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홍보를 1도 모르는 중소기업, 스타트업, 1인기업, 소상공인, 비영리재단, NGO에 최적화된 홍보 노하우가 담겼다.

먼저 이 책은 홍보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 잡는다.

‘제품만 좋으면 홍보 필요없다’, ‘홍보는 돈으로 한다’, ‘SNS 홍보가 대세다’, ‘언론은 우리처럼 작은 단체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부터 배격한다.

SNS 홍보가 대세라는 얘길 듣고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까지 만들었지만, 홈페이지엔 3년전 고객 문의가 가장 최근 글이고, 인스타그램엔 막내 직원이 올린 회식 사진이, 블로그는 스팸 광고로 도배돼 있고, 유튜브 홍보영상은 1건만 있고 구독자는 12명이 전부인 소기업들이 많다. 꾸준히 관리하지 않는 SNS 홍보는 단체 이미지만 더 나쁘게 한다.

개념 정의부터 하면, ‘홍보(PR)’는 ‘Public Relations’, 즉 ‘공중과 관계’다. 여기서 공중은 고객, 언론, 시민사회 등을 말한다. 홍보는 이들과 ‘관계맺기’다.

소형풍력발전 기술로 국내외 특허를 받고 우수논문도 많이 발표한 벤처기업 대표는 최근 해외 진출을 타진하면서 회사의 낮은 지명도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다. 저자는 “이런 소기업일수록 홍보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기업이라면 팩트와 진성성을 무기로 내세운 홍보가 가장 잘 어울린다.

소시지 핫도그 생산회사인 장순필 푸드는 B급 정서와 아재 개그로 온라인에 화제가 됐다. 제품에 ‘대한민국 소시지 판매 1위’라고 큼직하게 써놓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하고 싶다’를 덧붙이는 식이다. 장순필 푸드 같은 소기업은 화려한 스펙이 없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에 주목했다. 핫도그 포장에 손글씨로 된 편지글을 넣었다. “다섯 남매 중 막내인 저는 두 살 터울인 승필이 형과 시골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습니다. 문방구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핫도그를 온종일 쳐다보고만 있었지요. 형은 육성회비를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하고 어린 동생인 저를 위해 핫도그를 사주었습니다. 추억을 담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핫도그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 ‘작은 회사의 마케팅은 달라야 한다’(이연수 문인선, 미니멈, 2020)
▲ ‘작은 회사의 마케팅은 달라야 한다’(이연수 문인선, 미니멈, 2020)

홍보에서 ‘기획’의 중요성은 ‘햇반’의 실패와 성공 사례만으로 충분하다. 1996년 출시된 햇반은 처음엔 ‘편리한 밥’으로 가치를 창출하려 했지만 대실패했다. 지나치게 ‘간편성’을 앞세운 나머지 한국인에게 밥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죽인 셈이었다. 이후 엄마가 집에서 해주는 ‘집밥’을 강조한 홍보로 변신에 성공하고 이젠 즉석밥 시장의 대표주자가 됐다. 제품명 ‘햇반’은 일반명사가 됐다.

대학교수로 있다가 최근 공기업 이사장이 된 분이 저자에게 본부와 산하기관을 방문에 업무보고를 받고 방침을 내려야 하는데 막막하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저자는 ‘업계 전문지 1년치를 훑어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 기사는 단편적이고 화제성 위주로 포털이 자동배열하기에 맥락을 잡기 어렵다. 온라인 뉴스는 내가 이전에 본 뉴스를 기반으로 빅데이터가 알아서 보여주는 나의 관심 뉴스들로 한정된다. 사방팔방에서 정보가 쏟아지지만 유용한 정보는 의외로 아날로그에 많다. 특히 홍보 기획 땐 중요한 대상이 ‘내’가 아니라 ‘소비자나 시민’이다. 전문잡지는 6개월만 정독해서 읽으면 업계의 전체 흐름이 보인다. 나의 관심이 아닌 소비자나 시민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편집하는 오프라인 매체는 의외로 힘이 세다.

이 책의 결론부로 가면 위기관리 방법도 나온다. 악성 루머나 자연재해, 기술적 오류, 회사내부 갈등 등으로 회사나 단체에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소개한다. 위기 때 절대하지 말 것들로는 지나치게 감정적 호소나 대표의 부적절한 개입, 논란의 핵심을 비껴간 사과문 등을 예로 든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신속하게 인정하고 핑계가 아니라 팩트에 기반한 객관적 해명을 내놓으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적절한 타이밍과 공감에 기반한 사과, 책임표명, 보상의지, 재발방지 약속 등을 담은 사과의 다섯 가지 필수요소를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창립 3년차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투숙객이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려 호스트 여성이 에어비엔비에 항의했지만 적절한 답을 받지 못했다. 집주인은 이를 블로그에 올려 일이 일파만파 커졌다. 심지어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진이 피해 집주인에게 연락해 항의 글을 내려달라고 요구까지 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심각성을 깨달은 에어비앤비는 피해 집주인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피해자 건의를 적극 수용해 본사와 핫라인을 만들고, 보상체계도 획기적으로 구축해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사업 구조 자체를 개선했다.

기자와 공익재단에서 출발한 두 저자는 이 책에 오랜 실무 경험을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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