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쿠팡맨들 “죽음의 무한경쟁, 새벽배송 중단해야”
쿠팡맨들 “죽음의 무한경쟁, 새벽배송 중단해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쿠팡맨 죽음의 노동으로 채워” 작년 성수기 비해 물량 22% 증가, 시간 압박 여전

신입 비정규직 쿠팡맨이 최근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가운데, 그간 쿠팡이 급증한 주문량을 노동자에 전가해온 배송업무 구조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쿠팡에 새벽배송 중단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오전 서울 대림동 노조 사무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쿠팡지부는 “쿠팡은 언택트(비대면) 배송 등 세련된 표현과 방법으로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쌓았지만, 정작 배송현장의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 결과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부는 코로나19 사태가 기존 쿠팡맨이 감당해온 비정상적 업무 구조를 극대화했고, 그 결과 배송노동자의 사망 사고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현행 쿠팡 배송체제는 노동자에게 물량을 자의 책정해 떠미는 한편, 내부 경쟁을 유도해왔다는 것이다.

▲조찬호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조직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대림동 노조 사무실 대회실에서 열린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조찬호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 조직부장이 18일 오전 서울 대림동 노조 사무실 대회실에서 열린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지부는 쿠팡이 ‘로켓프레시 신선식품’ 서비스를 시작한 뒤 쿠팡맨끼리 시간 내 배송 압박이 극심해졌다고 밝혔다. 현행 새벽배송 제도 아래 쿠팡맨들은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30분까지 70가구에 달하는 1차 물량을 끝내고, 2․3차 배송을 뛴다. 아침 7시까지 할당량을 끝내지 못하면 주변 쿠팡맨들과 나눠 배송(‘셰어’)한다. 이 셰어 기록이 계속되면 해당 노동자는 계약연장에 불이익을 받는다.

쿠팡맨으로 입사 5년차인 정진영 쿠팡지부 조직부장은 “새로 들어온 수습 쿠팡맨은 3개월 뒤 재계약을 위해, 비정규직 쿠팡맨은 계약 연장과 정규직화를 위해 시간 내 소화 불가능한 물량을 군말없이 떠안는다. 다른 쿠팡맨에 뒤처지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했다.

사태는 코로나19로 주문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심화했다. 쿠팡지부가 입수한 회사 내부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A지역의 쿠팡맨 1인당 배송물량은 296건에 달했다. 배송량이 많은 지난해 여름(8월) 242건과 비교해 22% 뛴 숫자다. 배송물량은 이전에도 급증세를 이어왔다. 지부가 쿠팡 내부자료를 입수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전국 쿠팡맨의 1인당 하루 배송물량은 2015년 1월 56.6개에서 2017년 12월 210.4개로 2년 새 3.7배 증가했다.

쿠팡지부는 “이런 상황에서 쿠팡맨들은 무급 조기출근을 마다하지 않고, 휴게시간을 사용하면 바보가 된다”고 했다. 지난 17일 A지역의 B캠프의 관리자(리더)가 소속 쿠팡맨에 공유한 현황에 따르면, 22명 가운데 7명만 이날 휴게시간을 사용했다. 7명이 사용한 휴게시간은 평균 49분에 그쳤다. 1년8개월차 비정규직 쿠팡맨인 조찬호 지부 조직부장은 “1년 미만 퇴사자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건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대변한다”고 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전국민이 지키는 사회적 거리를 노동자들의 노동이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한 배달노동자가 그 공간을 메우려 새벽 노동하다 돌아가셨다. 누군가의 과로노동과 죽음으로 빈 공간을 메워선 안 된다”며 “공공운수노조는 새벽배송을 없앨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쿠팡지부는 △쿠팡맨 휴식권 보장과 새벽배송 중단 △물량 숫자에 더해 무게와 배송지를 고려한 근무환경 마련 △비정규직 쿠팡맨 정규직화 △성실교섭 이행을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오전 서울 대림동 노조 사무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오전 서울 대림동 노조 사무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개인 배송역량과 지역 여건을 종합해 업무를 배정하는 등 인력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증가한 주문량은 플렉스 인원을 약 3배 늘려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코로나19 사태 전후 평균 배송가구수와 물량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월별 배송건수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근무구조가 경쟁 압박을 부른다는 지적에는 “쿠팡 직원의 94%가 계약 연장되고, 법정 근로시간도 준수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이미 현실에서 진행 중”이라고 했다.

쿠팡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아무개씨(46)씨는 지난 12일 새벽 2시 경기 안산 한 빌라의 4층과 5층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입사 4주차였던 그는 생전 가족과 동료들에게 “밥도 못 먹는다.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사망은 지난 13일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평화 2020-03-18 16:08:22
1년8개월차 비정규직 쿠팡맨인 조찬호 지부 조직부장은 “1년 미만 퇴사자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건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대변한다”고 말했다. <<< 1년 미만 퇴사자 비율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