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 뉴스9’ 김경록 PB 인터뷰 보도에 대해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것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심의위는 “언론의 고질적인 관행인 ‘선택적 받아쓰기’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며 객관성 위반 조항을 근거로 법정 제재에 해당하는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5일 회의에서 제재 수위에 합의하지 못했다가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는데 김경록씨가 제출한 의견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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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방심위야말로 이번 중징계 결정에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은 아닌가. 중징계 판단 과정에서 한 편의 주장에만 귀를 여는, ‘선택적 받아쓰기’의 오류에 스스로 빠지지는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경록씨의 의견서에 대해서는 “해당 의견서에서 김 PB는 ‘검찰과 KBS의 내통 의혹’을 더욱 강한 목소리로 거듭 제기한다. 또 인터뷰 섭외 과정에서 협박 수준의 압박이 있었고, ‘애초부터 누군가의 의도로 기획된 계획이고 뉴스’라고 본다고도 밝혔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주장들”이라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방심위는 이런 주장들에 대한 제작진의 반론은 듣지 않았다. 제작진이 김 PB의 의견서 내용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중징계가 의결되고 난 이후”였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이 김경록씨의 의견서에 대해 반론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 자체로 절차상 하자라는 주장이다.

KBS본부는 “당시 보도는 논쟁적이었다. 완벽한 보도가 아니었다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대신 명백하게 조작되거나 날조된 보도도 결코 아니었다. 흑백으로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 어려웠고, 저마다의 가치 판단이 달랐기에 어떤 논쟁에서도 결론이 쉽게 모아지지 못했다. 이런 논쟁적 사안에 대해 한 쪽의 주장만을 근거로 내려진 일방적 결정을 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경록씨를 인터뷰했던 제작진도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은 “인터뷰 설득 과정은 김경록 씨 변호인 사무실에서, 그리고 변호인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만일 제작진이 김 씨를 협박했다면 변호인이 먼저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며 인터뷰 제안 중 협박은 없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가 김경록씨 인터뷰 취지를 왜곡하고 선택적 받아쓰기를 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저희가 가장 중심에 놓은 것은 인터뷰이가 경험한 사실과 주장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거리두기’를 통한 객관성이다”며 “그게 조국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투자 당시 5촌 조카가 펀드 운용자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이 부분을 조 전 장관은 청문회 과정 내내 숨기거나 부인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경록씨 인터뷰 내용을 취사 선택해 편집한 것은 저널리즘의 행위이며 김씨의 발언 중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 진술과 어긋난 것은 새로운 사실관계로 판단해 보도했다는 것이다.

▲ KBS ‘뉴스9’은 지난해 9월11일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리포트 2개를 보도했다.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 KBS ‘뉴스9’은 지난해 9월11일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인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리포트 2개를 보도했다. 사진=KBS 보도화면 갈무리.

제작진은 또한 ‘조국 전 장관의 무관함’을 밝히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과연 김경록 씨가 펀드 투자와 관련하여 정경심 교수가 받고 있는 여러 범죄 혐의에 조 장관이 연관돼 있는지 혹은 무관한지를 판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냐”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 만난 적이 없다는 김씨의 발언과 관련해 “그런데 어떻게 사모펀드 투자에 조 장관이 개입했는지 안했는지를 김 씨가 판단할 수 있을까. ‘조 장관은 투자를 잘 모르니 관련이 없다’는 김 씨의 주장은 자신의 위치로 볼 때 적절한 말도 아닐뿐더러 이를 위해 KBS와 인터뷰를 했다는 주장은 김 씨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경록씨는 KBS 인터뷰에서 녹음이 꺼진 상태에서 ‘동양대 최성해 총장이 조국 교수의 양복을 맞춰 주겠다고 집에 쫓아 왔다’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해당 발언이 ‘조국 전 장관이 김경록 집까지 쫓아왔다’고 와전돼 검찰 쪽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당일 오후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문구가 적힌 검찰 측 문건 내용을 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이 부분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앞의 얘기든 뒤의 얘기든 저희 제작진 어느 누구도 인터뷰 당일 그런 말을 김 씨로부터 들은 적이 없다. 만일 저희 제작진이 ‘조국이 김경록 집에까지 쫓아갔다’라는 말을 오해해서라도 들었다면, 이른바 조 장관이 직접 ‘사건 관계자 회유’에 나섰다는 얘기인데 왜 보도조차 하지 않았을까. 맹세코 그런 얘기는 당시 없었고, 검찰에 그 비슷한 얘기조차 취재 과정에서 전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저희는 불명확한 김 씨의 의견이나 주장이 담긴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김 씨가 귀로 듣고 눈으로 봤다는 사실 관계만을 중심으로 보도했다”며 “인터뷰 전문을 싣지 못하면 객관성을 위반한 것이냐. 허위도 아니고 없는 걸 조작해서 만든 것도 아닌데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저널리즘 행위인 취사·선택·편집마저 ‘처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느냐”며 방심위 결정을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설사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취재윤리의 문제로 방심위가 아닌 별도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KBS가 김씨의 발언을 왜곡, 조작하여 객관성을 위반하였는지는 별개로 논증해야 할 사안”이라며 “더군다나 방심위는 사실상 김씨의 주장을 근거로 중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실 여부를 검증하거나 KBS의 반론을 청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절차적 공정성을 결여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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