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예방에 녹차가 좋다며 특정 지역 녹차를 홍보하는 듯한 방송을 한 지역MBC 10곳에 의견진술 절차가 추진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위원장 허미숙)는 1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MBC경남창원·MBC경남진주·여수MBC·광주MBC·MBC강원영동·춘천MBC·원주MBC·대구MBC·전주MBC·MBC충북 등 지역MBC 10곳에 ‘의견진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방송사 관계자가 서면 또는 직접 출석해 해당 방송 과정을 소명하는 절차다.

▲MBC경남창원 ‘당신의 수요일, 생방송 경남아 사랑해’(2월12일 방영분) 프로그램
▲MBC경남창원 ‘당신의 수요일, 생방송 경남아 사랑해’(2월12일 방영분) 프로그램

MBC경남창원 ‘당신의 수요일, 생방송 경남아 사랑해’(2월12일 방영분) 프로그램 ‘2020 경남의 모든 순간-코로나19, 녹차가 뜬다!’ 코너에서 리포터가 경상남도 하동을 방문해 지역 특산물인 녹차를 소개했다.

리포터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겠죠. 오늘은 특종이다. 옛날에 호랑이는 곶감을 무서워한다고 했지만, 코로나는 ‘이것’을 무서워한다고 하던데 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한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워하는 것은??’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어 내레이션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소식을 입수, 하동의 한 연구소를 찾았다”고 언급하며 하동군 화개면에 있는 녹차 연구소를 찾아간다.

한 하동녹차연구소 박사는 “녹차의 카테킨 성분이 호흡기질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잖아요? 이런 호흡기성 질환에 굉장히 예방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MBC경남창원 ‘당신의 수요일, 생방송 경남아 사랑해’(2월12일 방영분) 프로그램
▲MBC경남창원 ‘당신의 수요일, 생방송 경남아 사랑해’(2월12일 방영분) 프로그램

리포터가 ‘돈차 만들기’ 체험 후 차를 마시자 관계자는 ‘요즘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힘들어 하는데 사실은 옛날부터 이 차는 약용으로 많이 사용했던 거예요’라고 언급한다. 프로그램 끝에는 ‘녹차의 변신은 무궁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녹차와 함께 시원하게 날려버리세요’ 등의 자막을 고지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MBC경남이 제작했다. 이후 다른 지역MBC 9곳은 내용을 약간 변형해 비슷한 내용을 방송했다.

▲MBC경남창원 ‘당신의 수요일, 생방송 경남아 사랑해’(2월12일 방영분) 프로그램
▲MBC경남창원 ‘당신의 수요일, 생방송 경남아 사랑해’(2월12일 방영분) 프로그램

심의위원 3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위원장·이소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의견진술’을, 정부·여당 추천 김재영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은 녹차가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의견을 모았다. 허미숙 위원장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되는 어떤 게 있다고 소개하는 거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녹차는 사람 체질에 따라 효과도 다르다. 일방적으로 좋다고 말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수 위원도 “코로나19라는 심각한 감염상황을 이용해 하동 녹차를 광고한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문제는 면역력을 높여 도움될 거라는 수준을 넘어서 녹차를 마시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단순 전달인지 과장인지를 따져야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재영 위원은 “녹차만이 유일한 해결점이라고 할 수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이런 사유로 법정 제재하는 건 무리”라며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행정지도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감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교적 경미한 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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