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보건용 마스크 착용만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마스크 대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5부제 시행에도 공급 부족이 여전하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초기 개인위생을 지나치게 강조해 대란을 초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몇차례 바꾸면서 정리된 현행 권고와 맞지 않는 마스크 배급정책도 문제다.

대응초기 개인실천 강조하다가 대란·불신 자초

당국의 마스크 착용 권고는 크게 3차례 바뀌었다.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올바른 마스크 착용’ 카드뉴스를 보면, 코로나19 감염 초기인 1월29일엔 “일반마스크를 써도 될까? 쓰지 않는 것보단 낫지만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경우는 안내하지 않았다.

그러다 2월5일엔 병원 근무자만 KF94․99 마스크를 권장하고 일반인은 KF80을 사용해도 효과 있다고 했다. 7일 뒤 2월12일엔 KF80 권장 대상도 4가지로 한정한 뒤 “혼잡하지 않은 야외와 개별공간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배포된 기준은 가장 세세하다. 식약처는 3월3일 마스크 착용보다 휴대폰 등 위생관리, 사회적 거리 확보, 실내 환기 등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 KF80 이상은 △호흡기 증상자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자 △의료기관 방문자 △감염 위험이 높은 다중접촉 직업군 △건강취약계층과 기저질환자가 군중모임·대중교통 등에서 2m 내 타인과 접촉하는 경우에만 권장했다. KF94 이상은 감염 의심환자를 돌보는 경우 착용토록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정부가 마스크 공급 부족으로 책임론이 일자 자의로 권장 대상을 좁힌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국제기구와 전문가들은 현행 기준이 의학적으로 더 올바른 권고라고 강조했다. 정부 권고는 세부 내용도 종전보다 촘촘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마스크 착용 권고사항 카드뉴스. 1월29일(왼쪽 위), 2월12일(오른쪽 위), 3월3일(아래)배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마스크 착용 권고사항 카드뉴스. 1월29일(왼쪽 위), 2월12일(오른쪽 위), 3월3일(아래)배포.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 단체 입장을 종합하면, 마스크는 유증상자 혹은 유증상자의 밀접접촉자만 쓰는 게 원칙이다. WHO는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돌보는 사람 △기침이나 재채기 하는 사람만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했다. 대한약사회는 성명에서 “보건용 마스크 필요성이 과하게 강조된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 의심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나 건강 취약계층이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땐 KF 인증마스크를 써야겠지만, 건강한 성인은 면 마스크만 써도 타인의 침방울을 막는다고 안내했다.

정부가 확산 초기 마스크 착용을 필요 이상 강조한 배경은 뭘까? 정부로선 자원과 시간이 드는 지원체계 확립보다 개인 실천 강조가 손쉬운 선택이었다. 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는 감염 확산 초기 공공인프라 확충 등 재정이 드는 정책보다 개인 위생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 메시지는 과도한 마스크 수요를 불러왔고, 이는 가이드라인을 바로잡은 뒤 오히려 정부 불신이 커지는 등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부 여전히 ‘이중신호’, 의료현장‧취약층은 태부족

문제는 정부가 마스크 기준을 마련하고도 ‘이중신호’를 보낸다는 점이다. 보건용 마스크를 의료현장과 취약계층에만 권장했지만, KF 인증 마스크 생산량 절대다수를 일반에 선착순 판매하는 등 기준대로 배급하지는 않고 있다. 의료인은 마스크 부족에 시달리고, 간병인은 아예 지급받지 못한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는 19일 총 820만장 가운데 전국 약국‧우체국‧하나로마트를 통해 580만장, 의료기관에 190만장, 대구‧경북에 50만장이 풀렸다.

감염 피해는 병원 근무자 가운데서도 취약계층에 집중된다. 지난 13일엔 77세 간병노동자가 자신이 돌보던 환자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이 간병노동자는 생전 병원으로부터 마스크를 한 번도 지급받지 못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충북대병원, 강원대병원 간병노동자들은 지금까지 병원에서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했다.

▲한 병원에서 마스크 재사용을 위해 마련한 마스크 걸이. 대한전공의협의회 제공
▲한 병원에서 마스크 재사용을 위해 마련한 마스크 걸이. 대한전공의협의회 제공

고용노동부는 간병인 마스크 지급이 병원 의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코로나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에서 위생관리에 필요한 보호구와 위생물품 지원 대상을 하청‧파견·용역 노동자와 배달종사자, 특수형태고용종사자로 확대했지만 실제 이뤄지는지는 감독하진 않는다.

권은혜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의료현장은 마스크가 절대 부족한 데다 지급도 차별적이다. 코로나19 감염은 정규직·비정규직·간접고용 등 고용관계에 따라 발생하지 않는데, 환자 돌보느라 5부제 마스크를 사러 나갈 시간도 없는 간병노동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했다.

정작 꼭 필요한 의료현장엔 마스크가 부족해 재사용하는 일이 허다하다. 의료연대본부는 대구의 한 지정병원은 하루 마스크 사용량이 5600장인데 수급량은 3000장뿐이라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병원에 따라 마스크를 5일에 한 번 교체하기도 하고 아예 지급 안 되는 곳도 있어, 전공의들이 별도로 마스크걸이를 마련하거나 이름을 표시해 재사용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고 밝혔다. 대구지역에 긴급파견된 전공의들은 “격리 환자들에게 공급할 마스크도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취약층 무상배급, 근본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원해야

의료시민단체는 정부가 취약계층과 의료기관을 마스크 지급 우선순위에 놓고, 특히 취약층은 무상배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등 4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부는 사회 우선순위 통제 없이 마스크를 약국에서 선착순 구입하도록 해 국민 불편과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비상시기 마스크와 의료보호용구, 감염대응자원은 공적으로 관리⋅유통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기관⋅기저질환자⋅노인⋅취약계층에 우선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대란을 완화하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제 가능하도록 정책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진한 국장은 “콜센터 집단감염에서 보듯 밀접접촉이 불가피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많다. 해고나 불이익 우려 없이 유급휴가를 쓰거나 재택근무 하도록 정부가 제도를 마련하고 생계지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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