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앞 바다에서 어선끼리 충돌해 사망자가 나온 사고와 관련 KBS의 불법조업 단속현장 동행취재가 무리하게 진행된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해양경찰과 KBS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밤 11시께 전북 군산시 해망동 해상에서 실뱀장어 조업을 하던 1.6톤 소형어선과 1.8톤 소형어선이 충돌했다. 충돌로 인해 1.6톤 어선에 탄 선장 이아무개씨 부인이 숨졌다. 바다에 빠진 선장 이씨는 구조됐다. 언론은 간단한 사고 경위와 함께 “해경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만 보도했다. 당일 밤 사고가 어떤 경위로 발생했는지, 해양경찰 출동 신고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사고 가해자와 피해자 주장은 어떤지 등 후속 보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KBS 기자가 실뱀장어 불법조업 단속현장을 동행취재했고, 이를 어민들이 불법조업 단속으로 오인하고 급하게 입항하려다가 충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어민은 ‘KBS 기자가 무리하게 현장취재를 하겠다고 압박했다. 취재가 없었다면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군산 해양경찰서가 미디어오늘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충돌 사고 경위는 현재까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해경에 따르면 1.8톤 어선이 27노트로 항해하다 6노트로 항해 중인 1.6톤 어선 옆을 박았다. 가해 어선이 피해 어선의 위로 올라탈 정도로 강한 충돌이었다. 이로 인해 1.6톤 어선 선장은 바다에 빠졌고, 선장의 부인은 숨졌다. 해경은 선박에 설치된 신고 자동 시스템의 사고발생 알람신호를 받고, 5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발생 이후 가해 어선 선장은 해경의 실뱀장어 불법조업 단속이 떠서 입항을 빨리하려다가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경찰에 1차 진술했다. 수십년 오고 갔던 바닷길을 모를 리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가해 어선 선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피의자이기에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될 수 있다.

그런데 군산 어민들도 해경의 단속, 특히 KBS 기자가 동행한 단속 현장취재 때문에 당시 100척 정도 조업을 하던 실뱀장어 어선들이 급히 입항하려다가 생긴 사고로 본다. .

군산 해양경찰서는 관련 주장을 알고 있다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해경은 “무리한 단속은 없었다. 생계가 어렵거나 단속 때문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그런 단속은 지양해왔다”면서 “다만 2월26일 플래카드로 불법 어로 지역을 알리고 어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십수년 전부터 불법 조업이 돼 왔는데 배들이 오고 가야 하는 길목이고 다른 선박이 신고해와 단속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사고 발생 알람을 받고, 단속정이 현장으로 출발했기에 무리한 단속 탓에 사고가 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경 조사결과 두 어선은 검문검색 대상이 아니었고, 실뱀장어 조업 허가를 받은 어선이었다. 사고 지점은 폭 2.5km, 길이 8km에 이르는 실뱀장어 불법 조업지역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두 어선이 불법조업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이 어렵다고 전했다.

해경은 KBS 동행취재엔 “촬영 협조를 받아서 그날 불법조업 현장을 촬영하려고 기자와 함께 단속 경비정을 타고 출항한 것은 맞는다”라고 밝혔다. 특별단속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카메라 촬영을 하면 어민들을 자극할 수 있어 미리 섭외한 불법조업 어선 어민과 인터뷰했고 단속시 사용하는 조명등도 켜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어민 말은 180도 달랐다. 군산시 내항 동부어촌계 홍민호 계장은 “기자가 취재를 안 나갔어야 했다. 취재가 없었다면 어민들이 빨리 입항을 서두르거나 사고가 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호 계장은 직접 KBS 기자와 만나 불법단속 동행취재를 만류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홍 계장은 “KBS 기자분과 군산해양경찰서 해망파출소에서 면담했다. 그런데 기자가 파출소 직원에게 취재를 요청했고, 10시30분께 경비정을 타고 나갔다. (사고는 밤 11시에 났는데) 어민들이 빨리 입항을 하려다 사고를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민호 계장은 “기자가 시나 경찰서에 왜 단속을 안하느냐라고 압박한 것으로 안다”며 “저는 불법 부분만 보지 말고 생존권 차원에서 합법적 어업활동으로 양성화하는 좋은 방향으로 보도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년 전 김 양식 지역도 100헥타르에 불과했지만 현재 1000헥타르로 확대된 것처럼 현재 실뱀장어 어업활동 구역(24개)을 좀 더 확대해서 불법조업이 안되도록 양산화해야 한다고 시하고도 조율하는데 어선이 오가는 항만구역에 있다는 이유로 단속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 군산 해양경찰서 홈페이지.
▲ 군산 해양경찰서 홈페이지.

그는 “어민들 생계가 달려 있다고 했다. 한시적으로 두달 반 정도 조업한다. 그런데 기자가 왜 단속을 안하느냐, 왜 손을 놓고 있느냐고 취재 협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가 오죽하면 누구 사주를 받고 이렇게까지 하느냐라고 따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KBS 기자가 무리하게 해경 단속 경비정을 타고 현장취재에 나선 뒤 단속으로 오인한 어선들이 서둘러 입항하려다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다. 홍 계장은 “밤에 경비정이 나오니까 어민들은 취재하는지 단속하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계장은 “사고 뒤 가해 어선 선장과 만났다. 단속정이 시야에 들어오니까 입항하려고 과속했다고 한다. 불법조업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문제는 당장 KBS 기자의 현장취재 동행 압박과 무리한 취재 여부가 쟁점으로 보이지만 공권력을 활용한 동행 취재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 등 저널리즘 윤리와도 맞닿아 있다.

해당 기자가 속한 KBS전주총국은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리면서 취재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주총국은 지난해부터 실뱀장어 불법조업로 지역민들이 갈등을 겪는 보도를 해왔고, 올해 해결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관리감독 모습, 현장 조업을 보도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했다. 사고 전날(4일) 어민과 조업현장, 항만청, 군산시, 해경을 상대로 취재했고 당일인 5일 해경에서 특별단속기간이라 동행취재해도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전주총국은 “저희가 동행취재를 압박했다거나 사주 받아서 한 게 아니라 지난해부터 지역민 갈등, 불법어구, 어족자원 말살로 환경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취재했다”며 “올해 취재 핵심은 불법조업이 아니라 허가구역을 넓혀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고,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하냐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소속 기자가 5일 저녁 8시께 1차 단속 현장에 나가고, 밤 10시께 2차 단속 현장에 나갔다고 설명하면서 “취재 과정 중 SOS 신고를 받고 기자가 탔던 경비정이 사고 현장에 갔다. 관제센터의 항적 조회 결과 저희가 동행 취재하던 장소에서 떨어진 곳에서 독립적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 사고가 (취재하던) 같은 해상에서 벌어진 것에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 다만 저희가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취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A기자는 “1년 전 불법조업 문제를 보도했고, 1년 후 ‘가보니’라는 형식으로 현장취재했다”며 “해망파출소 앞에서 왜 불법 조업 배가 떠 있는데 단속하지 않느냐라고 물었고, 해경 쪽에서 특별단속기간이니 함께 동행 취재할 용의가 있느냐고 해서 보도국과 상의 결과 동행 취재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A기자는 “무리하게 요구한 부분이 없다. 단속 동행취재 과정에서도 불법조업하는 어선이 있었지만 속도가 빨라 따가갈 수도 없었다”며 “사고 조사결과 사고 현장은 저희가 취재하던 도중 1.5k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고, 시간상으로도 5분이나 차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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