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3월4일에는 대만 정부의 1인 1주 2장 마스크 구매정책을 칭찬했다가 우리 정부가 3월5일 대만 정부와 똑같은 1인 1주 2장 마스크 구매정책을 도입하자 “시민 분통”이라고 비판했다는 이미지가 지난 주말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정부 비판을 위해 논조를 180도 바꿨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달랐다. 이미지에 등장한 3월4일자 중앙일보 기사에서 대만 정부의 1인 1주 2장 마스크 구매정책에 대해 호평하는 대목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대만이 ‘실시간 마스크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난 뒤 마스크 대란이 사라졌다고 보도했으며, 2월3일부터 마스크 실명제를 시행했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3월5일자 기사도 제목은 일방적이지만 본문에는 정책에 대한 긍정적 시선도 담겨있었다. 해당 이미지는 과장이나 왜곡에 가까웠다. 

▲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포스팅 캡처.
▲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던 포스팅 캡처.

그러나 이 같은 이미지는 언론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중앙일보는 3월3일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실패했으며, 이는 ‘비선 자문가’들 때문이라며 익명의 의료계 인사들 말을 빌려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정점으로 한 의료 사회주의자들이 대통령 주변에 포진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비선라인을 주도한 핵심 실세이고 이진석 실장은 고려대 의대 동문인 이재갑 한림대 교수의 자문을 많이 듣는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재갑 교수는 1월2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알릴레오’에 출연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5일 뒤인 8일자 기사에서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관리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자평하자 감염병 전문가가 ‘상황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쓴소리를 했다”고 보도하며 이재갑 교수의 페이스북 글을 다수 인용했다. 5일 전 전문성 없는 문재인정부의 ‘의료계 비선실세’로 묘사되었던 이재갑 교수가 이번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감염병 전문가’로 등장한 것이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 1월28일 “정부가 추진하는 저소득층과 노약자 대상 미세먼지 마스크 무료보급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건 복지과잉”이라고 보도했다가 2월5일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마스크 무료 보급사업이 반전을 맞고 있다”며 논조가 180도 달라지기도 했다. 애초에 ‘복지 과잉’이라며 무리한 정부 비판에 나섰던 탓이다. 

중앙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아일보는 3월8일 ‘줄 서지 않고 마스크 사는 대만…비결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주일에 한 번, 약국에서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한 뒤 제한된 수량의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대만의 정부 주도 정책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그러나 김순덕 동아일보 대기자는 같은 날 칼럼에서 대만 정책을 벤치마킹해 9일부터 실시하는 한국의 마스크 정책을 가리켜 “정부가 마스크 생산과 유통, 판매와 분배까지 관리하는 문재인표 사회주의”라며 맹비난했다. 이처럼 정부 비판을 위해 논조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이미지는 알리바이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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