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학 PD 사망 사태를 수습 중인 청주방송이 되려 직원들에게 사태 책임을 묻고 내부고발자는 색출해 내보낸다는 의지를 보여 노조가 엄중 경고했다. 노조는 보도와 편성이 대주주에 종속된 게 근본 문제라며 매체 공공성을 담보할 소유·경영 분리 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지부장 장원석)는 18일 “‘네 탓 공방’ ‘노조패싱’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다” 제목의 성명을 내 이재학 PD 사망을 둘러싼 회사의 부적절한 대응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이두영 회장이 지난 16일 아침 조회 때 한 각종 막말에 대한 비판 입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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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사옥 앞 가로수에 매달린 고 이재학 PD를 추모하는 리본.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사옥 앞 가로수에 매달린 고 이재학 PD를 추모하는 리본. 사진=손가영 기자.

먼저 청주방송지부는 훼손된 보도 독립권을 꺼냈다. 지부는 “‘개발길목마다 보도로 뒷받침?’, ‘아파트 홍보 리포트’, ‘경쟁사 비판 보도’ 청주방송 보도가 대주주 두진건설 이익을 대변한다는 미디어 비평 매체의 기사 제목”이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자본에 종속된 보도와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 무너지고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지부는 청주방송이 수습 과정 중 노조를 배제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사장주재 국별 간담회가 열렸으나 노조와 사전 협의도 없었고 급작스럽게 추진돼 구성원 숙의도 모을 수 없었단 지적이다. 지부는 “경영진은 사태 해결을 위한 직원회의라고 변명하지만, 그동안 사태해결을 위해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한 노동조합을 ‘패싱’하겠다는 의도로 충분히 해석된다”고 항의했다.

지부는 “이 자리에서 이재학 PD 사건 관련한 노사 공동기자회견이 제시됐다”며 “사태가 시작된 지 40일이 지나도록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상황에서, 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 사원들에게 다시 무거운 짐을 다시 지운다”고 반발했다.

지난 16일 이두영 회장의 부적절한 발언은 청주방송 내에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이재학 PD 사망사건의 책임 소재를 두고 “여러분이 해결해야 할 문제고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문제”라 말했다. 이 회장은 “사태가 이렇게 가면 정말 회사 문 닫는다”고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이 문제 해결 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내부고발을 조사해 회사를 와해시킨 사람들을 제거시킨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부는 “외부세력에 대항해 회사 측에 서야 한다는 압력으로 읽힌다”며 “지금까지 노조의 중재 노력이 없었다면 죄 없는 일반 직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런 노조를 회사와 같은 배를 타지 않으면 적으로 돌리겠다는 발상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썼다.

지부는 사측 내부고발자 색출 의지에 “사회적 비난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어리석은 자멸수”라며 “사내외에서도 이재학 조사위를 ‘제보자 색출 조사위’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방송지부는 이와 관련해 회사에 △주주총회 전 보도 공공성을 담보할 소유·경영 분리 로드맵을 선포하고 △경영위기론으로 직원을 겁박하는 행동을 중단하며 △노조 배제 등을 중단하고 직장 문화를 전환할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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