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쏟고 있으나, 이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의 오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5일 머니투데이는 인천시가 중국 웨이하이시로부터 받은 마스크 20만 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품이라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 마스크는 인천시가 2월 12일 중국 웨이하이시에 보낸 마스크 2만장에 대한 답례로 보내진 것으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그런데 답례로 온 마스크가 ‘부적합’이라는 보도에 많은 시민이 허탈감을 보였는데 그 보도가 오보로 밝혀진 것입니다.

5일 인천시는 보도자료를 내어 마스크 수령 직후 보건환경연구원에 순도시험을 의뢰하여 유해성 검사를 실시하였으며, 모두 적합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6일 박남춘 인천시장은 tbs 뉴스공장 <중국이 인천에 ‘불합격’ 마스크 줬다? “명백한 오보…적합성 검사 마쳐>(3/6)에 출연해 “(머니투데이) 기사에 언급된 불합격 마스크는 웨이하이시로부터 받은 마스크하고 전혀 다른 마스크”라며 “불합격 마스크는 입체방호마스크고, 이번에 전달된 일회용 일반 마스크는 일회용 그냥 평면마스크”라고 밝혔습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불필요한 분노나 혐오를 자극한 전형적 사례입니다.

애초에 엉성했던 보도, ‘부적합 판정’ 뒤늦게 수정했지만

문제의 기사는 머니투데이의 <단독/‘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보내온 마스크는?>(3/5 오진영 인턴기자)입니다. 3월 5일 15시경 다음 포털에 송고한 기사 제목은 <‘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준 마스크는 ‘부적합’ 판정>이었으나, 3월 6일 현재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삭제하고 <‘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보내온 마스크는?>이라는 제목으로 수정됐습니다.

머니투데이의 최초 보도의 제목. 현재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삭제됐다.
머니투데이의 최초 보도의 제목. 현재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삭제됐다.

이 기사는 애초부터 함량 미달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주장’을 토대로 작성됐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웨이하이시가 보낸 마스크가 중국의 자체 품질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한 누리꾼은 ‘마스크 가격만 따져봐도 우리가 보낸 마스크 2만여 장이 더 비쌀 판’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머니투데이는 △해당 제품을 제조한 회사명인 ‘지아지바오’를 검색하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온다는 점 △2019년 4분기 중국 장쑤성 시장감독관리위원회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아지바오’ 마스크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제품이라는 점 △익명의 대만 화학제품 검사업체 관계자가 “중국의 검사기준이 낮은데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문제”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추가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천시가 이번에 받은 마스크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라고 확언할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과거의 뉴스가 이번에 온 마스크도 부적합하다는 의미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과 검색해서 나온 뉴스들만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도 않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한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의 입장을 기사 상단에 추가했습니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던 가짜뉴스가 언론보도로

성혐오‧극우 싸이트인 일베에 올라온 게시글. 머니투데이가 ‘부적합’ 근거로 제시한 내용과 같다
성혐오‧극우 싸이트인 일베에 올라온 게시글. 머니투데이가 ‘부적합’ 근거로 제시한 내용과 같다

더 큰 문제는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떠돌던 허위조작정보가 기사화됐다는 점입니다. 3월 5일 오전,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게시글과 머니투데의 기사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간베스트’ 게시물에서는 △‘지아지바오’를 검색하면 부적합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검색되고 △중국 시장감독관리위원회 조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중국으로부터 받은 마스크는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의 게시물에서도 같은 내용이 발견됩니다. 앞서 살펴봤듯 머니투데이가 제시한 근거들과 유사합니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자가 첨부한 부적합 판정 관련 기사 등의 캡처 이미지마저 같은 부분을 썼습니다.

부실한 기사와 무책임한 데스크가 만든 오보, 사과가 무슨 의미 있나

이번 오보 사태는 부실하게 기사를 쓴 인턴기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나 이 기사를 ‘단독’까지 달아 내보낸 데스크의 책임이 더 큽니다.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보도 여부를 판단해야 할 데스크가 사실상 의무를 방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감한 감염병 사태에서, 특히 언론으로 인해 ‘중국 혐오’가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이 보낸 마스크가 부적합 판정 받았다’는 낭설을 유포했다는 점은 치명적입니다.

머니투데의 이 기사는 다음과 네이버에 각각 10,362개와 4,578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에는 “지상 최고의 호구나라로 만들어주신 분이 계셔서 너무나 자랑스러움” “이게 중국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이겠지” “어려울 때 호구가 진짜 호구다” 등 코로나19 사태 최악의 언론 프레임인 ‘정부 친중론’이 만연합니다.

머니투데이는 6일 기사를 수정하면서 “마스크 종류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해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런 뒤늦은 기사 수정과 사과만으로는 이미 오염된 여론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진심으로 오보를 바로잡고 싶다면 최초 기사를 삭제하고 구체적인 오보 경위와 정정, 사과를 담은 별도의 기사를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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