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영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겸 회장이 부당해고로 다투던 PD가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사건에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며 “내부고발자는 반드시 색출한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사건을 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두고도 대외적으로 협조한다고 밝히고 내부에선 ‘청주방송 음해 세력’처럼 묘사해, 청주방송이 진상조사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도 나온다. 

이두영 회장은 16일 오전 9시 청주방송 건물 7층 강당에서 열린 아침 조회에서 “안타깝고 참담한 것은 인정하지만 과연 CJB가 얼마나 잘못했느냐는 반문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침조회의 ‘회장님 말씀’ 시간은 임직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50분 동안 진행됐다. 이 회장은 청주방송 최대 주주다. 

▲청주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안타깝다는 건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의 사망이다. 이 PD는 2004~2018년 동안 청주방송에서 ‘프리랜서’ 지위로 조연출·연출직, 자회사 업무 등을 맡다 인건비를 올려 달라고 요구한 직후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당해 부당해고라며 청주방송과 다퉜다. 이 PD는 14년 간 정규직과 다를 바 없이 일했다며 자신이 청주방송 노동자라고 주장했다. 1년 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진행했으나 지난 1월 패소했고, 이 PD는 유서에 회사 측이 거짓말을 한다는 억울함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는 이 회장의 자문은 또 나왔다. 이 회장은 10분 뒤에도 “사람이 죽은 건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지만 CJB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며 “이 사회가 법치국가지, 힘만 가지고 하는 세상입니까. 힘으로 밀어붙이면 다 되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57개 노동·언론·인권단체가 모인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대책위)의 대응을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표현했다.

이 회장은 진상조사에도 “조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 대책위가 회사와 유족의 독대를 막는다며 “의도가 무엇이겠냐”며 “이번 사건으로, 한마디로 청주방송 비정규직 다 정규직 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회장은 “비정규직 다 정규직화하면 지금 여러분들도 못 살아가는데 회사는 살아가겠냐”고 반문한 뒤 “지금 저들(대책위)이 요구하는 건 청주방송 흠결내는 것밖에 없다. 그리가면 (수습에) 수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면 이 조직이 어떻게 되겠냐”고 물었다. 

이 회장은 대책위를 배제하라고 직접 밝혔다. 그는 “지금 저들하고 협상 안 된다. 빨리 (회사는) 부모님을 열 번, 스무 번 찾아가던, 당사자는 부모”라며 “부모님에게 제안하고 다 했는데 아들한테 미루고 안 한다? 우리 할 말 있는 거에요”라 말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협상하러 갔는데 안 받아준다. 이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지. 힘으로 하는 국갑니까”라고도 했다. 

이 회장은 이 PD 사망으로 청주방송이 논란에 오른 상황을 언급하며 “아마 회사에서 정규직인데 일하다가 과로사로 죽었다고 하면 아마 회사가 날라 갈 것이다. 지금도 날라가고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조직 와해시킨 내부고발자 제거해야“ 막말 논란

이 회장은 조회 내내 내부고발자 색출 의지도 여러 번 드러냈다. 그는 최근 미디어오늘이 연속 보도한 청주방송 보도 윤리 위반 비판기사를 두고 “이건 내부자 소행이다. 회사를 와해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에 대해 내가 흥분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분 뒤에도 “‘이렇게 회장님이 잘못했다’고 미디어오늘에 자료를 계속 주느냐”며 “내가 노조위원장에게 ‘회장직을 물러날 테니, 이 문제 진상을 규명해서 회사 와해시킨 사람들은 조직에서 제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소속 활동가가 청주방송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CJB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소속 활동가가 청주방송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책임 회피성 발언도 여러 차례 나왔다. 이 회장은 발언 시작 때부터 “이 직장은 여러분 직장이다. 내 직장이 아니”라고 했다. “(이 문제는) 여러분들이 해결해야 될 문제다.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나를 비롯해 모두가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란 말도 했다. 

이 회장은 “PD들은 사무실에 앉아있고 AD, 작가들에게 ‘가서 뭐해와라’ 시키니 사태가 지금 오늘에 이른 거”라며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역대 사장들에게 주문해왔다. PD가 뭘 시키고 하는지, 내가 현업에 있었어도 모른다. 내가 현업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은 발표 사이사이 회사 위기를 강조했다. 그는 “사태가 이렇게 가다간 여러분들 정말 회사 문 닫는다. 알다시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난리 아니냐”며 “질병 문제는 시간이 지나가면 다 해결되지만 이로 인해 경제 상황은 수 년 갈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아침 출근해 광고상황을 보니 작년 이달엔 6억원을 했는데 지금 3억원이더라. 이대로 가면 올해 청주에서 사업하겠습니까”라 물었다. 이어 “여러분 그때는 누구한테 돈 달라 그럴 겁니까”라며 “여러분들이 청주방송이 영 안되면 나한테 또 와서 시위할 거 아니냐. 그럼 ‘권한은 없고 책임은 져라’ 이 얘기 아니냐”고도 말했다. 

이 회장은 “이 문제가 해결되면 나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내부고발 문제를 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회사를 와해시키는 조직에 대한 걸 엄단하도록 지시하겠다”며 아침 조회 회장님 말씀을 마쳤다.

미디어오늘은 이와 관련 지난 17~18일 이 회장 측에 문자, 전화로 연락을 넣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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