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씨 등 친여권 인사들의 대구 발언 논란에 지역신문들도 격앙됐다.

대구신문은 10일 사설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권의 대구·경북 비하 발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대구·경북 지역은 감염병 방역에 지쳐 이제 몸과 마음 모두가 피폐해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여권에서 ‘대구 봉쇄’니 ‘대구 코로나’, ‘대구 손절’이니 하면서 대구시민들의 가슴을 후려 파고 있다”며 “대구·경북이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지역이니 당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이것이 과연 여권의 진심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미디어오늘.
▲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미디어오늘.

대구신문은 “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대구 코로나’라고 한 것이나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가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한 말이 모두 일맥상통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어제부(5일)로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 비율은 대구시민 560명당 1명이 됐다. 이 추세라면 다음주면 400명, 300명당 1명꼴로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에서 나올 것”이라며 “중국이 정말 문제였다면 인구 2300만 수도권은 왜 10만명당 1명꼴로 확진자가 나오겠나. 숫자가 명백히 말한다”며 “우리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보수야당은 왜 대구시민이 요구하는 (신천지) 강제 수사를 검찰에 압박하지 않는가. 검찰은 왜 움직이지 않는가. 언론은 왜 그들을 비판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으나 ‘대구 사태’ 발언이 부각되며 논란이 증폭됐다.

▲ 대구신문 10일자 사설.
▲ 대구신문 10일자 사설.

대구신문을 포함해 지역 언론은 김씨와 여권을 규탄했다. 이동욱 경북일보 논설실장은 9일 칼럼에서 김씨 발언에 “확진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듯한 악담이나 코로나19 사태를 대구 지역민이나 신천지 신도들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매일은 사설에서 “정치적 도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소양마저 의심케 하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당사자들은 즉각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면서 “김어준의 발언은 ‘코로나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인’이라던 박능후 복지부 장관의 망언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고 비판했다.

영남일보의 송국건 서울본부장도 칼럼에서 김씨 발언에 “정권이 사태 초기에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한 코로나’란 말을 못 쓰게 하더니 이젠 우리 국민의 최대 피해지역 명칭을 코로나에 갖다 붙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 경북매일 10일자 4면.
▲ 경북매일 10일자 4면.

도태우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는 9일 김씨를 고발하는 동시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추가 고소인단과 소송인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김씨와 여권에 대한 정치적 공세다.

도 후보는 “김씨는 코로나19가 중국발 감염병이 분명한데도 대구가 문제의 진원인 것으로 주장해 대구시민을 집단으로 모욕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구시민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감까지 가중시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TBS “대구시민 안전 촉구한 것”

논란이 커지자 TBS도 9일 오후 입장을 냈다. TBS는 “김어준씨의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 발언은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대구시민을 비하하고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검찰, 일부 언론, 보수 야당을 상대로 대구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방역 대책을 강하게 촉구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TBS는 “현재 코로나 확진자의 90% 이상이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확산이 지역적으로는 대구에, 사회적으로는 신천지라는 종교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만큼 대구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 대책도 이 두 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구 사태, 신천지 사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TBS는 김씨 발언을 보도·비판한 조선일보를 겨냥해 “김어준씨 발언을 맥락과 시점이 전혀 다른 여권 인사의 ‘대구 손절(損切)’ 발언과 함께 묶어 ‘도 넘은 대구 비하 논란’이라는 소제목으로 김씨 발언을 ‘대구 비하’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TBS는 “지난달 23일부터 1단계 특별 재난방송체제로 전환해 매일 아침 9시~9시50분 TBS 특집 생방송 ‘코로나19’를 편성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주부터 대구 지역에 특별취재팀을 파견해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 TBS가 9일 자사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씨 발언에 입장을 냈다.
▲ TBS가 9일 자사 라디오 진행자 김어준씨 발언에 입장을 냈다.

박근혜 극찬한 김대중 고문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10일 칼럼에서 박근혜씨를 극찬했다.

김 고문은 “박 전 대통령은 지난주 옥중 서신을 통해 ‘기존 거대 정당’(미래통합당을 지칭)을 중심으로 단합해 여권을 심판해줄 것을 친박 세력 등에 당부했다”며 “이제 그는 영어 생활을 하는 불운의 탄핵 대통령에서 분열된 야권을 단합시켜 거대 집권 세력에 도전하게 만드는 막후 실력자로 변신한 것이다. 어쩌면 박 전 대통령의 결단은 ‘천막 당사’ 이래 가장 현명한 정치적 판단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인 박근혜’의 머리는 아직 녹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4·15 총선에 “친박의 존재가 의미가 없어지고 안철수 세력이 희미해진 이상, 4·15 총선은 더불어민주당과 그의 위성 세력으로 간주되는 범여(汎與), 그리고 단일화된 미래통합당의 양파전으로 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우한 코로나 사태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야권 분열의 카드마저 놓쳐버린 여권은 이제 선거 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은 4·15 총선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미래통합당이 문 정권의 입지를 압박할 위치까지 득세하면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고 그것은 야당 내에 또 하나의 분파 요인으로 잠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10일자 김대중 칼럼.
▲ 조선일보 10일자 김대중 칼럼.
▲ 한겨레 10일자 김이택 칼럼.
▲ 한겨레 10일자 김이택 칼럼.

반면 10일 한겨레에는 ‘조선일보 100년’을 비판하는 칼럼이 실렸다. 보수신문의 수구성을 오래 비판한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 글이다. 김 위원은 “총칼로 시민을 학살하고 집권한 신군부 시절, 조선일보 사주는 군사반란을 옹호하는 어용기구,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참여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고, 언론 자유를 탄압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그 대가로, 언론 통폐합으로 방송사·신문사를 빼앗긴 경쟁사들의 발을 묶어놓은 채 비약적으로 사세를 키워 매출액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광주를 피로 물들인 전두환을 ‘자상’하고 ‘책임감’ 넘치는 ‘청렴한 지도자’로 찬양한 지면은 ‘진실’을 팔아 ‘영달’을 추구한 상징적인 기록”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크게 성장했던 신군부 시절 관련 김 고문은 1980년 5월25일자에 광주시민을 ‘난동자’로 표현하는 르포를 실었다. 그는 “그 고개의 내리막길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고 그 동쪽 너머에 ‘무정부 상태의 광주’가 있다. 쓰러진 전주·각목·벽돌 등으로 쳐진 바리케이드 뒤에는 총을 든 난동자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고 보도했다.

홍준표 탈당 카드 꺼내나

4·15 총선 미래통합당 경남 양산을 공천에서 배제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거취가 주목된다. 홍 전 대표는 9일 “경선이라도 좋다”며 미래통합당에 기회를 요청했다.

한국일보는 “일각에서 제기된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일단 유보했다”며 “공천에서 탈락한 통합당의 다른 영남권 인사들도 무소속 출마보다 재심 등 공식적인 구제 절차를 밟는 분위기다. 때문에 통합당 출신들이 텃밭인 영남권에서 ‘무소속 벨트’를 형성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 경향신문 10일자 9면.
▲ 경향신문 10일자 9면.

반면 경향신문은 홍 전 대표가 “사실상 탈당 수준에 접어들었다”며 “홍 전 대표와 전날 탈당을 선언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행보는 4·15 총선 대구·경북, 부산·경남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를 자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태극기 세력’이 뭉친 자유공화당도 TK 지역에서 후보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도 “미래통합당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공천 배제)된 의원들이 TK·PK ‘무소속연대’를 결성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적전분열 양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통합당 내에선 ‘쇄신’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TK·PK 지역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은 10명이다. 국민일보는 9일 이들 10명의 의견을 물었다. 정태옥 곽대훈 김석기 백승주 박명재 이주영 의원 6명은 무소속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강석호 유재중 김한표 김재경 의원 4명도 무소속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 10명 모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