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더 불안한 이들 역시 사회취약계층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가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감염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감염병 확산으로 사회적 자원이 부족할 때 더 큰 피해를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JTBC 24일 보도를 보면 지난 22일밤 청도대남병원 노인 병동에 입원해있던 환자 A씨가 대구·경북지역 7개 병원에서 거절당해 구급차로 떠돌다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코로나 환자가 아니면 받을 수 없다’거나 ‘중환자실 자리가 없다’ 등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정부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 발생했고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다. 26일 현재 대구에선 309명이 확진자 판정을 받고도 병동이 없어 자가격리 상태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청도대남병원 상황. 사진=대남병원
▲ 청도대남병원 상황. 사진=대남병원

 

 

26일 오전 현재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사람은 12명이다. 이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날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집단감염에 대한 입장문’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투자해 소중한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며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증상 발생시 전문의료기관으로 이송 체계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해당 학회에선 “중증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이유로 국가재난서비스에서 조금이라도 차별적 처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봐달라”고 했지만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은 재난서비스 뿐 아니라 일상조차 빼앗긴 삶을 살아왔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 내 집단감염 사태의 첫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고 20년 넘게 폐쇄병동에 입원해 있던 환자였다. 사망 당시 몸무게는 42kg에 불과했다. 코로나19와 그의 사망이 아니었다면 열악한 삶이 주목받긴 어려웠을 상황이다. 

▲ 한국일보 26일자 기사. 중증장애인 시설을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 한국일보 26일자 기사. 중증장애인 시설을 '시한폭탄'에 비유했다.

 

언론에선 평소 사생활조차 없이 집단으로 갇혀있던 이들에게 ‘시한폭탄’, ‘화약고’란 표현 써가며 취약계층을 탓했다. 한국일보는 26일 “중증장애인 시설, 코로나 지역확산 시한폭탄으로”란 기사 제목을 뽑아 전날 기준 경북 칠곡 ‘밀알사랑의 집’에서 22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사실 등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21일에도 청도대남병원 확진자 소식을 전하며 기사제목을 “한 병동서만 사망자 1명·확진자 14명…‘화약고’ 된 청도대남병원”으로 뽑았다. 

청도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속출하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정부의 대처는 ‘방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며 “대남병원에서 발열환자나 확진자가 최초 발생했을 때 긴급히 그 사람을 음압병상으로 옮기고 신속·적절히 대처했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발바닥행동)은 이날 “배제와 격리의 수용시설에 필요한 건 고립의 코호트 격리가 아니다”란 성명에서 이미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이들을 집단으로 생활하게 하는 현재 시설 구조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청도 대남병원 모습. 사진=노컷뉴스
▲ 청도 대남병원 모습. 사진=노컷뉴스

 

발바닥행동은 2011년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장애인거주시설 정원을 30명으로 제한했지만 개정 이전 설립한 시설에는 제한이 없어 30인 이상 대형시설이 319개에 달하고, 2017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결과 1인1실은 한 곳도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런 상황에서 코호트 격리는 사실상 죽음”이라고 지적했다. 탈시설·탈원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에 언급한 세 단체 등 13개 단체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주장하고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집단수용시설인 교도소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매일신문 보도를 보면 경북북부제2교도소 의료·방역을 담당했던 A교도관은 의료와 방역을 한명이 담당해 소홀할 수밖에 없고 “일부 교도소에서 서류상으로만 소독을 했다”며 법무부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교도관은 방역에 집중하느라 의료부분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의료진들도 감염병 사태에선 위험계층이다. 이미 언론에 청도대남병원 의료진에게 제공한 부실한 도시락 사진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러 보건의료단체 모임인 대구경북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는 이날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가톨릭병원 대처를 비판했다. 전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기본조치인 감염현황과 확진자 동선조차 직원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접촉자 분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직원 5명, 환자 5명 등 병원 내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노동자와 같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직업군에 대한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 배달앱 '배달의민족' 로고
▲ 배달앱 '배달의민족' 로고

 

라이더유니온은 두 차례에 걸쳐 배달노동자들에게 마스크·소독제 지급, 고객과 비대면이 가능하도록 선결제 주문만 받기, 자가격리시 최소 2주 생계비를 지원하고 렌탈비 부과 등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사회 감염으로 배달대행업체와 음식점이 영업을 중지할 경우 배달노동자 생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플랫폼기업과 정부에 촉구했다. 

노조 주장을 일부 수용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26일 일에 차질이 생긴 라이더에게 주당 40여만원의 생계보전비를 지급하고 바이크렌탈비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또 음식주문시 앱 내 시스템으로 선결제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이에 라이더유니온은 선결제와 비대면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나머지 노조 주장을 받아줘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고 다른 업체들도 이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집배원들도 같은 고민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최근 두 차례(지난달 28일, 지난 25일) 대면배달을 줄이고 마스크를 제때 지급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선제 예방을 위해 담당구역의 격리자 정보를 집배원에게 공유하고 필요할 경우 배달불가지역을 선포해 접수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외에도 시민단체 생명안전 시민넷은 25일 저소득노인,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만성질환자, 영유아 아동,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자 등 재난안전약자(안전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수립과 점검이 필요하다며 요청서를 청와대에 보냈다. 

병원, 대중교통(항공, 철도-지하철, 버스, 택시, 공항), 학교 비정규직, 대면배송업무(우체국, 배송회사), 다중방문 공공기관 사업장 등 시설, 대면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 다수 가입해있는 공공운수노조는 27일 정부가 노동자와 시민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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