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경영진들이 ‘언론 탄압과 방송장악 세력 때문’이라며 폐업을 강행하면서 내부 직원들과 경기도민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방송 직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을 계속 제작하게 해달라”며 대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지부장 장주영)는 16일 입장문을 내 “방송사가 하루 아침에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됐다”며 “경기도민과 국민의 재산, 지상파 방송권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경기방송은 주주총회를 열어 방송사업을 폐업하고 부동산 임대업만 유지한다는 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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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방송은 언론 탄압, 외부 세력의 공격 등을 이유 삼아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기방송은 지난해부터 현준호 전 전무(현 사내이사)의 막말 논란과 내부고발자 부당해고 등으로 도마에 올랐고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불투명한 경영 문제로 방송사업 재허가 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재허가 승인을 받았다.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한 자를 경영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하며 사실상 현준호 이사의 경영권 전횡을 인정했다. 경기방송은 이 같은 논란 중에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로 폐업을 선택했다. 

▲경기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경기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경기방송은 주총 직후 낸 입장문에도 “주주들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절실히 실감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 경기방송은 지원 예산을 삭감한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사상 초유의 언론 탄압을 하고 있으며, 경영 투명화를 요구한 시민사회단체, 노조 등이 “대주주들을 범법자 취급까지 하면서 지나친 경영간섭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방송지부는 이에 “경기방송이 언제 한 번 사공이 많은 회사였는지 되묻고 싶다.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법보다 더 위에 있었다”며 현준호 이사를 겨냥했다. 

전국언론노조는 16일 성명을 내 “매년 15억원 이상의 순이익이 나고 억대의 주주배당금을 나눠준 회사가 하루아침에 매출 하락으로 폐업한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라고 되물은 뒤 “지난 십년 간 지속해서 문제 제기돼 온 무책임한 경영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재허가 심사에서 기준점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은 것을 놓고 ‘언론 탄압의 끝장판’이라고 적반하장격으로 달려들고 있다”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경기 민언련)도 이날 성명서에서 “경기방송은 막말 당사자는 승진시키고, 공익제보자는 해고했다”며 “지상파 사업자로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노력보다는 노조와 정치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폐업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경기방송이 갑자기 폐업을 결정하면서 직원 35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경기방송지부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민들이 넘겨주신 귀중한 공중파, FM 99.9MHz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민언련도 “이제 방송 현업인, 지역 언론학자,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여 사익을 위한 방송이 아닌 경기도민의 알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방송의 공공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공익적 라디오 방송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언론노조는 경기방송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방통위에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2010년부터 네 차례의 재허가 심사에서 드러났던 위법 사항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법적 조치를 취하고, 지역민의 시청권과 구성원의 고용 안정을 위한 대응원칙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소액주주, 퇴직자들도 독단적 폐업을 규탄하고 나섰다. 한 소액주주는 “(경기방송 경영진이) 있을 수 없는 짓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경기방송과 그 직원들이 무슨 죄냐. 지배주주의 횡포라고 강력히 규탄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며 “퇴직자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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