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 역사상 유례없는 경기방송 ‘자진 폐업’ 사태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경기방송 이사회는 지상파방송허가권 반납을 결정해 지난 24일 노조에 통보했다.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26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말 (경기방송이) 재허가 신청했을 때 심사 결과 상당 부분 점수가 미흡해서 재허가를 거부할 수도 있었지만 시청권 보호와 고용문제 등을 고려해 조건부 재승인했다. 그런데 시쳇말로 (재허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기들이 자진 폐업을 결정한 것은 정부 부처를 모독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경기방송 이사회가) 경영이 어렵다고 했다는데 경기방송은 지금껏 충실하게 흑자 내며 방송해온 곳이다. 경기도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주파수(99.9MHz)도 대단히 좋다. 그런데 노조가 경영진을 괴롭히니까 접어버리자? 이런 무책임한 결정이 어디있나”라며 경영진을 비판했다. 이어 “노조를 향해 직장 한번 잃어봐라, 이런 식의 대응이다”라며 경영진을 재차 비판한 뒤 “폐업신고를 하면 바로 받아줘야 하는 건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방송.
▲경기방송.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표철수 방통위원은 “지난해 말 경기방송을 재허가하며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폐업을 의결했다. 우리나라 방송 사상 사업자가 스스로 방송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방송사업을 바로 접으면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허욱 방통위원은 “방송 사업권을 반납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시청권보호와 고용 대책 차원에서 고용노동부·지방자치단체 등과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고 법적으로도 여러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전하며 “최초의 사례이기에 원칙과 절차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석진 부위원장은 “(경기방송 내부에서) 차라리 방송사를 매각해 부동산 수익을 노리자고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며 “(폐업신청) 접수하면 받아줄 게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한열 방송정책국장은 “방송사업을 거부한 이런 경우는 방송유지 명령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석진 부위원장은 “경영진은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하지만 방송은 중단 없이 가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빨리 구성하라고 당부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스스로 방송사를 폐업하고 방송사업 허가를 반납하겠다고 하는 경우 그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방송시설 매각금지 같은 부분을 강제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금 당장 방송을 폐업해버리면 동일 주파수 사업자를 선정해 방송을 재개할 때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청취자 권리가 침해당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폐업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식의 소문도 있던데 그 부분은 분명히 해야 한다. 경기방송은 재허가 점수 미달이 명확했다”고 강조하며 “조건부 재허가에도 자의적인 폐업 결정에 나선 것은 방송사업자로서 기본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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