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계도지 예산을 비판하며 홍보비 책정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계도지는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부터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통·반장 등에게 나눠주던 신문으로 ‘관언유착’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해 12월4일자 은평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양기열 은평구의원(미래통합당)은 ‘구정홍보용 신문보급(계도지) 추진 사업’을 가리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지출예산과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예산이 추가됐는데 증액한 이유가 있느냐”고 은평구청 홍보담당관에게 물었다. 은평구청 홍보담당관은 ‘통반장이 추가로 선임되고 주민자치위원회에도 지역신문을 보급할 수 있다는 조례가 생겨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양 의원은 “특정신문이 너무 많은 구독료를 가져가고 있다. S신문 월 구독료가 2000만원, 1개 신문이 1년에 1억 이상 가져가고 있다. 사무실에 나가보면 안 보는 신문이 수두룩하고 다 폐기처리”라며 “6억이라는 예산을 차라리 홍보광고비라도 쓰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주구장창 구독료 늘리기만 해서 휴지통에 들어가는 것 문제 전혀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S신문에 편중한 계도지 예산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구청은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많지 않다고 답했다. 홍보담당관은 “(S신문 구독에) 3~4억까지 쓰는 자치구도 있다”고 답하자 양 의원은 “1개 신문사에 3~4억 들어가는 게 합리적이냐”며 “구청에 유리한 기사를 내기 위해 구독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양 의원이 구의회에 확인을 받고 수요조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구청은 “신문 구독은 구청 재량”이라며 거절했다. 

이런 지적에도 올해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중 계도지 예산이 가장 많은 구는 은평구였다. 은평구는 25개 자치구 중 2018년 4위, 지난해 2위에서 올해 1위로 계도지 예산순위와 규모가 늘고 있다.

▲ 미디어오늘이 각 구청이 밝힌 2020년 예산안 자료와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자료로 확인한 2020년 서울지역 25개구 자치구 계도지 예산. 천원단위 이하는 생략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미디어오늘이 각 구청이 밝힌 2020년 예산안 자료와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자료로 확인한 2020년 서울지역 25개구 자치구 계도지 예산. 천원단위 이하는 생략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미디어오늘은 25개 자치구의 올해 예산안과 일부 구청에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계도지 예산을 취합했다. 계도지 예산이 가장 많은 은평구는 6억2832만원(천원 이하 생략)을 배정했다. 은평구 계도지 예산은 지난해 5억9976만원보다 약 3000만원 정도 늘었다.

서대문구(6억2216만원)와 성북구(6억2105만원)가 뒤를 이었다. 서대문구도 지난해 약 5억6000만원보다 6000만원 이상 늘었고, 성북구는 지난해 약 6억1600만원보다 500만원 가량 늘었다. 

이밖에도 지난해보다 예산을 증액한 자치구는 강서구로 지난해 약 3억9100만원에서 올해 5억1300만원으로 1억2000만원 이상 늘었다. 성동구는 지난해 약 4억6500만원에서 올해 5억400만원으로 4000만원 정도 늘었다. 

계도지 예산이 가장 적은 자치구는 광진구로 2억3699만원이다. 중랑구(2억4462만원)와 마포구(2억9583만원)도 예산이 적은 곳에 속했다. 세 구청의 계도지 예산은 모두 지난해 계도지 예산과 같았다. 

예산규모는 크지만 서초구도 지난해와 올해 모두 5억588만원으로 계도지 예산이 같았다. 

지난해보다 예산을 줄인 자치구도 있다. 노원구는 지난해 약 5억3500만원에서 올해 4억3200만원, 용산구는 지난해 약 3억6500만원에서 3억5300만원으로 각각 줄였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나머지 자치구는 계도지 예산이 증가했다. 

▲ 019년 서울지역 25개구 계도지 예산 현황. 예산안과 달리 일부 예산을 미집행한 경우, 강남구 구로구 등은 10개월치 자료로 1년 예산을 추정하는 등의 이유로 일부 수치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019년 서울지역 25개구 계도지 예산 현황. 예산안과 달리 일부 예산을 미집행한 경우, 강남구 구로구 등은 10개월치 자료로 1년 예산을 추정하는 등의 이유로 일부 수치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25개 구청에서 통·반장이 볼 신문값을 대납하기로 한 총예산은 112억9288만원에 달했다. 지난 2018년 약 108억원, 지난해 109억1400여만원에 이어 증가세다. 

계도지를 포함해 구청이 합리·구체적인 홍보비 집행기준을 마련하지 않아서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독 신문 선택과 구독부수를 정할 때 산정근거가 무엇인지, 지방자치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인지 등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구청에선 이를 제대로 만들지 않은 채 신문사들 이해에 맞춰 계도지 예산을 증가시켰다. 

마포구는 미디어오늘에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과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정부광고법)이 광고비 집행규정이라고 답했고, 마포구와 송파구는 각각 ‘통·반 설치 조례’에서 “통반장에게 신문구독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는데 이를 계도지 지급 근거라고 답했다.

강북구, 광진구, 도봉구, 성북구 등은 ‘구정홍보 효과 등을 종합 고려해 매체별로 협의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객관적 근거가 없으니 신문사나 구청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집행하고 있다. 은평구의회에선 구독·홍보비 집행기준을 만들라는 요구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같은날 은평구의회 예결위 회의에서 정준호 은평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구정홍보의 기준이 뭐냐”며 “예를 들어 지역신문이 15개, 20개, 30개 더 생길 수도 있다. 기준을 어디로 정해 예산을 진행·운영할 것이냐”고 물었다. 

은평구 담당자가 ABC협회 가입과 은평구를 대상으로 2~3년간 발행한 것 등을 기준으로 세우겠다고 답하자 정 의원은 “신규진입을 못하게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콘텐츠 경쟁을 하거나 어느 신문이 더 공익 측면에 부합하느냐, 예산책정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구독료·홍보비 집행에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는 경기 용인시 사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용인시는 올해부터 ‘행정광고 집행기준’을 만들어 시행한다. 용인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최근 한 언론사와 서로 고소한 사건 이후로 기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경기 용인시 행정광고 집행기준. 자료=용인시청 제공
▲ 경기 용인시 행정광고 집행기준. 자료=용인시청 제공

용인시청과 경기경제신문 양측은 시청 광고비 지급을 둘러싸고 지난해 3월부터 갈등을 시작해 쌍방 고소까지 했다. 용인시는 ‘해당 기자가 광고비를 받으려 협박했다’는 입장이고, 기자는 ‘시청이 특정언론사만 차별해 광고를 준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 2019년 서울 25개구 계도지 예산 109억원 넘어]
[관련기사 : 2019년에도 통반장신문 예산 1위는 서울신문]
[관련기사 : 광고비 갈등, 용인시-기자 쌍방고소로 확대]

일부 자치구에선 계도지 예산을 각 부서에서 구독하는 신문 예산과 합해서 공개해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강북구는 정보공개청구에 중앙일간지 3억8700만원과 지역신문 2억3119만2000원으로 총 6억1819만2000원을 계도지 예산이라고 답을 줬다. 다만 지역신문 예산은 통반장에게 주는 계도지 예산과 공무원들이 각 부서에서 보는 예산이 더해진 액수였다. 

강북구 홍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통반장 결원이 생기면 이를 부서에 배치하는데 이 부분이 50~100부 정도로 얼마 안 돼 예산안에 합쳐서 잡았다”고 했다. 이에 통반장에게 주는 지역신문 예산만 추산(약 1억7000만원)해 강북구 올해 계도지 예산을 총 5억5700만원으로 추산했다. 

관악구도 2020년 예산안에는 ‘중앙·지방일간지(통반장신문포함)’ 명목으로 5억5200여만원을 책정했는데 이 중 계도지 외에 공무원들이 각 부서에서 구독하는 금액을 포함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1~2월 (계도지 예산) 집행한 것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4억600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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