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현장을 증언한다: 유보된 해결, 지연된 정의가 불러온 죽음’ 증언대회에서 고 이재학 PD와 생전에 함께 소송을 진행했던 이용우 변호사가 이 PD의 죽음을 증언했다.

이날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현장으로는 CJB청주방송과 함께 한국마사회, 중증장애인 동료지원활동가 제도, 간호사들의 노동현장, 유성기업이 꼽혔고 이 사업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죽음을 증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CJB청주방송(대표 이성덕)에서 14년간 일하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한 후 해고되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도 패소하자 숨진 고 이재학 PD에 대한 진상조사가 시작됐으나 1차 회의부터 파행됐다. 청주방송 측이 진상조사위에 이재학 PD가 생전 소송을 했을 때 사측 소송을 대리한 A씨를 조사위원으로 앉혔기 때문이다. 

이용우 변호사는 “고 이재학 PD는 유서에 ‘억울해 미치겠다’고 썼는데 진상조사를 하는 요즘, 저도 그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라며 “이재학 PD는 청주방송 노동자임을 온몸으로 증명해왔는데 소송과정에서 회사 측과 법원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그것과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최근 청주방송 이 PD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시작됐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변호사는 “진상조사위 1차 회의가 시작됐지만 1차 회의 하루 전에 청주방송은 공문을 통해 회의를 연기하자고 했다”며 “1차 회의를 강행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사측 소송을 진두지휘한 관계자가 진상조사 위원으로 참석하게 됐다. 충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소송 대리인 격인 A씨는 경우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진상조사 주체로 자리에 앉아있었다”라며 “A씨를 진상조사위에서 배제하자고 했지만 답이 없어 결국 1차 회의는 파행됐다”고 전했다. 

▲ 3월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현장을 증언한다: 유보된 해결, 지연된 정의가 불러온 죽음’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용우 변호사(가장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3월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진행된 ‘노동자의 죽음을 부르는 현장을 증언한다: 유보된 해결, 지연된 정의가 불러온 죽음’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용우 변호사(가장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 변호사는 이 PD가 해고되기 전, 노무법인 유앤이 낸 컨설팅 자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무법인 유앤의 컨설팅 자료는 고인 사망과 진상조사위의 의제인 ‘비정규직 실태’, 즉 고인의 노동자성과 직결되는 자료다. 컨설팅 자료에는 프리랜서 전수조사 결과와 고인의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진상조사위에서는 이 문건의 공개를 요구했는데 청주방송 측은 이 문건의 요약본만 공개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청주방송이 공개한 노무법인 유앤의 요약본 PPT 자료를 보면 이재학 PD가 ‘종속된 노동자로 판단될 개연성’이 높다고 돼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소송 과정에서 공개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청주방송은 이만큼 이런 상황들을 은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이 PD 생전 함께 소송했던 과정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이 PD가 해고를 당한 후 소송을 하는 1년 6개월 동안 사측의 주장들을 들으며 굉장히 힘들어했다. 회사의 주장에, ‘외눈박이’ 같은 법원의 판결까지 봤다. 판결이 나오고 나서 그날 바로 함께 항소했다. 항소를 접수하면서 ‘증거를 굉장히 많이 제출했으니 2심에서는 뒤집힐 것이다’라면서 의기투합했었다. 그러나 판결문이 송달되고 다시 한 번 절망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같이 근무했던 동료, 상사, 간부, 외부 관계자들 모두 그가 청주방송의 노동자임을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다 부정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청주지법(정선오 판사)의 판결을 비판했다. 

[ 관련 기사: 꼬리로 몸통 흔든 이재학 PD 사건 재판부 ]

이 변호사는 청주지법이 이재학 PD의 근로자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판사가 회사(청주방송)의 손을 들어줘야겠다는, 매우 의도적이고 편향적인 경향이 눈에 띄었다”라며 “청주방송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법원에 대한 문제도 꼭 짚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이용우 변호사 외에도 고광용 부산경남경마공원 지부장이 한국마사회에서 일하다 숨진 문중원 기수가 일했던 환경을 증언했다. 마사회에서는 ‘선진경마제도’라는 것 때문에 마사회의 부당한 지시를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다. 

또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중증장애인동료지원활동가였던 설요한씨의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중증장애인동료지원활동가 제도가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실적을 달성해야 하는 구조로 돼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증장애인들은 이동 등이 쉽지 않은데, 중증장애인동료지원활동가를 하려면 월 4명의 참여자를 발굴해야 하고 동료지원활동가들을 월 5회 만나 서류 등을 작성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며 이런 일들은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춰져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이민화씨는 서울아산병원의 신규간호사였던 박선욱 간호사와 7년 차 간호사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간호사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비판했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 교육부장은 한광호 열사의 사례를 전달하면서 유성기업의 노조탄압과 창조컨설팅과의 공모를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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