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 CJB청주방송이 이두영 청주방송·두진건설 회장 개인과 관련된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 회장의 사위인 청주방송 기자는 지속적으로 인터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회장 이름의 골프대회 연례행사 보도에도 비판이 나온다.

이두영 회장의 사위 조아무개 청주방송 기자는 그간 사내 직원 등을 시켜 본인의 리포트에 들어갈 인터뷰 목소리로 사용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안팎 증언에 따르면 조 기자의 조작 관행은 사내에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공식 문제제기된 적은 없다. 조 기자는 이 회장 딸 이아무개 씨와 결혼한 뒤 2001년 청주방송에 경영국 직원으로 입사했다가 별다른 선발절차 없이 보도국 취재기자로 배치됐다.

복수의 전·현직 청주방송 직원 증언과 주변 정황에 따르면 조 기자가 2018년 8월10일 보도한 “녹는 필름필터…불안한 소비자” 리포트에 나온 2명의 인터뷰어는 조작됐다. 조 기자는 이 기사에서 특정 궐련형 전자담배 필터의 유해성 의혹을 제기하며 “이모씨”와 “흡연자”를 익명 인터뷰했는데, 사내 오디오맨 겸 운전기사들이 조 기자 지시에 따라 답변했다는 것이다. 리포트 속 ‘이모씨’와 ‘흡연자’는 얼굴이 블러 처리된 채 변조된 목소리로 ‘담배를 뜯어봤더니 안에 필터가 녹아 있었다’,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다’는 취지로 인터뷰했다.

▲2018년 8월10일 ‘CJB 8뉴스’ “녹는 필름필터…불안한 소비자” 인터뷰 장면 갈무리. 기자 블러처리=미디어오늘
▲2018년 8월10일 ‘CJB 8뉴스’ “녹는 필름필터…불안한 소비자” 인터뷰 장면 갈무리. 기자 블러처리=미디어오늘

전직 청주방송 기자 A씨는 당일 조작인터뷰 현장을 목격했다고 했다. A씨는 “회사 주차장에서 조 기자와 카메라 기자가 (청주방송) 운전기사들을 찍고 있길래, 뭐하나 싶어 나중에 기사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담배 관련해서 이야기하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A씨 외에 5명 이상의 전·현직 직원도 해당 인터뷰 조작 사건을 들어봤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청주방송 운전기사들은 계약직 혹은 파견직이다. 리포트 속 인터뷰 장소는 각각 청주방송 흡연실과 운전기사들이 쉬는 컨테이너 앞이다.

3명 이상의 전직 청주방송 직원은 조 기자의 인터뷰 조작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 기사화에 응한 전직 청주방송 기자 B씨는 “(조 기자가) 지시를 거부하기 곤란한 수습직원이나 오디오맨들에게 코멘트를 시켰는데, 사내에선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그런 식으로 일하는데 주위에서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 하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그가 이 회장의 사위란 사실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B씨는 자신도 한 번 조 기자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조 기자의 가짜 인터뷰에 응했다고 털어놨다.

방송사가 인터뷰를 조작보도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상 14조(객관성) 위반사항으로 제재 대상이다. 청주방송은 최근 3년간 방통심의위에 조작 보도로 심의를 받은 적은 없다. 부산경남 민방사 KNN은 올 초 비슷한 페이크 인터뷰 사실이 드러나 시청자 사과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수천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한편 청주방송이 해마다 이 회장 이름을 걸고 여는 골프대회를 메인뉴스에 정식 리포트하는 관행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인다. 청주방송은 해마다 ‘CJB회장배 아마추어골프대회’를 열고 행사를 메인뉴스에 보도해왔다. 지난 4년간 대회를 다룬 보도를 보면, 리포트들은 1분30초 안팎의 길이로 행사를 정식 보도했다. 보도는 매번 이틀 연속 방영됐다. 모든 리포트는 주요 장면에 이 회장이 시타하는 모습을 비췄다.

▲2019년과 2018년, 2016년 CJB회장배 아마추어 골프대회 리포트 갈무리. 청주방송은 지난해엔 교양프로그램 ‘충북오늘은’에서도 대회를 소개했다(오른쪽 아래).
▲2019년과 2018년, 2016년 CJB회장배 아마추어 골프대회 리포트 갈무리. 청주방송은 지난해엔 교양프로그램 ‘충북오늘은’에서도 대회를 소개했다(오른쪽 아래).

전직 보도국 기자들은 이런 보도 관행이 사측의 일방 지시라고 밝혔다. A씨는 “나는 직접 해 본 적은 없지만 재작년 쯤 윗선에서 ‘회장 시타하는 시간에 맞춰 오라’고 시켜 선배들의 불평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해당 리포트는 사내에 기피 대상이자 순번이 오면 한 번은 해야 하는 ‘통과의례’로 알려졌다. 

‘전파 사유화’라는 비판도 인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청주방송 행사와 보도를 두고 “청주방송이 행사를 열어 수익을 내는 행위는 둘째 치고, 이를 메인뉴스 아이템으로 선정해 보도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방송 사유화다. 보도가치가 없고, 시청자 입장에선 봐야 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이례적으로 대회 이름이 언론사도 아닌 사주를 따 지어졌다는 점에서 이 회장 개인의 사적 명예와도 연관이 있어 보여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측의 보도 사유화 문제는 방통심의위의 심의와 또다른 차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특히 민영방송은 사주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 견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과정에서 (방송 사유화를) 중요하게 배점해 심사하는 등 적극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조 기자는 10일 미디어오늘에 “해당 담배를 수개월 피우는 기사들의 문제제기와 동의로 취재가 이뤄졌다. 운전기사임을 떠나 직접 사용한 소비자 인터뷰인데, 조작됐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 골프대회는 경제인들의 협찬을 받아 진행되고 청주방송의 수익으로 돌아간다. 일부는 어린이재단에 기부한다”며 “수익사업을 보도를 통해 홍보한 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위인 조 기자에 대해선 “경영국에서 보도·제작국으로 배치된 사례는 사위 말고 더 있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선 “공적인 일을 해도, 내가 사주니까 CJB는 오히려 기사를 쓰지 않는다. 나는 방송을 소유함으로써 피해 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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