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대주주들이 부동산 임대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을 폐업하기로 했다. 방송사가 스스로 폐업을 선택한 것은 국내 방송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방송은 16일 오전 11시 수원 영통구 경기방송 신관 6층 다목적홀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가 결의한 방송사업 폐업 건을 99.97%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주주 10여명, 총주식 수 51만9900주 중 83.12%인 43만2150주가 참석해 성원이 이뤄졌다. 

주총 안건은 △2019년 재무제표 승인 건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승인 건(주당 600원) △이사선임 건 △정관 일부 변경 건 △폐업의 건 등이다. 이의제기 등이 나오지 않아 주총은 시작한 지 10여 분 만에 끝났다. 

경기방송은 정관과 등기부에 기재한 5가지 목적사업 중 ‘부동산 임대업’을 제외한 모든 목적사업을 삭제했다. △방송사업 및 문화 서비스업 △광고사업 △출판 사업 및 음반, 테이프 제작 판매업 △교육·공익사업 및 방송시설 기자재 임대업 등이다.

▲경기방송 사옥 앞 주차장에 적힌 홍보문구. 사진=손가영 기자
▲경기방송 사옥 앞 주차장에 적힌 홍보문구. 사진=손가영 기자

소액주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소액주주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말이 안 되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폐업하려는 대주주들의 지분율을 소액주주들이 이길 수 없으니 가만히 보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경기방송 사측은 폐업 사유를 ‘언론 탄압과 방송장악 세력의 공격’이라고 몰고 있다. 경기방송은 주주총회 후 입장문을 내 “경기방송은 지속 된 언론 탄압과 방송장악 세력에 맞서지 못하고 폐업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돼 직원들과 이상적인 공동 경영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저희는 물러난다”고 밝혔다.

경기방송은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주축이 된 사상 초유의 언론탄압이 이어지면서 기존 예산들이 줄줄이 중단·삭감돼 기하급수적인 매출 급감이 뒤따랐고, 올해도 주요 예산들이 큰 폭으로 삭감 및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한 언론탄압과 외부 음해 세력에 맞서야 할 노조와 일부 직원들은 이들의 뜻과 장단 맞추듯 내부 동료, 상사, 임원들과 투쟁하는 양상을 전개시키는가 하면, 대주주들을 범법자 취급까지 하면서 지나친 경영간섭으로까지 이어졌다”고도 주장했다. 

경기방송은 이르면 1~2일 안에 폐업신고를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폐업신고를 막을 순 없다. 그렇다고 폐업신고서가 도착하는 순간 방송을 멈출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방송을 유지할지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새로운 방송 사업자 모집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는 이날 12시부터 노조 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주총에선 이승백 주식회사 오른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김태석 주식회사 원희캐슬 기획실장의 사외이사 임기가 연장됐다. “대표이사 임기는 1년으로 하고, 임기 연장 등 세부사항은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정관 조항은 삭제됐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 실소유주로 알려진 심기필 회장은 불참했고 내부 의사결정권 전횡 등의 논란을 낳은 현준호 이사는 참석했다. 경기방송 주식은 호주건설이 21.26%를, 관계회사 ‘경기필’이 8.66%, 김방자 전 대표이사의 딸 김아무개씨가 10%, 회장 심기필씨가 10%를 갖고 있다. 1대 주주 호주건설은 심기필 회장의 차명주주라는 의심을 한때 받았다. 현준호 이사 역시 경기방송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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