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의 해고와 소송, 사망 과정을 둘러싼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조사위원을 구성 중인 가운데, 청주방송이 소송 당시 사측 대리인을 위원으로 추천하는 한편 사내에 이 PD 판결문을 게시하고 나서 초반부터 조사 취지를 거스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CJB청주방송 이재학PD 사망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는 5일 성명을 내 “합의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회사는 유족과 대책위를 우롱했다”며 “청주방송의 고인 모욕행위 중단과 진상조사 합의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청주방송은 지난달 27일 유족과 노사, 시민대책위가 참여한 4자 대표회의에서 이 PD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조사위 출범에 합의했다. 유족과 사측은 △진상조사위 활동에 적극 협력 △현장출입과 조사·자료 제출·관계자 소환에 성실 참여 △요청사항 즉시 이행 △조사결과 수용과 개선방안 즉각 이행 등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와 사측 취재 결과 청주방송 측은 지난 2일 방송사 사무실 등 건물 전체에 이 PD의 부당해고 1심 판결문을 붙였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와 동시에 사무실엔 “이 PD의 유족과 대리인이 법원에서 끝난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고 한다”는 선전이 퍼졌다.

사측은 3일 1차 진상조사위 회의에서 이 PD 부당해고 소송 당시 사측 소송대리인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는 “진상조사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는 인물을 추천해 다른 위원들이 강력히 항의하자, 사측 변호사는 유족 대리인의 진상조사위원회 참여를 문제 삼아 회의를 파행으로 몰았다”고 했다.

대책위는 “대표이사는 유족에게 전화로 판결문 게시를 사과했지만, 조사위원 배제와 가해자 현장 배제에는 침묵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PD의 유족은 그의 해고 당사자로 그의 재판을 돕는 직원을 압박한 가해자로 지목받는 두 간부의 자택 대기발령을 사측에 요구했지만, 이들은 보직만 배제된 채 현장에 출근하고 있다.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합의문.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합의문.

대책위는 “지금 당장 가해자들의 현장 출입을 전면 금지시키고, 사측 변호사의 진상조사위원 추천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오는 6일 4자 대표회의에서도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진상조사를 파행시킨다면 더 이상 회사에 어떤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주방송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이번 사건에 통렬하게 반성한다. 하지만 소송 과정 문제를 들여다보는 소위에서 사측 소송대리인은 조사 대상이라며 반발하는데, 그렇다면 유족 측 소송대리인도 조사 대상이 돼야 하지 않느냐”며 “4자 회의는 9일로 미뤘고, 그때까지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청주방송에서 14년 간 형식상 ‘프리랜서’로 일해오다 2018년 동료 프리랜서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부당해고와 근로자지위소송을 제기했지만 올초 1심에서 패소한 뒤,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4일 숨졌다. 50여 시민사회단체는 이 PD 해고와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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