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증 확산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 방송사 보도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해당 방송분은 수도권 기준 시청률 8.3%를 기록했다. MBC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씨의 수상한 행적”의 성적표다.

스트레이트 방송은 윤 총장 장모 최씨가 받고 있던 혐의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미진한 검찰 수사 문제를 정면 제기했다는 점에서 반향이 컸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사태에서 보여준 검찰 수사와 대비돼 ‘왜 최씨는 범죄 혐의점이 높은데도 검찰은 조용할까’라는 의문점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윤석열 총장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부동산 업자 안씨와 윤 총장 장모 최씨가 공매로 나온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일대 땅을 매입한 뒤 매각한 과정을 추척했다. 안씨는 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던 돈을 갚으려고 하지만 공동지분을 갖고 있던 최씨는 매각을 거부한다. 결국 대출금 담보로 잡혀 있던 땅 50%에 대한 지분이 경매로 처분되는데 그 땅을 경매로 사들인 사람은 바로 최씨 아들의 부동산업체로 확인됐다. 애초 공동지분관계였던 최씨가 매각을 거부하면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러 매각을 거부하고 안씨의 채무상황을 이용해서 헐값에 땅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과 연결된다.

문제는 또 있다. 최씨가 땅을 매입하면서 자산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한 은행에서 받은 예금 잔고증명서가 가짜라는 것이다. 무려 350억 원이라는 돈이 문서로 위조됐다. 취재진은 최씨가 은행잔고증명서 4건을 위조했다고 시인한 법정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사문서 위조죄가 명백히 성립되는 상황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검찰에 사건만 배당되고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파주에 의료법상 불법인 영리행위를 한 요양병원이 수사를 받았는데 여기에도 최씨가 등장한다. 최씨는 병원에 2억 원을 투자하고 공동이사장까지 역임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사장에 물러나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민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책임면제각서 하나로 검찰의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병원 투자와 관련된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기소됐다.

▲ 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 MBC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2003년 부동산 사업자 정대택씨와 최씨는 채권 투자를 하고 법무사 입회하에 이익이 발생하면 절반으로 나눈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는데 둘 사이 소송이 벌어지자 입회를 했던 법무사가 최씨를 편을 들면서 정씨는 2개월 실형을 살았던 사건도 조명했다. 문제는 법무사가 위증을 시인하면서 오히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최씨였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최씨를 고소했지만 이 역시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불기소됐다.

스트레이트 보도는 과거 전혀 제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김진태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총장의 청문회를 앞두고 최씨가 은행에 100억 원이 있다는 허위잔고증명서를 만들어 1억 원을 빌렸고, 검찰 조사에서 허위라고 시인했는데도 검찰이 사문서위조로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용주 MBC 기자는 “일부 매체에서 간헐적으로 다룬 적이 있는데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까라는 문제 의식에서 취재를 시작했는데 판결문을 입수해서 봤더니 기존 언론 보도는 일부분에 불과했다. 수상한 투자라는 큰 배경이 나와 있었다. 판결문은 누구나 쉽게 확보할 수 있고 공개가 돼 있어 어느 언론사도 다룰 수 있었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했고 확실히 짚어줄 필요가 있어보였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 보도를 놓고 조국 전 장관 대 윤석열 총장의 대결구도에서 정파적 목적으로 어느 한쪽을 비판한 보도 아니냐는 질문도 예상된다. 이에 이 기자는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거나 편들기 위해 검찰을 비판하거나 트집을 잡는 차원이 아니다”며 “현재 검찰이 선택적 정의, 선택적 기소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인데 진영 대 진영의 싸움이 아니라 유능하고 거대한 수사기관의 권한이 공명정대하게 쓰여지고 있는지를 점검한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을 만난 최씨는 오히려 자신이 안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고 동업관계로 본 판결문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동업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면 ‘모른다. 알아서 처리를 해줘라 했다. 명의, 등기, 가압류 그런 문제는 몰랐다’고 했다”며 “취재를 하면서 의아한 부분은 소위 엮인다고 하는데 왜 이런 피해가 최씨에게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였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최씨를 어렵게 만난 과정도 소개했다. 거주지 파악이 안돼 최씨가 일하는 장소 앞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직원들에 막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장 관심이 컸던 내용은 최씨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윤 총장의 입김이 작용했느냐의 여부다. 이에 취재진은 여러 건의 질의서를 작성해 윤 총장에게 보냈다. 장모 최씨의 행적을 기술하고 부적절한 법률 조언이나 자문을 한 적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질의 내용을 보냈지만 윤 총장은 답하지 않았다.

이 기자는 “대검 쪽에서 답변을 보내와서 봤더니 의료법인 건 등에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고 하고 윤 총장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니 ‘그 정도로 처리를 해달라’고 했다”며 “사실관계를 오도한 질문이거나 해명할 가치가 없다거나 개인사라 답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아니고 대검에선 ‘답변이 오지 않은 걸로 해달라’로 굳이 요청한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스트레이트 보도의 핵심은 ‘최씨가 윤 총장의 장모가 아니고 보통 사람이었다면 사건을 이렇게 처리됐을까’라는 질문에 있다며 “판결문을 구해 최씨의 존재를 가리고 사건 설명을 해주고 법률가 자문을 구해봤더니 ‘어떤 분이길래 이런 사례가 불기소 처분되는 것이냐’고 묻더라. 이런 의문은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스트레이트 팀에 들어온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을 만나 취재했던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총장과 그의 가족에 대한 문제이다 보니 ‘하나씩 돌다리를 두들긴다’는 심정으로 교차 확인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기획단계부터 방송까지 넉달이 걸렸다.

이 기자는 “제가 좀 겁이 많은 편인데 방송 직전까지 위축돼 있다가 방송 이후 회사 괜찮겠느냐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최대한 신중하게 사실 보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든 본인이 의도적으로 악의적으로 법을 어겨 잘못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누구는 봐주고 수사를 안 하면 누가 법과 정의를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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