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PD가 생전에 청주방송 동료들에게 쓴 글을 유족의 동의 하에 싣는다. - 편집자주

 

안녕하십니까? 청주방송에서 무늬만 ‘프리랜서’ PD였던 이재학입니다. 

대다수의 선배, 동료분들께서 아시다시피, 현재 소송중이어서 이렇게 글로 인사드림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불편해하실 분들이 계심을 잘 알기에 개인적인 연락도, 안부 인사도 드리지 못함을 다시 한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1년의 소송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어느 조직에 속하지도 못하였고 도움도 받지 못하는 혼자만의 싸움이었기에 근래 들려오는 소식(회사측의 내부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전)에 답답함을 호소할 곳이 없어 이렇게 글을 통해서나마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또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지난 1년여의 소송 기간 중 알게 모르게 저를 도와주고 응원해준 내부구성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견제로 인해 이제 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저를 피하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파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글을 남깁니다.

현재 저는 근로자지위인정등 소송을 CJB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 소를 제기한 이래 벌써 지지부진한 공방이 1년여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쟁점중 하나인 프리랜서의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사측은 그 동안 제가 하였던 업무가 프리랜서의 고유 업무였다 주장을 합니다. 프리랜서들은 당연히 하는 일이었다고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저하고 같이 업무를 하였던 기술국, 영상팀 또 경영국 그 외 많은 선배님들은 모두 아실겁니다. 제가 했던 업무들이 프리랜서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청주방송에서 했던 업무내용과 근무실태를 아시는 분들은 모두 한결같이 인정하는 것처럼 저를 단순한 프리랜서가 아니가 청주방송의 정규직 피디와 같다고 인식하고 인정하고 그렇게 당연히 업무를 지시해왔습니다. 제가 했던 업무들은 단순한 프리랜서 업무가 아니라 정직원 피디의 업무와 같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과연 상부는 모르고 진행되었을까요? 저는 충분한 보고와 지시를 받고 진행하여 왔습니다. 잘 아시지 않나요? 지시없이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당연히 이렇게 일을 진행해왔던 사측은 이제 와서 모든걸 부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분만 프리랜서였지 정말 애사심과 청주방송이 쪽팔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정직원처럼 일을 해왔습니다. 

또 전국의 어느 프리랜서가 회사의 PD로 지자체를 다니며 협약을 하고 공무원들과 협의를 하고 다닙니까? 또 어느 프리랜서가 직접 기안을 올려 결제받은 사항을 들고 업무를 처리하러 경영국을 수시로 드나듭니까? 또 어느 프리랜서가 예산을 짜고 받으러 다닙니까? 심지어 모PD는 많은 구성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제가 박달가요제를 진행하는 과정을 보고 이런 얘기를 한적도 있습니다 “너처럼 일하면 재즈페스티벌연출자처럼 돈 주는 기준이면 1000만원 받아야겠다”  

이러한 일들이 과연 프리랜서였던 제가 해야 할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정직원처럼 한 일이었을까요? 왜 사측은 이제 와서 이런 사실들을 모두 부정할까요?

심지어 저에게 붙여주었던 PD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사측은 부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저에게 사내에서조차 이재학 PD라고 부르던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또 하나의 쟁점인 부당해고에 대해서도 많은 구성원들이 같이 억울해해 주셨고 오랜 기간 근무한 이재학 피디가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모습에 안타까워 했습니다. 당시 함께 근무한 사람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사측은 이제 와서 제가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다는 얘기를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왜 이런 식으로 부정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말 CJB를 아꼈고 저도 청주방송의 구성원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송에서 사측의 주장을 듣고 있자니 모든 게 부정당하는 기분입니다. 제 실체가 없어지는 기분입니다. 처음하는 소송이고 당연히 있던 사실이었기에 쉽게 끝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리한 시간끌기와 사측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여기서 계속 말해온 사측 즉 청주방송은 누구일까요? 구성원들일까요? 간부들일까요? 아님 회장님일까요? 제가 싸우는 청주방송은 누구일까요? 요즘은 누구와 싸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답답함에 이렇게 갑자기 글로 근황을 전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승리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다시 좋은 모습으로 청주방송에서 꼭 인사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청주방송 전 PD 이재학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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