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가 때아닌 ‘투기자본’의 등장으로 고민에 빠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구MBC의 출자자 변경승인 심사계획안을 논의하고 2대 주주를 노리고 있는 ㈜마금(대표자 김문열)에 대한 출자자 심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마금은 130억원 가량을 투입해 기존 주주인 김지용씨 지분 22.37%와 ㈜화성관리공사 지분 10.13%를 매입, 모두 32.5%의 지분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향후 7.5% 지분을 추가로 매입, 총 40% 지분을 확보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MBC의 최대주주는 지분 51%를 소유한 서울MBC지만, 방통위는 마금의 움직임이 대구MBC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대구지부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마금을 두고 “노사 모두 투기자본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사옥매각 이후인 지난해 말부터 움직임이 있었다. 매각 대금이 발생하자 2대 주주가 되어 배당금을 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사옥매각이 배당금으로 지급해야 할 영업행위에 해당하는지 등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허욱 방통위원은 “마금의 실적을 볼 때 대구MBC 주식 취득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 매입대금도 사모펀드로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뒤 “마금은 대구MBC 사옥 이전에 따른 상권 개발 등 사적 이익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마금 대표자 의견청취를 반드시 실시해 공영방송사의 2대 주주로서 공적 책무 의지 및 수행 능력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MBC 사옥. ⓒ구글 지도 검색 화면 갈무리.
▲대구MBC 사옥. ⓒ구글 지도 검색 화면 갈무리.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마금은 직원이 1명뿐인 회사다. 급조된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된다. 등기부상 사업 목적을 보면 기업 인수 합병과 부동산․부실채권 관리를 주로 해왔다고 나와 있어 M&A 전문기업처럼 보인다”며 “대구MBC가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거나 투기 대상이 되거나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앞으로 마금이 40%까지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하는데, 방송사업보다 경영권장악이나 주식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이 목표일 것 같다”며 “이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면 절대 (출자자 변경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뒤 “2대 주주로서 방송철학과 지역사회 기여 등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1번지에 위치한 대구MBC 사옥은 대구 시내 최고의 주거입지를 자랑하며 ‘대구의 강남’으로 꼽히고 있다. 대구MBC를 매입한 하나컨소시엄이 밝힌 매각대금 및 공사비 등 총사업비는 1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대구MBC 사옥은 대구 시내 요충지에 있다. 사옥 이전 과정에서 상당한 매각 대금이 나올 수 있어서 기업 사냥꾼들이 탐을 내고 있다”고 전하며 “앞으로 또 다른 지역방송사에서도 이런 기업사냥꾼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주식 인수목적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실질적으로 지상파방송사를 지배하는 자로서의 자격이 존재하는지 엄격히 심사해달라”고 당부했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신청법인의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방송의 공적 책임과 지역성 구현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