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기자들 취재 환경도 변했다. 주요 취재처 기자실이 연달아 폐쇄되고, 언론사 내부에서 안전 지침을 내리면서 기자들은 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자택이나 카페 등에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나 취소되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생기는 현장에는 기자가 수백명씩 몰려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방송사 기자들은 특보체제라서 평소보다 더 많은 기자가 사무실로 들어와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기도 한다.

2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회견장에서 기자들 불안감은 증폭됐다. 기자들이 다닥다닥 모여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 지난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에서 열린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기자회견에 몰린 취재진.
▲ 지난 2일 경기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에서 열린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기자회견에 몰린 취재진.

CBS 종교부 소속 송주열 기자는 “신천지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신천지 동선을 따라다니기에 감염 경로와 매우 가깝다”라며 “집에 아이도 있고 불안함에 위축되기도 한다. 며칠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검사까지 받은 그는 “불안하다고 신천지 취재를 안 할 수 없다. 현장에 갈 수 밖에 없고 잠복취재도 진행 중”이라며 “무리한 취재를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안다. 더 정확한 보도를 위해 현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월19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기자간담회에도 수백명의 기자가 몰렸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출입하지 못했고 출입구엔 열감지기구를 통과해야 했고,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모인 기자 수는 400~500명 사이로 이 많은 기자들이 1시간30분 동안 모여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있어도 되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 지난 2월19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기자회견에 몰린 취재진들의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 지난 2월19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기자회견에 몰린 취재진들의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특보 체제’로 전환한 방송사는 오히려 기자들이 사무실(스튜디오)로 더 많이 들어온다. 기자실 폐쇄도 많아 기자실에 상주하던 기자도 방송사로 들어와 책상이 모자라기도 했다. 지난 2월 말부터 현대차, SK, LG생활건강, KT, LG유플러스, 네이버, 티몬, LG전자, 삼성물산, 현대건설, SK건설, 에스원, 엔씨소프트, 아모레, GS건설 등 대부분의 기자실이 폐쇄되거나 임시폐쇄 등을 논의했다. 

한 방송사 A 기자는 “특보 체제가 운영되며 기자 대부분이 10시간씩 보도국에 앉아있다. 자리가 없어 한 책상을 쪼개서 쓰거나 막내기수 기자는 회의실에서 일했다”며 “2m 간격 떨어져서 이야기하라고 보도하면서도 정작 기자는 20cm 간격으로 앉아있다”고 했다.

반면 재택근무하는 기자도 늘었다. 재택근무 기자는 이동시간이 줄어 편하게 느껴지지만 취재를 제대로 못해 우려했다.

한 통신사 B 기자는 “기자실이 닫은 것은 물론이고 미팅도 없어졌다. 재택근무로 일한다. 재택근무는 당장은 편하지만 취재원과 만나는 연결고리가 약해져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 C 기자는 “이동시간을 고려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일이 늘어나기도 한다. 11시 유튜브 생중계가 있고 12시 중계가 있으면 두 개 다 챙기기도 한다. 재택근무라고 기사 수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C 기자는 “현장에 가야 생생한 문장이 나오고, 눈으로 봐야 더 디테일한 기사를 쓰는데 현장에 못 가고, 인터뷰도 서면으로 대체하다보니 아쉽다”고 말했다.

행사 취소와 함께, 인터뷰 요청도 쉽지않다. 일간지 문화부 D 기자는 “공연이나 전시가 대부분 취소돼 업계 분위기가 침울해졌다”며 “아이템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나 점심 미팅도 잡기 어렵고, 잡아도 상대방이 꺼려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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