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대구방송총국 구성원들이 본사에 불만을 터뜨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90%가 대구경북에서 나온 가운데 KBS대구 보도 제작 구성원의 근무 여건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명씩 증가하는 확진자 소식을 다루는데 KBS대구총국 인력만으론 부족해 지원책이 절실하다.

KBS본사는 지난달 27일 취재기자 7명, 촬영기자 4명, 오디오맨과 차량부 직원 등 20명을 대구로 파견했다. 하지만 본사 파견 복귀 뒤 방침 때문에 불만이 나왔다. 파견 인력은 복귀 때 검진(회사 부담)을 받고, 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하기로 했다. 음성 판정을 받으면 파견 기간(일주일에 대휴 1일)에 따라 휴가를 주기로 했다. 반면 대구총국 구성원은 검진이나 자가격리 방침을 받은 적이 없다. KBS 내부 게시망에서도 지역 기자들 불만이 쏟아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에서 “지역 상황을 알리는 자체 특보와 뉴스 취재제작,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본사 특보 참여 등 지역국 모든 조합원이 재난방송에 매달린 상황”이라며 “특히 취재와 촬영기자, 촬영감독, 중계 기술 조합원들은 업무 특성상 감염 위험이 가장 큰 현장을 다닐 수밖에 없다. 재난방송 초기 병원 현장은 물론이고 선별진료소 등 오염 우려지역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고 특보 강행군 속에서도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라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버틴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긴급노사간담회를 열어 지역의 비상 인력운용방안 등 대책을 요구했다면서 “본사에서 대구로 출장을 다녀온 사원은 복귀 전 검사와 자가격리를 한다면서 대구 등 전국의 코로나19 현장에 있는 지역 사원들 안전에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KBS대구총국에 따르면 현장 취재가 가능한 실질적인 인력은 취재기자 11명, 촬영기자 7명이다. 최근 경력기자 채용으로 취재기자 2명, 촬영 경력기자 1명이 보강됐다. 하지만 시시각각 확진자가 나오고, 상시 브리핑, 코로나 생중계 방송 등을 챙기려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리포트를 할 사람조차도 부족하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불가피하게 대구총국 관할 안동지역국와 포항지역국에서 각각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한명씩을 총국으로 보냈다.

대구총국은 전국 코로나 뉴스 중 대구 경북 지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본사에서 주문한 뉴스와 대구 자체 취재 뉴스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이 버거웠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본사에서 대구총국 구성원이 감염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비’ 대책을 요구했지만 코로나 이슈에 100% 투입되고 한 공간(총국 사옥 3층)에서 기사작성과 촬영 편집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감염자가 나올 경우 후속 방송 제작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 KBS대구방송총국  보도화면.
▲ KBS대구방송총국 보도화면.

김기현 대구총국 보도국장은 “본사 주문 뉴스가 늘어 피로가 누적돼 예민한 상태에서 본사에서 내려온 친구들은 돌아가는 즉시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수칙을 듣고 위험을 안고 취재하는 현재 상태와 대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구성원들이 감정을 폭발했다”고 말했다.

KBS 본사는 지난달 21일부터 대구총국과 인력 지원 방안을 논의해왔고, 대구총국 보도국만으로는 현지 상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27일 직원을 파견했다. 김기현 보도국장은 본사 파견 인력이 투입되면서 숨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견 직원은 분리 원칙에 따라 대구총국 건물이 아닌 대구시청 인근의 임시 사무실에서 일한다. 본사는 기사 작성과 촬영 편집이 가능한 차량을 지원했다.

KBS본사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자 지원을 약속했다. 양 사장이 4일 공사창립 47주년 기념사에서 지역총국 지원을 직접 언급한 것도 누적된 불만 해소책으로 보인다.

양 사장은 “대구 경북지역 확진자 숫자는 총 확진자의 80%를 넘고 직원들은 감염 우려에 신경이 곤두설 것”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하는 취재 제작진을 보며 사장으로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책임감을 느꼈다. 여러분과 늘 함께 하겠다. 대구총국을 비롯한 지역총국에 시의적절한 지원방안을 계속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재난방송이 장기화되면서 취재 제작진, 데스크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힘든 시기를 맞아 임원과 부서장은 인력운용을 효율화하고, 조직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많은 소통 노력과 헌신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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