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그리고 언론은 마스크 사용법부터 시작해 안전생활수칙을 알리고 자가격리의 철저함을 당부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은 자신들이 보도한 것과 같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지난 6일 서울시청 기자실은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시청 출입 중앙일보 A 기자가 발열 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출입 기자단 안에서는 중앙일보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A기자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대구 지역 코로나19감염증 확산 문제를 취재했다. A기자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 감염증 첫 국내 사망자의 발인이 경북 청도대남병원 지하 장례식장에서 엄수된다는 내용과 지난달 27일 대구의 음압격리병상 확보실태, 대구 지역 보건소 실태 등을 보도했다. A기자가 보도한 취재 동선을 보면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다른 곳보다 높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A기자에 대해 복귀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만 재택근무를 조치했다. 코로나19 감염증 잠복기간을 감안하면 복귀 날로부터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는 게 안전하다. 대구지역을 다녀온 취재진에 대해 곧바로 검진을 실시하고, 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 조치하는 언론도 있다.

A기자는 회사 방침에 따라 일주일 재택근무를 하고 5일과 6일 이틀 동안 기자실에 나왔다. A기자는 서울시 간부하고도 점심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A기자는 취재를 위해 서울의료원까지 방문했는데 발열 증세를 보여 서울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서울시는 기자실을 폐쇄한 뒤 방역 소독을 했다.

다행히 A기자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언론이 코로나19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보도를 연일 해온 것과 대비하면 조치가 미흡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각심이 있었다면 A기자도 당분간 기자실을 방문하지 말았어야 했다. 동료 기자와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시 출입 기자단 단톡방에선 A기자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대구 지역을 다녀온 언론사와 소속 기자들이 시청 기자실에 언제 출입했는지 등을 전수조사했다고 한다. 그만큼 기자들도 위기감이 높다는 방증이다. 자녀가 있는 기자들은 검체 채취를 했다는 A기자 소식을 들고 집에 들어가기를 꺼린다는 얘기도 나왔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취재를 위해 대구를 다녀온 서울시 출입기자가 발열 증세를 보여 3월6일 서울시청 기자실 폐쇄가 결정되자 기자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취재를 위해 대구를 다녀온 서울시 출입기자가 발열 증세를 보여 3월6일 서울시청 기자실 폐쇄가 결정되자 기자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서울시청 기자실은 방역을 실시한 뒤 개방했지만 오는 기자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한 기자는 “이 상황에서 누굴 믿고 기자실을 가겠느냐. 알아서 조심해야 될 것 같다. A기자 사례를 보면 대구지역 취재를 했으면 알아서 하겠지라고 믿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기자들이 지침이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 보도를 해놓고 오히려 자기네들은 여전히 둔감하다”고 꼬집었다.

A기자를 관리하는 중앙일보 서울시청 출입 B기자는 기자단 단톡방을 통해 “저희의 부주의로 서울시 출입기자 여러분들께 혼란과 걱정, 불안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며 “여러 기자분들의 우려가 불식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해당 기자를 포함한 저희 팀은 시청 기자실에 출입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측은 “해당 기자는 대구에서 취재할 때 보건복지 전문기자의 지침에 따라 감염 위험성을 철저히 배제한 방식으로 취재를 했다. 이후 해당 기자는 일정 기간 자가격리를 한 뒤 보건복지전문기자의 판단에 따라 업무에 복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음성으로 나타났지만, 해당 기자가 한때 미열이 나는 등 일부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감염위험 지역 취재를 한 기자들에 대해선 더 철저히 감염 가능성 예방 조치를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10일 확진자가 최소 41명이 나온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평소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근무한 실태를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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