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영화 컨테이전(2011,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설정은 박쥐가 옮긴 바이러스가 신종 바이러스로 인간에게까지 병을 옮기고, 홍콩으로부터 전 세계로 퍼졌다는 것. 현실과 다른 점은 이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20%가 넘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 높은 비율로 사망해 공포감이 매우 크고, 주인공이 사는 시카고 지역이 완전히 봉쇄돼 사재기가 난무하며 강도 범죄 등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영화 컨테이전은 전형적 재난영화로 기자나 언론을 다루는 비중이 크진 않다. 다만 주요한 역할로 주드 로(Jude Law)가 연기한 앨런 크럼위드라는 프리랜서 인터넷(블로그) 기자가 나온다. 영화 초반, 관객은 이 기자에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다.

감염병 발생 초기, 언론에 감염병과 관련된 소식이 없을 때 가장 먼저 인터넷에 올라온 감염병 관련 콘텐츠는 시민들이 찍은 한 영상이었다. 일본의 한 시민이 버스에서 거품을 물고 사망한 것을 찍은 영상이다. 프리랜서인 앨런 기자는 이 동영상을 두고 기사를 쓰겠다며 한 신문사를 찾아가 자신을 고용하라고 한다.

그러나 신문사는 거절한다. 프리랜서 기자를 쓸 예산이 없다는 이유다. 앨런은 “며칠 후에 모든 인터넷에 나올 것”이라며 기사를 써야한다고 고집하지만 결국 앨런의 아이템은 킬(kill)된다. 그 논리는 “한 명 죽은 것 가지고 왜 그래”다. 신문사는 스스로 취재를 할 생각도 없으면서 프리랜서 기자를 무시하고 예산도 지원하지 않는다.

▲영화 컨테이전 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컨테이전 포스터. 

앨런은 결국 혼자 취재한다. 앨런은 이 동영상으로 단독 기사를 쓰게 되고 유명 기자가 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앨런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된다. 이후 앨런은 이번 신종 바이러스가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노출된 것이라며 연구소가 생화학 무기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을 취재하기도 한다.

영화 초반부는 앨런만이 ‘참기자’인 것처럼 보여준다. 그 통쾌함에 관객은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반부부터는 변한다. 한 애널리스트가 앨런을 찾아와 정보를 팔라고 한다. 그러나 앨런은 “내 블로그에 수만 명의 사람이 오는데, 헤지펀드 매니저를 만난다면 내가 뭐가 되겠나”라고 말하면서도, “개나리액이 이 바이러스의 치료제”라고 정보를 흘린다.

그리고 앨런은 자신의 인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방송한다. 동시에 개나리액을 먹고, “이 약을 먹고 제가 살아있다면 개나리액은 이 바이러스의 치료제다”라는 식으로 보도한다. 앨런은 살아남고, 사람들은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나리액이라고 믿게 된다.

더더욱 인기가 많아진 앨런 기자는 지상파 방송에 나가 질병관리센터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개나리액과 같은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 질병관리본부에서 무시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바이러스 약에 대한 과학적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반복한다.

▲영화 컨테이전의 한 장면. 앨런 기자가 가짜정보를 유포하는 모습.
▲영화 컨테이전의 한 장면. 앨런 기자가 가짜정보를 유포하는 모습.

앨런은 질병관리본부가 WHO, 제약사와 짜고 거래하느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자 앨런은 해당 관계자가 자신의 가족에게 “시카고는 곧 봉쇄되니 시카고를 탈출하라”고 말했던 것을 폭로해 관계자를 공격하고, 관계자의 말이 진실이 아닌 것처럼 만드는 데 성공한다. 물론 앨런의 공격은 '개나리액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거래'와는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메신저를 공격하니 질병관리본부의 거래는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앨런의 ‘음모론’은 자신의 가짜정보를 강화하는데 사용된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앨런은 사실 개나리액 사기극을 펼친 사기꾼이었다. 그는 증권사기, 범죄 모의, 그리고 상해치사로 범죄자 신세가 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척하고, 개나리액을 먹고 나았다고 거짓말을 해서 개나리액을 팔아 돈을 번 것. 그가 쓴 기사는 대중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

여기저기 무시를 당해도 자신만의 취재를 하며, ‘참기자’로 칭송받던 앨런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관객은 허무감에 빠진다. 이 영화에서 앨런이 아닌 ‘기자’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한 장면 있는데, 정부에 아주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때다.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에 한 기자는 “신종플루 때 과잉 대응으로 비판을 샀는데 이번엔 다를까요?”라고 묻는다.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른 채, 정부에 그저 반기를 들기 위해 정보값 없는 질문을 한다.

영화는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이 있는 상황이, 앨런이라는 괴물 기자를 낳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언론의 모습을 대변하는 앨런의 사례는 지나친 감이 있기도 하다. 앨런은 ‘개나리액이 바이러스의 치료제’라는 가짜뉴스를 통해 돈을 벌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가 한 일은 ‘질병관리본부가 제약사와 거래를 했다’, ‘바이러스 연구소가 바이러스를 만들고 취재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식의 거짓 기사를 뿌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일이었다. 영화 속에서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몇 가지 잘못된 대응을 하긴 했지만 앨런이 말한 ‘음모론’과 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불안 속에서 앨런의 말을 믿는다.

앨런과 같은 기자가 활개를 치는 상황은 기존 언론사가 시민들의 제보를 무시하고, 제대로 취재하지 않으며, 언론사는 예산을 핑계로 취재를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영화 컨테이전이 영화의 수많은 ‘디테일’에서 현실과 비슷하다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 언론의 상황만은 예외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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