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시작된 ‘차이나 게이트’ 주장을 국회에서 정치 쟁점으로 만들어 확산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인터넷 댓글에 국가별 IP를 공개하는 법안까지 낼 계획인데 과도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이나 게이트’는 중국인, 중국 동포, 중국 유학생들이 청와대 국민 청원, 포털 사이트 게시글, 댓글 등에 대규모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중국발 입국금지’ 등 코로나19 국면에서 중국을 향한 혐오성 대응을 해온 미래통합당은 ‘차이나 게이트’주장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김성태 미래통합당 의원(비례대표)은 “선관위와 방통위가 나서서 외국의 선거 개입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며 “적어도 포털이나 각종 사이트에 해외 접속 계정에 대한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하여 해외 계정이 국내 정치와 여론 조성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유권자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중 미래통합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관련 법안 발의(정보통신망법 개정안)를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온라인 게시글 및 댓글 등을 서비스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 사업자가 이용자의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이나 국가명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고, 주무관청에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함과 동시에 자료를 보관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언주 미래통합당 의원은 차이나 게이트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정부기관 청원에서 실명 인증 절차를 통해 국적을 확인하고 중복 참여를 방지하는 청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 미래통합당이 포털 등 사이트에 해외접속계정 표시를 강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 미래통합당이 포털 등 사이트에 해외접속계정 표시를 강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적이 없는 인터넷에서 외국인이 언제든 댓글을 쓸 수는 있지만 ‘차이나 게이트’라 부를 정도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데이터랩을 통해 국가별 댓글 비중을 일자별로 공개하고 있는데 2월1일부터 지난 7일까지 국내 댓글 비중이 95%미만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중국 댓글이 1% 이상을 차지한 경우도 없었다. 우회접속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네이버의 총 댓글 수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늘어나지도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2월 한달 간 청와대 국민청원의 중국발 접속 역시 미미했다. 

차이나 게이트가 사실이라고 해도 국적 표시가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지 미지수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부정한 목적으로 접속할 경우 VPN(가상 사설망)등 우회하는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국가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다”며 법안이 도입돼도 실제 국적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접속을 국가로만 분류하면 유학생, 교민 등을 구분하기 힘들다. 

2018년 홍철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해킹 문제 등의 대안으로 인터넷 이용자의 게시글이나 댓글에 국적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 있다. 당시 과방위 검토보고서는 “국적 표기만으로는 전자우편을 통한 해킹 시도에 대한 차단 여부가 불확실할 수 있고, 사업자에게 서비스 제공 시 IP주소를 의무적으로 수집해 보관하도록 한다면 사업자에게는 경제적·기술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사업자에게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이지 않은 이용자의 접속지 정보를 추적해 제3자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국가기관에 제출하게 하는 의무가 이용자들의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이렇게 불필요하게 이용자의 통신정보를 추적, 수집하게 하면 표현행위도 위축돼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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