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령 경기방송 청와대 출입기자가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한달여 전 보도부문 사장으로부터 여권인사들이 1년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때 김 기자의 질문을 불편해하니 청와대 출입기자 교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경기방송 사장은 회사와 본인 모두에 부담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분위기를 설명했을 뿐 당시에 인사를 실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사장이 자신에게 청와대 출입기자 교체 제안을 한 다음날 없었던 일로 했으나 지난 11일 경기북부 2진으로 인사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최근 페이스북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 당시 질문이 경기방송 재허가권에 영향을 미쳐 이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김 기자가 이 같은 판단을 하게 된 이유를 두고 회사측이 1년 전 기자회견 질문 얘기를 꺼내며 출입기자를 바꾸겠다고 시도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지난 26일과 27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 SNS메신저 인터뷰를 통해 유연채 경기방송 보도부문 사장이 지난달 8일 자신을 불렀다며 “그가 제게 여당에 인사들을 만날 때 마다 (여당인사들이) 신년기자회견을 여러차례 거론하고 불쾌해 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유 사장이 “우리 회사가 재허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건부 재허가에 맞게 조치가 있어야만이 재허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유 사장이 ‘청와대와 국회 출입기자에서 빠지라’고 했다며 청와대는 상징적인 게 있다, 회사를 위해 살신성인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그 자리에서 유 사장에게 ‘그런 이유라면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저만의 문제를 떠났다’, ‘언론탄압이다, 이러면 누가 기사를 쓰고 마이크를 잡겠느냐’고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기자는 이튿날 보도국장으로부터 없던일로 하기로 했다며 그냥 있으라고 통보를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엔 현준호 본부장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예령 기자의 1년 전 신년기자회견 문제로 청와대 출입기자 교체를 시도한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김 기자는 “개인적 문제를 떠나 이런 결과를 초래하면 앞으로 어떻게 대통령에 질문하겠느냐”며 “그때부터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 기자는 2주간 휴가 중이며, 복귀하는 대로 사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지난 1월10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질문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지난 1월10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질문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이에 유연채 경기방송 보도부문 사장은 재허가를 앞두고 여러 회사의 부담이나 분위기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년 기자회견 질문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이유로 직접 청와대 출입기자를 교체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 사장은 2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부문 사장을 맡고 있으니 인사요인이 생겼을 때 청와대 출입기자를 바꾸는 문제는 회사로서 큰 문제여서 기자를 불러 회사가 어려운 결정 하려고 사전에 그런 얘기를 하는 과정이었다”며 “그런데 바로 직접적으로 연계해서 청와대 기자를 바꾸는게 좋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인사가 곧바로) 이뤄지진 않았다”고도 했다.

유연채 사장은 “그 때 그런 얘기한 것은 꼭 방통위와 청와대 출입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연계한 것은 아니고, 당시 회사가 처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는데, 방통위 재허가 앞두고 경기도 의회 예산삭감 압력도 있었다”며 “그런 회사 경영쪽의 어려움을 얘기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서 선제적인 인사라든가, 현준호 전무도 사퇴가 처리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 회사 미래와 관련해 오해되는 부분을 조금씩 해소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예령 기자의 청와대 출입이 곧바로 방송재허가와 연계된다고 언급하지도 않았다”며 “회사 분위기를 개선해보자는 차원에서 얘기였다”고 밝혔다.

다음날 출입처 교체의사를 취소했으나 한 달뒤 결국 경기북부청사로 발령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유 사장은 “그 이후로는 인사문제를 저와 논의한 바 없고, 보도국장이 실무적으로 판단한 인사이며, 총선 앞두고 운영과 관련한 인사로 안다”며 “이 인사는 앞서서 (김 기자와) 얘기한 상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보도담당 사장이 신년기자회견을 불편해한다는 여권인사들의 말을 전하면서 교체하겠다고 하면 기자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좌천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유 사장은 “그당시 인사는 실현되지 않은 인사이고, 2차 발령(2월11일)은 보도국장이 결정한 것으로 그것을 존중했다”고 답했다. 실제 여권인사들이 김 기자 기자회견 질문을 불편하게 했다고 거론한 것을 들었을 때 외압으로 느끼지는 않았느냐는 질의에 유 사장은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겠느냐”며 “정무적 판단도 할 수 있고. 여기저기서 (여권인사들이) 그런 얘기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는 현준호 전무 건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때이고, 경기도 의회로부터 예산삭감 등의 압력 받았고, 그런 전체적 맥락에서 여러 가지로 그런 분위기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고 답했다.

김 기자의 신년기자회견 질문 언급이 나온 것까지 포함해서 부담된다는 뜻이냐는 질의에 유 사장은 “예. 당연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저희로서도 부담되지 않겠느냐”며 “그렇지만 그 뒤로 청와대를 보강하는 쪽으로 인사를 바꾼 것이고, 실제 인사는 그런 것과 전혀 무관하다”고 했다.

그 얘기를 김 기자에 전달한 것은 맞느냐는 질의에 유 사장은 “제가 보도부문 사장이니 회사에서 여러 가지 느껴지는 분위기를 전달했다”며 “단지 그것이 꼭 (인사의) 그 이유였다고 적시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언론탄압’이라고 유 사장에게 반박했다는 김 기자 인터뷰 내용에 유 사장은 “저는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글을 두고 유 사장은 “제 얘기보다 본인이 느끼는 부분이 많이 있지 않겠느냐”며 “본인이 느끼는 부분을 페북에 담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아직 김 기자로부터 사의표명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보도부문 사장 입장에서 방통위 허가 문제가 걸렸을 때 인사를 염두에 뒀다면 충분히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는 위치 아니겠느냐”며 “그중의 하나로 얘기를 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대로 되지 않았다. 그것과 연계해서 그 인사를 실현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살신성인 해달라는 등의 표현도 했느냐는 질의에 유 사장은 “저의 얘기보다 회사의 어려운 분위기 얘기했다, 전달자로서”라고 답했다.

▲유연채 경기방송 보도부문 사장. 사진=페이스북
▲유연채 경기방송 보도부문 사장. 사진=페이스북

한편 김예령 기자는 지난해 1월10일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썼다는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의 중심이 된 인물이다. 그러던 김 기자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인생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지난 2019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저의 질문이 결국 저희 경기방송의 재허가권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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