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워싱턴 포스트의 인공지능(AI) 콘텐츠 관리시스템 아크(ARC)를 도입하면서 업무 시스템이 재편된다. 아크 도입 이후, 지면 기사를 쓰던 조선일보 기자들이 디지털 기사까지 쓰게 되는데 업무 과중과 함께 어뷰징에 대한 우려, ‘조선비즈’와의 혼선도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부터 조선일보 편집국 각 부서에서 온라인 뉴스를 생산하게 된다. ‘724팀’으로 이름 붙인 속보팀도 운영한다. ‘724팀’이란 24시간 7일을 의미한다. 속보팀은 10명 안팎의 팀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업무 방식 변화에 12일 발행된 조선노보에는 내부의 우려가 담겼다. 노보에는 “올해 아크가 도입되면서 조직도, 업무 과정도 많이 달라진다. 당장 열흘쯤 뒤부터 각 부서에서 지면뿐 아니라 온라인용 기사도 출고한다”며 “헌신은 할 수 있지만 명분과 비전 없인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담겼다. 

조선노보에 글을 쓴 조합원은 “우리는 고품격 뉴스를 지향하는가, 아니면 잘 팔리는 뉴스를 지향하는가”라고 묻고 “‘둘 다’라는 답은 결국 ‘이도 저도 아니고 되는 대로 해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임을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퍼스트’와 ‘신문은 신문대로 잘 만드는 것’이 양립할 수 있었다면 경쟁지는 왜 하나만 치중했을까”라고 썼다. 중앙일보가 지면에 투입되는 역량을 최소화하고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로고(왼쪽)와 조선비즈의 로고(오른쪽).
▲조선일보 로고(왼쪽)와 조선비즈의 로고(오른쪽).

‘조선비즈’와의 혼선을 예상하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일보 조합원은 “조선비즈는 상생조직인가 경쟁조직인가”라고 되물으며 “우리도 쓰고 그쪽(조선비즈)도 같은 기사를 쓰는 일은 앞으로 또 반복되나. 이미 조선비즈와 편집국은 경쟁매체처럼 움직인다. 그 때문에 생기는 출혈과 인력, 시간, 에너지 낭비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노보에 글을 쓴 조합원은 “편집국 입장과 조선비즈 기사의 입장이 달라 일선 기자들이 혼선을 빚을 때도 많았다”라며 “조선비즈의 인터뷰와 편집국 인터뷰가 충돌해 피해 보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많이 생기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어뷰징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 글은 “어뷰징 관행은 완전히 없어지나. 디지털 뉴스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클릭 수 전쟁’ 탓에 어뷰징 뉴스를 만드느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진짜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말, 이렇게 체제를 바꿀 때 우리는 이 회사를 그만두려는 인재들의 누출 현상을 막을 묘안이 있는가”라며 “이미 신문사에 오려는 인재는 줄고 있다.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다면 계속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고 물었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 1월에도 노보를 통해 디지털 비전이 없다고 지적한 적있다. 당시 노보에서는 “아크만 도입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디지털 강화의 방향과 큰 그림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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