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아무개씨가 논란이다. 최씨는 은행예금 잔고 증명서를 위조해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300억원대 잔고 증명서들이 위조된 문서였다는 것으로 동업자 안아무개씨 형사재판에서 최씨의 법정 증언과 증거로 이미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최근 집중 보도한 사건이다. 이를 다룬 지난 9일 방송분 시청률은 10%에 육박했다. 그만큼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주제다.

뉴스타파는 나흘 뒤 윤 총장 부인인 김건희씨가 ‘잔고 증명서 위조 사건’과 관련 어머니 최씨의 동업자 안씨에게 접대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건넸고 가짜 잔고 증명서를 만든 이도 김씨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다고 보도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 빈소를 조문한 뒤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흥미로운 것은 이 의혹은 MBC에 앞서 신동아가 지난 2018년 8월 단독 보도했다는 사실이다. 윤 총장이 서울지검장 시절이다. 진보 진영 지지자들이 윤 지검장이 진두지휘한 ‘적폐 수사’에 환호할 때다. 이 때문에 당시 보도는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다. 2018년 8월 포털 사이트 ‘다음’에 이 기사 첫 번째 댓글은 “먼 X소리냐. XXX 기자야”였다. 윤 총장 장모에 대한 의혹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그 다음 댓글은 1년 뒤인 지난해 9월 “윤석열을 조사해야 함”으로 추천 740회를 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이후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이 반전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

신동아 보도 후 두 달 뒤인 2018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장제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 의혹을 본격 제기했다. 장 의원은 “장모님이 부인(김건희)의 친구인 김모씨와 짜고 ‘내가 300억원이 있다’는 잔고 증명서를 뗀 것”이라며 거세게 몰아붙였고 윤석열 지검장은 “‘신동아’에 뭐가 났다고 우리 직원이 갖고 왔길래 저는 안 봤다”며 “해당 검찰청에 ‘왜 수사가 안 되느냐’ 이렇게 물어보시든가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건 좀 너무하시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모가 연루된 사건 자체를 모른다는 항변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보충 질의하시죠”(백혜련), “위원장님, 진행 좀 해주십시오”(표창원), “발언시간 끝났는데 그만하셔야지. 나중에 하시면 되잖아”(김종민)라며 장제원 의원 발언을 막았다. 장 의원 다음으로 질의 기회를 가진 백혜련 의원은 “좀 전 질의와 관련해 윤석열 지검장이 아시는 바로는 지금 서울중앙지검 내에 본인과 관련된, 본인의 친인척과 관련된 고소 사건 등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뜻 아닌가”라며 ‘답정너’ 질문을 던졌고 윤 지검장은 “예. 그렇다”고 대답했다. 윤 총장이 조국 일가 수사로 여권에서 ‘적폐’로 몰린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언론도 다르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MBC ‘스트레이트’ 진행자였던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는 지난해 6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윤 총장 장모 최씨를 적극 비호했다. 윤 총장 후보자 청문회가 있기 10일 전 방송이었다. 여권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니면 검찰 개혁이 어렵다는 논리가 판을 칠 때였다. 

주 기자는 당시 윤석열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등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래서 가장 많이 문제 삼고 있는 건 ‘장모님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야기인데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 되기 전 제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자료도 받고 정리도 하고 취재를 해봤다. 깊게 해봤는데 신빙성이 하나도 없다. 문제 제기한 사람은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 유죄 확정을 받았다”며 “그러니까 장모에 대해 막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자동으로 명예훼손에 걸릴 사안이다. 그리고 사기 사건으로 피해를 봤다고 안아무개씨가 떠들고 다니는데 이분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몇 년 전에”라고 주장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 뉴스타파는 김씨와 관련한 의혹을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갈무리.
▲ 윤석열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 뉴스타파는 김씨와 관련한 의혹을 보도했다. 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갈무리.

주 기자는 윤 총장 아내 김건희씨에 관해서도 “저명한 미술 전시 기획자, 즉 큐레이터라고 하면 그림을 팔고 사고하며 중간에서 거간비로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 부인들은 그림을 팔아 돈을 챙겼는데, (김건희씨는) 이런 일을 한 게 아니다. 그림을 한 번도 사고판 일이 없다. 그림이나 미술 작품은 한 점도 소유하지 않았다”며 청렴함을 강조했다. 같은 방송에서 방송인 김용민씨도 “그거(부인 김씨의 재산) 함부로 이야기하면 아내가 (윤석열 총장 후보자와) 결혼 전에 취득한 재산인데 왜 지금 윤 후보자에게 묻느냐는 반론이 나온다”며 윤 총장을 두둔하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뉴스타파가 윤 후보자의 위증 의혹을 제기하자 이른바 진보진영 지지자들과 몇몇 지식인들은 “뉴스타파 후원 중단하다”, “아무데나 총질하면 공정 언론인가”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랬던 이들이 검찰의 조국 수사 이후 “뉴스타파에 사과드린다”며 태세 전환해 화제였다. 

윤 총장 장모 사건 역시 과거 언론과 국회에서 제기된 의혹이다. 그때 “먼 X소리냐”(다음 댓글)라며 ‘적폐의 반격’ 정도로 치부한 이들이 지금은 ‘봐주기 수사’라고 검찰을 질타한다. 장모에 대한 언론과 국회의 문제 제기를 제때 상식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이 사건 진실을 더 빠르게 확인했을 것이다.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까지 윤 총장을 완전무결한 존재로 띄우고, 그를 둘러싼 의혹을 모두 차단했던 이들이 지금은 가장 선두에서 ‘윤석열 아웃’(OUT)을 외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 진의가 의심 받는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장모 최씨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후 지난달 수사에 착수했고, 의정부지검도 가짜 잔고증명서에 속아 투자 피해를 본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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