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이사가 지상파 민영방송 사업 폐업을 결의하게 된 것에 대해 외부세력의 탓이라고 밝힌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기방송 이준호 이사(경영지원국장)는 27일 ‘경기방송 이사회의 폐업 결의에 대한 입장문’에서 “오죽하면 이런 결단을 내려겠느냐”라며 “우리의 폐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안 중 하나를 꼽으라면 경기도의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언론탄압이 끝장판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준호 전 총괄본부장의 막말 발언 파문 이후 경기도의회 차원에서 경기방송 광고 및 예산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이준호 이사는 “지방의회가 자신들의 정치적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앞장서서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했다. 자치단체에까지 압력을 넣어 경기방송 예산 삭감을 강요하는 신독재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자행했다. 전면적인 예산삭감을 무기로 인사에까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가 현준호 전 총괄본부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호 이사는 “경기도와 공동사업으로 10여년 이상을 진행했던 교통방송 예산 등 각종 홍보, 사업예산이 도의회에 의해 전해 삭감되면서 당연히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했다며 “한국방송진흥공사가 배정하는 상업광고는 말한 것도 없고, 심한 경제침체까지 맞물리는 대내외의 모든 악조건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경기방송이 완전 무너지는 현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이준호 이사는 특히 경기방송 폐업 결정 배경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해 외부세력 탓이 크다고 주장했다. 경기방송 이사회는 “방통위와 외부세력에 이어 내부 노조 및 종사자들까지 대주주를 마치 장사꾼이나 잡상인 취급을 하며 폄훼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런저런 내외부 잡음이 있을 때마다 아무리 명확하게 해명을 해도 모두들 역이용할 뿐, 인정하지 않는 저의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준호 이사는 “노조원, 비노조원 할 것 없이 회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내부 경영진을 향해서만 계속 투쟁하는 형국이고, 노조의 지나친 경영간섭은 경영진에게 두손을 들게 만들었다”며 “외부 언론, 단체 등 세력을 끌어들이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과 상사, 동료들을 짓밟아 버렸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허가권자인 방통위와 예산을 무기로 앞세운 도회의 등에 눈치를 보면서 공정한 방송을 고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끝까지 청취자분들과 함께하지 못해 다시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문은 이사회의 폐업 결정 이후 경기방송의 첫 공식 입장이다. ‘정치적’ 이유로 자신들이 탄압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폐업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지방의회까지 탄압의 외부세력 주체로 몰면서 경기방송 폐업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 감독 기관으로 자료 제출 부실, 경영 투명성 부족 등을 들어 경기방송에 조건부 재허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경기방송 입장문이 이준호 이사 개인 명의로 나온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주주총회에서 폐업이 최종 결정되면 입장문을 조율해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이준호 이사가 독단적으로 입장문을 정리해 발표해버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경기방송 대표이사도 모르는 사이에 현준호 전 본부장 최측근으로 통하는 이준호 이사가 입장을 발표해버리면서 내부 혼란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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