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관련 보도가 다른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보도가 많은 만큼 굳이 이런 기사 또는 표현을 써야했나 싶은 기사도 나온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뉴스1)는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민들 사진 여러 장을 보도했다. 

뉴스1은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3장 보도했다. 사진은 거의 비슷했다. 사진 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썼다. 이 3장의 기사 제목은 각각 “‘코로나19 공포…벗어나고 싶다’”, “코로나19 확진자 1000명 돌파…‘한국 떠납니다’”, “‘코로나19 공포…끝이 보이지 않아’” 등이었다. 

▲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 26일 사진기사들.
▲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 26일 사진기사들.

기사 제목들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공포를 조장하고, 불확실한 정보를 전달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을 보면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를 삼간다”고 했다. 불안을 조장하는 기사를 써선 안 된다는 취지다. 

또 해당 시민이 한국에서 확진자가 1000명 돌파해서 한국을 떠나는지 여부를 모르는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묘사했다. “코로나19 확진자 1천명 돌파...‘코리아 엑소더스’”란 제목의 사진기사에선 공항에서 비닐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이 출국장을 향하는 모습을 전했다. 역시나 한국의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 ‘엑소더스(탈출)’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사 제목이다.   

지난 24일 동아일보 “정권의 오만이 재앙을 키운다”는 칼럼에선 현 정부가 중국에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 대처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폈다. 감염병 보도준칙에는 감염병 관련 과장표현을 자제한다며 사례로 “재앙의 전조라고 보고 있다” 등의 표현을 제시했다. 보도준칙에선 ‘재앙의 전조’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이 칼럼에선 아예 ‘재앙’이란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다. 

26일자 문화일보 “<‘코로나19’ 초비상>현재 확진 1146명… 하루 1000명 쏟아질 ‘대유행’ 올 수도”란 기사도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감염병 보도준칙을 보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넣어야 한다. 문화일보는 ‘하루에 확진자 1000명이 쏟아질 수 있다’는 미래 불확실한 상황을 단 한명의 전문가 의견에서만 인용했다. 이어 기사 본문에 있는 말에서 인용부호(쿼터)를 떼어버리고 제목에 올렸다. 제목만 보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조장하게 한다.   

확진자가 증가할 때마다 ‘어떤 지역이 뚫렸다’는 표현도 문제다. 수많은 매체에서 이 표현을 사용 중인데 이한기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페이스북에서 한 지적이다. ‘뚫다’는 말은 장애물을 헤치고 막힌 것을 통하게 한다는 뜻으로 표현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방역에 온 힘을 쏟는 당국자·의료진이나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역시 공포를 조장하는 선정적인 표현이다. 

▲ '뚫렸다'는 제목의 코로나 확진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 '뚫렸다'는 제목의 코로나 확진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보도들도 있다. 이주민센터 ‘친구’ 조영관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에 “외국인을 기사화할 때 국적을 언급하면 나타나는 낙인효과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금천구에서 거주하던 주민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금천구에서 확진자가 1명 나왔으니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언론에서 해당 확진자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확진자 정보 중 동선·접촉자 정도만 공개하면 된다. 국적, 나이, 성별 등의 정보는 알릴 필요가 없고 기저질환 유무도 해당 확진자의 증세가 악화할 경우에 공개를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중국인 전체가 혐오 대상이 되는 가운데 사실 확진자의 국적을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다. 

▲ 서울 금천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나오자 많은 매체가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이외의 국적 등 불필요한 내용으로 주목을 끌었다.
▲ 서울 금천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나오자 많은 매체가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이외의 국적 등 불필요한 내용으로 주목을 끌었다.

심지어 이날 한국경제TV는 해당 소식을 전하며 “중국인 밀집 거주지 중 하나인 서울 금천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나왔다”고 했고, JTBC도 “중국인 거주 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금천구에서도 중국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금천구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서울 금천구 코로나 첫 확진…‘중국인 밀집지역’ 안전 우려↑”로 제목을 뽑았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 게 발병의 원인이 아닌 만큼 불필요한 표현이다. ‘중국인 밀집지역’이란 표현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기능 외엔 다른 정보를 주지 못한다. 일부 언론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등 사회 일각에 중국인 혐오·기피현상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언론이 이를 반복해 재생산하지 않고 중국인 혐오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국민일보는 지난 19일자 ‘40번째 확진자에 중국인 유학생 밀집지역 초긴장…“기숙사는 턱없이 부족”’에선 서울 여러 지역 주민들의 불안한 심정을 모아서 전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확진자가 한 명 나왔는데 이 지역이 중국 유학생 밀집지역이라며 주민들의 반응을 담았고, 다른 대학가 주민들의 반응까지 전했다. 언론이 확진자 1명에 지나치게 반응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지난 11일자 기사 ‘“중국말 들리면 손님 가버려” 신종코로나에 중국동포 구직 타격’ 역시 서울 곳곳에서 중국인을 기피하는 모습들을 모아 보도했다. 현상을 그대로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여러 매체가 코로나 사태 초기 감염 주범처럼 몰았던 서울 대림동 지역에선 27일 오전 10시 기준 확진자도, 확진자 동선도 발견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