은 문 대통령이 가동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나온 금융지원 대책안을 두고 입장을 냈다. 보수언론은 코로나19 비상 상황을 이유로 들며 문재인 정부의 원래 정책 기조를 친기업·친시장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자 중앙일보 3면.
▲20일자 중앙일보 3면.

중앙일보는 3면에 “주52시간·최저임금·부동산정책 다 바꿔야 산다”라는 제목으로 최중경(전 지식경제부 장관이라는) 객원기자 글을 실었다. 최중경 객원기자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며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우리 산업의 복원력 상실이다. 금융위기 때는 환율 급등으로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좋아져 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됐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고 운을 뗐다.

최 객원기자는 지금은 안 되는 이유 두 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중국의 빠른 추격이다. 두 번째는 우리의 문제다. 정부 정책이 산업경쟁력을 깎아 먹는 쪽으로 가고 있다.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무제에선 해외에서 주문이 몰려오더라도 소화할 방법이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경제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기업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물론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소비를 진작하는 대책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응급 처방에 신경 쓰더라도 산업 대책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의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빨리 빠꿔야 한다. 부동산정책도 빨리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자 조선일보 사설.
▲20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중앙일보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정책 기조를 반(反)기업·친노조에서 친기업·친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국 증시의 폭락세는 그동안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시장에 형성된 정부에 대한 불신·불안감이 가시게 해야만 위기 대응책이 제대로 먹혀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끝에 “소득주도 성장, 경직된 주 52시간, 각종 규제 등을 대폭 혁신하고 노동 개혁을 통해 경제의 복원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희망을 갖고 생존 장기전에 나설 수 있다”고 썼다.

▲20일자 한국일보 사설.
▲20일자 한국일보 사설.

다른 언론들은 정부의 50조 지원 정책을 두고‘ 신속한 집행’에 성패가 달렸다고 내다봤다. 한국일보는 “이번 대책의 효과는 문 대통령 지적대로 ‘지원 속도’에 달렸다.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뿐 아니라, 지원 업무를 처리할 창구 직원에 대한 면책 보장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도 “굼떠서 상황을 개시하기 어렵다.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집행해야 이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자금 지원 규모를 늘려도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때 쓸 수 없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정부 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은행들도 ‘비 오는데 우산 뺐는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적극적인 동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자 서울신문 사설.
▲20일자 서울신문 사설.

서울신문은 정부 금융조치가 ‘재난기본소득’을 빼고 유동성만 제공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은 “초미의 관심사던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언급은 빠져 아쉽기 짝이 없다”며 “미국조차 그제 1000달러를 현금지원하고 일보도 5만엔 현금지원을 하기로 하는 등 현실적인 정책을 결정한 직후이므로, 한국 정부의 현금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