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 CJB청주방송(회장 이두영)이 대주주 두진건설의 개발사업 길목마다 대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보도를 해왔다. 두진건설의 개발·분양사업 홍보성 리포트를 하거나 경쟁사와 개발 반대 세력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최근까지도 확인됐다. 두진건설은 청주방송의 지분 36.22%를 보유한 1대주주로,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은 청주방송 대표이사 회장이다.

청주방송은 두진건설이 2015년 충북 충주 호암지구와 2017년 청주 방서지구에서 각각 추진한 ‘두진하트리움’ 아파트 시공사업에 수차례 이례적 보도를 냈다.

2015년 6월26일 “관심 끄는 청주 방서지구” 리포트는 갓 개장한 두진하트리움 모델하우스 소식을 다뤘다. 리포트 속 기자는 “하트리움은 두진건설이 책임 시공하는데 첫날부터 발길이 이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잘 지어놨다”, “구조도 괜찮고 수납공간이 많다” 등 방문객 인터뷰를 전했다. 기자는 “하트리움은 모든 세대를 남향위주로 배치했다”, “주변 무심천을 비롯해 쾌적간 주거환경이 강점”이라며 분양 규모와 일정을 전했다. 한편 2016년 청주시 주택토지국 공고는 신규식 청주방송 충주본부장이 당시 개발 조합장을 맡았다고 밝힌다.

▲청주방송 홈페이지 2015년 6월 방서지구 관련 보도 검색결과. 6월26일 “관심 끄는 청주 방서지구”와 2017년 3월 “충주 호암지구 3487가구 분양” 기사는 현재 홈페이지상 영상을 시청할 수 없다.
▲청주방송 홈페이지 2015년 6월 방서지구 관련 보도 검색결과. 6월26일 “관심 끄는 청주 방서지구”와 2017년 3월 “충주 호암지구 3487가구 분양” 기사는 현재 홈페이지상 영상을 시청할 수 없다.

청주방송이 2017년 3월16일 ‘오늘의 주요뉴스’에 보도한 “충주 호암지구 3487가구 분양” 리포트도 홍보성이 짙다. 보도는 두진건설을 포함한 4개사가 동시분양에 나선다고 전하면서도, ‘두진하트리움’ 아파트만 실명 언급했다. 끝무렵 “충주 호암택지지구는 도심의 학군과 편의시설은 물론 호암지 생태공원까지 갖춰 최적의 주거지로 꼽힌다“고도 밝혔다. 청주방송 홈페이지를 보면 이성덕 현 청주방송 대표이사(당시 충주본부장)이 기사를 작성했다.

두진건설의 개발사업이나 이해관계를 거스르는 사안에는 비방성 보도도 나왔다. 청주방송은 두진건설의 경쟁업체나 구룡공원 보존 여부를 결정하는 민관학계 거버넌스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줄이어 보도했다. 

청주방송은 2017년 4월말 우미건설을 겨냥한 보도를 잇달아 아침 주요뉴스로 내보냈다. 두진건설이 우미 등 업체들과 충주 호암지구 동시분양에 나섰던 시점이다. 일례로 4월28일 리포트는 “앞서 보신 것처럼 외지 대형건설사들의 지역홀대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최근 충주에선 우미건설의 비상식적 영업 행태로 다른 아파트 입주민들과 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라는 앵커멘트로 시작한다. 기자는 “가격 파괴로 부실공사는 물론 충주 아파트 값의 전체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익명의 주민과 건설업체 관계자 인터뷰를 전했다.

청주방송은 이를 비롯해 4월26~28일에 걸친 기획보도에서 우미건설에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이 낮다며 지역홀대론 제기 △앞서 시공 아파트에 부실 주장 △분양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부실시공 우려 등을 전했다. 우미건설 측 관계자는 당시 보도를 두고 “우미건설 관계자들도 알고 기억한다”며 “그렇게 보도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CJB청주방송이 2017년 4월26~28일 두진건설과 동시분양하는 우미건설에 내놓은 비판보도들. 청주방송 보도 갈무리
▲CJB청주방송이 2017년 4월26~28일 두진건설과 동시분양하는 우미건설에 내놓은 비판보도들. 청주방송 보도 갈무리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언론사를 소유한 건설사라면 개발 전 과정에 걸쳐 경쟁사와 그 상품을 깎아내리기 매우 편리한 도구를 가진 셈이다. 잠재고객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타사 상품을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청주 주민들 사이 뜨거운 감자였던 구룡공원 개발 여부를 두고도 청주방송이 사주 이익을 대변하는 보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두진건설은 구룡공원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청주 서원구 구룡공원은 도시계획 ‘일몰제’로 올해 7월 개발제한이 풀리는 지역 내 도시공원 가운데 최대규모 공원이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지난해 공원을 녹지로 유지할 것을 주장했고, 두진건설 등 개발업체는 민간개발을 주장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8월 학계와 주민 대책위, 환경시민단체, 시의원 등이 꾸린 민관 거버넌스를 꾸렸다. 시는 두진건설을 거버넌스 협상대상자로 두고,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청주방송이 지난해 말 민관거버넌스의 갈등을 부각한 보도장면 일부. 청주방송 홈페이지
▲청주방송이 지난해 말 민관거버넌스의 갈등을 부각한 보도장면 일부. 청주방송 홈페이지

당시 청주방송 리포트를 보면, 거버넌스 구성을 시작한 7월 중순부터 최종합의에 이른 11월 초순까지 거버넌스 구성과 진행을 놓고 갈등을 집중 부각한 제목이 줄잇는다. “[팩트더하기]거버넌스 딜레마”, “‘재협상 없다’…회의만 하다 끝”, “구룡공원 반려…안갯속 도시공원”, “‘조건부참여’ 요원한 대타협” 등이다.

주민과 언론 등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진건설의 민간개발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해석했다.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일몰제로 인한 도시공원 민간개발 문제는 주민들 반대로 뜨거운 이슈였다. 청주방송은 거버넌스가 시작한 뒤 갑자기 보도를 쏟아냈는데, 합의와 토론 과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구조’로 모는 보도였다”고 말했다. 

거버넌스와 두진건설은 두 구역 가운데 1구역을 개발하고, 아파트 층수와 지상주차장 비율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당시 도시공원 시민대책위에 참여했던 우성석 충북지방자치포럼 대표는 “개발업체가 구룡 부지를 임야로 싸게 매입해 아파트를 개발해 팔면 갑절 이상의 수익을 남길 것”이라며 “이번 보도와 더불어 두진건설이 개발을 맡으면서, 그간 개발논리를 앞세웠던 저의가 한번 더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두진건설은 홈페이지에 자사 언론방송사업으로 CJB청주방송을 소개하고 있다. 두진건설 홈페이지
▲두진건설은 홈페이지에 자사 언론방송사업으로 CJB청주방송을 소개하고 있다. 두진건설 홈페이지

청주방송에 보도 윤리 문제가 제기되지만 현행 규제기구의 감시를 피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2015~2019년 방통심의위의 심의의결내역을 보면 방통심의위가 청주방송에 두진건설 관련 보도를 제재한 사례는 2017년 6월 ‘호암 두진하트리움’ 보도 1차례다. 이마저 권고(행정지도)에 그친다. 당시 의결 내용은 “지역 현안에 대한 정보제공 차원의 보도였다는 점과 기존 심의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경징계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심의 과정에서 꼭 언론사 소유구조를 살피도록 하는 규정은 없고 방통심의위 권한에도 한계가 있다”며 “심의위원들이 필요할 때 참고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두영 청주방송·두진건설 회장은 지난달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적인 일을 해도, 내가 사주니까 CJB는 오히려 기사를 쓰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나는 방송을 소유함으로서 피해 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3일 이 회장에게 추가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 등을 남겼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청주방송 관계자는 자사의 두진건설 사업 관련 보도에 “주택 수급 문제는 어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초미의 관심사라 보도하는 것이다. 두진건설 위주로 보도됐는지 시각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사주를 둘러싼 취재보도 원칙에는 “기자 각자가 상식선에서 양식에 따라 보도한다.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얽히는 갈등은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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